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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7/25 15:53:15 |
Name | 마르코폴로 |
Subject | 주왕은 왜 폭군이 되었을까? |
이전에 쓴 글의 댓글에서 주왕과 달기에 대한 얘기를 보다 '중국 음식 문화사'에서 봤던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소개 해봅니다. 사기 은본기에 의하면, 상나라의 주왕이 막 즉위했을 당시에는 성군이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언변이 빠르고, 총명하며, 재주가 뛰어나고, 맨손으로 맹수와 겨루었다'고 하며, 능히'아홉 마리의 소를 거꾸로 끌며, 대들보를 받쳐 들고 기둥을 바꾼다.'고 했고, '지혜는 간언을 가려 거절할 줄 알고, 언변은 자신의 그릇됨을 감출 수 있고, 자신의 능력으로 신하들에게 위세를 떨쳤고, 성망으로 천하에 우뚝 솟았고, 모든 것이 자신의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다.' 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소 건방져보이긴 하지만 능력있는 군주로 평가 할 만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훗날 점점 변해 '술로 못을 만들고, 고기를 걸어 수풀을 만들고, 남녀로 하여금 알몸으로 그 속에 들어가 놀게 하면서, 술로 긴밤을 보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렇게 멀쩡하던 사람이 폭군으로 변한 원인에 대한 재밌는 주장이 있어서 소개해 봅니다. - 주왕과 달기 상나라 때 사용된 주기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주왕이 술을 좋아했다고 하니 필연적으로 이 주기를 많이 사용했을 겁니다. 상나라 초기의 청동기의 경우 구리의 함량이 95퍼센트에 달해 순동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중기 이후 점점 납과 주석의 함량이 늘어나고, 구리의 함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상나라 말기의 청동기의 경우 납 함량이 20퍼센트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고고학자들은 상나라 말기로 내려올수록 청동기로 된 예기 중 납이 주석을 대체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 상나라 말기의 청동기 출토 모습 심각한 납 중독 환자에게는 납 중독 뇌성 마비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증상으로는 헛소리를 일삼는 섬망이나 경련, 마비, 혼미 등에 이르며, 심지어 실명까지 하게 된다고 하네요. 상나라 주왕은 장기간 다량의 납이 들어간 청동기로 술을 마셨습니다. 그로 인해서 섬망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겠죠. 섬망증에 걸린 사람은 정신 상태가 혼란에 빠지게 되며, 시간과 장소 그리고 주위의 사물에 대한 식별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환각과 착각에 빠져 헛소리까지 하게 됩니다. 주왕의 말년을 보면 자신을 보좌하던 삼공 중 구후는 죽여서 젓갈을 담궜고, 악후의 시체로는 포를 떴으며, 주무왕의 아버지인 서백창까지 포락지형(구리 기둥에 기름을 바르고 그 아래 이글거리는 숯불을 피워 놓은 후 구리 기둥 위를 죄인들로 하여금 맨발로 걸어가게 하는 형벌)으로 죽이려 했습니다, 서백의 경우 가신들이 뇌물을 바치고 서백이 영토까지 바치면서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임신한 여자의 자궁을 갈라 그 속을 보려했던 일이나 숙부인 비간의 간언에 화가난 나머지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확인하는 등의 잔인하고 엽기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주왕이 이렇듯 정신 착란에 이른 듯한 모습을 보여 준 것의 원인이 납 중독 때문이었다는 것이지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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