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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0/09 23:40:09
Name   하트필드
Subject   응답하라
1.
명절하면 떠오르는 많은 음식이 있지만 제일 먼저 생각나는건 전이다.

방안까지 퍼진 고소한 기름냄새를 맡다보면 어느새 나이차이 나는 사촌 형, 누나들과 교대로 돌아가며 프라이팬 옆으로 다가가 하나 둘씩 집어먹곤 했다. 어렸고 나이 차이가 좀 나던 나는 그런 사촌들 눈치보면서 살짝살짝 끼어들어 빼먹고는 했다.
요거 하나만 먹어야지 하던게 어느새 배를 채울 지경에 이르고 그제서야 튀김과 전을 그만 먹곤하였다. 그러다 보면  갈비와 고깃국에 저녁 먹을 시간이 되고, 전과 튀김 집어먹던게 언제냐는듯 잘 먹곤 하였다.

좁은 거실에 소파를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에까지 앉아 TV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아버지들은, '상 꺼내야지?'란 큰어머니의 소리가 신호로 일어나신다. 다른 방 구석에 있던 커다란 상1개, 그보다 작은 상 1개를 들여와 거실에 피신다. 그리 넓지 않던 거실은 상 2개로 꽉 찼다.

커다란 네모 상에는 할머니, 큰아버지들과 아버지가 함께 앉아 식사를 하셨다.
그리고 이것저것 음식들 옮기고 뒷정리를 하시던 큰엄마와 엄마는 자연스럽게 조금 작은 상에서 모여 식사를 하곤 하셨다.
식사 뒷정리를 하느라 늦게 온 사람이 다른 상에서 식사를 하는, 지극히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당연한 풍경이였다.

6인가족 기준으로 맞춰진 큰아버지 아파트 거실은, 모든 친척들이 한꺼번에 식사하기에는 충분치 않기도 했다. 큰상, 작은상 다 내와도 서너명은 식사를 못할수밖에 없었다.
큰상에 할머니와 큰아버지, 아버지가, 작은 상에는 큰어머니와 결혼 안한 고모가 식사를 하곤 하셨다.
나나 사촌형, 누나들은 전과 튀김 빼먹느라 배가 불러서인지 조금 늦게가서 아무대나 앉아 식사를 했다.
이렇게 묵시적인 규칙을 통해, 모자란 자리임에도 돌아가며 앉아 다들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조금 일찍 식사를 마친 큰아버지들이 일어나면 그제서야 식사하는 사람은 보통 막내며느리인 어머니, 혹은 큰어머니들이셨다.

나중에 초등학교 고학년이되고 나이 차이 나는 사촌누나들과 누나가 대학생이되어 부엌에서 조금씩 돕기 시작하고부터, 때때로 큰어머니들도 조금일찍 식사를 하실때도 있으셨다. 이상하게도 작은 상에는 큰어머니와 어머니, 사촌누나들 뿐이였다.

한참뒤 명절에 친척들이 잘 안모이게 되고 나서야 이 풍경이 이상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당시 나에게는 의문조차 들지않던 자연스러운 풍경이였다.
옛날에는 여자 남자따로 식사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었고 남녀차별이란건 알고 있었지만, 그건 아니였으니란 생각이였던지도 모르겠다.
효율적으로 맞춰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풍경. 무언가 이상하지만 그 이상함은 나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였다.
이제와 그때로 돌아간다고 한들, 내가 뭐라 할수 있을것 같지도 않다.


2.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날 무렵, 낡은 네모난 책상들이 반원과 직사각형의 새책상으로 바뀌고 동그랗게 모여 앉아 수업을 하게되었다.
베네치아란 타자게임이나 돌아가는 PC가 한대씩 교실에 들어오기도 했다. 학기말에는 삼국지2를 하는걸 봤던거 같다. 군대 BTCS에 어케어케해서 지뢰찾기라도 할정도였으니 사람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이란....

여튼 토론식 수업인지 뭔지가 등장하고 선생님들은 발표와 토론을 위한 주제를 주곤하셨다. 찬성과 반대로 팀을 나눠 의견을 정리한 뒤, 토론을 하는것이였다. 말이 토론이지 인터넷 지식인 읽기 대잔치였다.

