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10/12 12:37:49
Name   DrCuddy
Subject   노동부가 고용노동부에서 고용부가 되는 과정
고등학교 시절, 진학할 학교를 생각하다 언뜻 대학마다 학풍이 다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 좁은 고등학교 교과과정 밖에 모르던 저는 '똑같은 내용 배우는데 뭐 다를게 있나? 어느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다른 학교에서는 틀린가?'
이런 순진한 생각을 했더랬죠.
그런데 막상 법대 오니 그런 학풍이 다르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법대 교수님들도 법학적,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보니 이론에 대한 입장도 달랐죠.
사실 강의에서 그런 법대 교수의 성향이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이미 학생들 사이에 어떤교수가 (순화적으로 표현해서)엄청 보수적이다, 그러면 학생들이 되도록 수강을 피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학교 강의 내용중 성향이 뚝뚝 묻어나는 교수는 노동법 교수였습니다. 당시 제 학교 두명인 노동법 교수 모두 강성(?)이셨고 사실 그런 부분에서 나름 모교 법대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는데 알고보니 대부분 노동법 교수들이,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소수 몇몇을 제외하고는 강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좀 시무룩 하기도 했네요.
많고 많은 법 분야에서 당시 시대적 배경에서 노동법 전공을 한다는것부터 어느정도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니까요.

그런 노동법 교수님께 수업을 받던 2010년, 이명박 정권때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개편되면서 고용정책 총괄과 정책입안, 고용알선 업무도 함께하게 됩니다.
당시 노동법 교수님은 강의시간에 자신이 노동법 교수여서 노동이 정부부처에서 뒤로 미뤄지는것 이상으로 고용노동부 개편을 크게 비판하셨는데요.
그 근거로 첫째, 고용이라는 부분은 국가와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으로 대표되는 정권 전체가 연구하고 책임지는 부분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런 고용을 일개 부처로 내려보낸다는건 정말 업무가 많거나 실무부처에서 해야한다면 기획재정부 정도의 부처가 맡아야 하는데 노동부에 떠맡긴다는건 고용정책 겉핥기 수준이며 나중에 성과가 나지 않으면 책임만 물을꺼라고 지적하셨습니다.
두번째 근거는 이러한 고용정책과 업무가 워낙 크고 중요하기 때문에 결국 노동은 슬그머니 뒤로 밀리고 부처 내에서도 결국 고용업무가 주요 업무가 되고 노동업무는 중앙부처에서도 힘없는 노동부 내에서도 그냥 민원응대하는 수준으로 떨어질거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그때만 하더라도 교수님 말씀도 일리있고 고용도 중요하니 뭐 정부입장에서도 그럴수 있겠다 정도로 생각했었는데요.
오늘 뉴스를 보다보니 문득 '고용부'라는 이름이 들어오네요.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0/12/0200000000AKR20171012076200004.HTML
노동부가 고용노동부, 줄여서 고노부가 되더니 드디어 정말 교수님 말대로 노동까지 떨어져 나간 고용부가 되고 있는겁니다.
http://m.hani.co.kr/arti/society/labor/811966.html?_fr=gg#_adtel
이 글 쓰면서 찾아보니 올해 9월 중순부터 대부분의 언론사들에서 '고용부'로 표시하고 있고 경향신문, 노컷뉴스 정도가 꿋꿋이 '노동부'로 표기하고 있네요.

뭐 부서 이름이야 정권마다 물갈이하는게 일상이고 어떻게 부르든 맡은 업무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 사실 저도 당장 노동보다 고용이 우선인 상황이고 고용도 높이고 노동도 잘 관리하면 좋지 않느냐라고 하면 할말없긴 합니다만, 7년전 노동법 교수님이 내다보신대로 흘러가는 사회, 정권이 바뀌어도 노동은 우선순위에서 더 떨어지는게 아닌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714 7
    15063 일상/생각탐라에 적으려고 했으나 티타임으로 쫓겨난 이야기 1 4 + 오구 24/11/23 265 0
    15062 오프모임29일 서울 점심 먹읍시다(마감) 12 나단 24/11/22 526 4
    15061 스포츠[MLB] 2024 AL,NL MVP 수상자.jpg 1 김치찌개 24/11/22 117 1
    15060 스포츠[MLB] 2024 AL,NL 사이영 수상자.jpg 김치찌개 24/11/22 115 1
    15059 음악[팝송] 션 멘데스 새 앨범 "Shawn" 김치찌개 24/11/22 91 0
    15058 방송/연예예능적으로 2025년 한국프로야구 순위 및 상황 예언해보기 11 문샤넬남편(허윤진남편) 24/11/21 464 0
    15057 일상/생각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3 SKT Faker 24/11/21 628 1
    15056 오프모임23일 토요일 14시 잠실 보드게임, 한잔 모임 오실 분? 4 트린 24/11/20 352 0
    15055 방송/연예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6 + 알료사 24/11/20 3482 32
    15054 생활체육[홍.스.골] 10,11월 대회 상품공지 켈로그김 24/11/19 263 1
    15053 여행여자친구와 부산여행 계획중인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29 포도송이 24/11/19 703 0
    15052 일상/생각오늘도 새벽 운동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11/19 476 9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512 6
    15050 게임[1부 : 황제를 도발하다] 님 임요환 긁어봄?? ㅋㅋ 6 Groot 24/11/18 471 0
    15049 꿀팁/강좌한달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전화영어, 다영이 영어회화&커뮤니티 19 김비버 24/11/18 953 10
    15048 의료/건강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치료제가 된 계기 19 허락해주세요 24/11/18 728 1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905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33 매뉴물있뉴 24/11/15 1829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1018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912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71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568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97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3 dolmusa 24/11/13 772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