개인적으로 조별로 하는 토론 수업이란건 참 귀찮은 일이였다. 별 관심도 없는거에 일단 입장은 나눠야하니 참 고욕이였다. 그래도 수업듣는 것보단 우리끼리 떠들라고 냅두는 시간이니 편하긴 했지만.

6학년때 우리 조는 이상하게 여자 4명에 남자3명으로 여자가 많았다. 근데 남자 1명이 전학가서 여자4, 남자2이라는 조합이였다. 거기에 그 여자애 4명은 반에서 제일 키가 큰편인 4명이였다.

가끔 자기들끼리 전진부인, 동완부인, 민우부인, 혜성부인 이랬던거 같은데....난 이게 의미하는걸 나중에야 알았다. 이게다 전진과 혜성이란 이름때문이다. 무슨 용어인줄 알았었다. 전진부인이면 전진을 부인한단건가, 혜성부인이면 혜성을 부인한다는건가 이런식. 의미를 알게된건 내 누나가 모 연예인 부인이란 이름을 게임 아이디로 쓰는걸 보고나서였다.

에릭부인이 왜 없냐고? 걔는 다른 조였다....

HOT와 젝키 멤버 이름 뺴고는 몰랐던나 ...당시 신화는 아는 사람들만 알던 신인이였고 대세는 그래도 HOT였다. 그 동그란 인형 이런것들은 붙이고 댕기긴 했는데. 강타는 녹색, 문희준은 노란색, 토니는 빨강색. 그래도 남자애들은 연예인보다 게임이야기에 더 관심있었던거 같다.

나나 다른 친구나 그 여자애들과 진짜 별거 아닌거로 무지하게 싸웠고 많이 맞았다. 꼬집히거나 머리 끄댕이 잡히거나 발로 차이거나 스매싱 당하거나. 이상하게 그때는 머리하나는 더 큰거 같았고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키크다고 고릴라라고 놀리고 도망가고 잡혀서 맞고 더 놀리고 하는 패턴이였던거 같다.

중학생 시절 우연히 동네에서 본 그 고릴라라는 여자는 나보다도, 아니 평균보다도 좀 작은편이였다. 내 기억에는 한참 크고, 누나와 비슷하게 남아있었는데....서로 마주 쳤지만 어색하게 인사했던 기억이.
슬프게도 중1때 내 키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ㅜㅜ


3.
아직도 기억나는 토론 주제들은 호주제 폐지, 인터넷 실명제, CCTV확대에 관한 것이였다. 이게 별 생각없이 인터넷에 올라온 글 퍼와서 고대로 읽는걸 토론이랍시고 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상대방 주장을 듣다보면 그럴듯한데 하고 설득되곤했다.
대체로 호주제 폐지, CCTV확대 반대가 대세 의견이였던걸로 기억한다. 인터넷 실명제는 찬반이 갈렸던걸로 기억한다.

찬성, 반대 의견이 나눠져야 토론이 되다보니 사람수 맞춰서 찬성3명이 정해지면 반대 3명. 반대 3명 정해지면 찬성 3명이런 식이였던걸로 기억한다. 물론 우리조는 4대2로 남성팀대 여성팀으로 나눠졌지만...

호주제 폐지의 찬성의견은 아마 전통이란게 주 근거였던걸로 기억한다. 당시 호주제란걸 조사하면서도 이런 이상한게 왜 있냐 혹은 이런것도 있구나 싶었던 나는 '전통이니까'라는, 인터넷에서 복사한 찬성의견을 따라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보완 가능하는 방법도 있는데 옛부터 내려온 전통을 없애려하느냐, 제도나 법을 고치는게 간단하고 쉬운게 아니다 등등.

찬성 반대도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것도 아니였고 여자애들이 찬성 골라버려서, 그냥 토론하기 위해 남은 반대를 골랐던거고. 사실 별 의미를 두지도 않았다.
호주제 폐지는 당시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느껴졌지만 별로 와닿지는 않았다. 저런건 청학동에서나 남아 있는거 아냐란 생각이였다. 별 이상한 것도 내가 모르는 곳에 다 있었구나 싶었지만 그게 다였다.

호주제 폐지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있고 좀 지나서야 폐지 돼었던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그냥 아 저런게 아직도 안없어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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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중구난방. 문관데 글도 못써 찍싸 ㅜㅜ
의도치 않은 기억+의도된 구라가 구할인듯? 중구난방의 원인을 찾았다!
노오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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