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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1/19 00:20:30
Name   moneyghost
File #1   IMG_1133.PNG (643.6 KB), Download : 18
Subject   포켓몬고 하면서 본 어리둥절한 상황


증강현실 포켓몬 낚시(?) 게임, 포켓몬고가 출시된지 일년이 넘었고 한국에서는 속초한정, 올해초 한국 전지역 플레이가능으로 바뀌게 되면서 일시적인 붐이 일어났었죠. 이후 콘텐츠의 부실함, GPS 핵유저관리 소홀로 유저들이 많이 떠났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저도 물론 그 중 하나고요.

해비하게 포켓몬고를 키고 살지는 않지만 속초에서 포켓몬고를 시작하고 현재까지 약 1년 넘게 플레이했는데 이중 이색적인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제 파트너와 함께한 거리가 500km가 넘은 기념으로 몇개 풀어보고자 합니다.


어린이들의 게임? 아니 어른이들의 게임.

출시된 후 포켓몬고 플레이어 연령대를 조사한 그래프가 있었는데 10-20대가 전체의 약 80 %를 차지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한국에서 처음 포켓몬스터가 게임 및 애니매이션으로 출시됐으니 포켓몬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나이대를 보면 20-30대 일거고요.
그런데 이것이 무색하게도 실제 레이드 (일정 주기로 체육관에 나타나는 강한 포켓몬을 협동해서 물리치는 것)를 위해 모이는 유저를 보면 40대 이상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어린 분들은 부모와 같이 온 자녀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70대 이상인 분도 만나뵙구요.
지난 포켓몬고 페스타가 서울 롯데월드몰에서 열렸었는데요.  경품을 주는 행사도 있고 돌아다니면서 스탬프 찍는 행사도 있고 포켓몬관련 상품을 파는 팝업스토어도 있었답니다. 그곳에 줄을 서는 분들은...딱봐도 어린이는 거의 없고 장년층 이상이 대부분이더라고요.

물론 거의 전연령대가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플레이어 분포가 고연령대에 집중된 현상이 저는 신기한데, 다른 나라도 그럴지 궁금하네요.


1. 레이드카톡방에서는 존칭쓰세요.

주연령층이 고령층이다보니 제가 게임하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고난이도의 레이드를 하기위해서는 보통 5인 이상의 플레이어의 협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을 모으는데, 그렇다보니 지역별로 카카오톡방이 생깁니다.
저의 경우 직장이 대학교 근처다보니 대학교 카톡방 하나, 그리고 거주지역 카톡방 하나, 이렇게 두 개에 속해있고요. 자기 주변에 레이드 몬스터가 뜨면, 가고싶은 사람이 톡방에 대화창을 띄워서 사람을 모으죠.
제가 활동하는 지역이 나름 활발한 곳이라 역시 톡방도 활발한 편인데 이게 위에 썼던 것처럼 고연령대가 주를 이루다보니 상상하지 못했던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버릇없이 카톡방에 줄임말 쓰지 말 것, 그리고 존댓말 써주세요.
물론 현실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익명성을 이유로 반말을 하는 경우는 없지만,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시간 단축을 위해 줄임말이나 경어체로 짧게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거주지 카톡방에서는 이런 대화체에 심기가 불편한 사람이 있었나봐요. 그래서 누군가가 정색하는 어조로 어른들도 있으니 말을 조심히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자기 아이디 옆에 학생이라고 붙일 것.
마찬가지로 미성년자가 아닌 경우에는 옆에 학생을 붙이라고 권유(인듯한 강요)를 합니다. 그리고 학생톡방 따로 있으니 거기서 활동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2. 내가 차지한 체육관 함부로 뺏지 마라.

포켓몬고에는 진영별로 체육관을 빼앗고, 차지하는 싸움이 있습니다. 한 진영이 체육관을 차지하면 거기에 속한 유저가 포켓몬을 들일 수 있는데요. 이후 상대진영에 의해 점령되면 그동안의 차지했던 시간에 비례해서 코인이 들어옵니다 (최대 하루에 50코인). 그리고 이 코인으로 여러 아이템을 살 수 있습니다.

  분명 게임제작사는 활발한 체육관 쟁탈전을 원했을 것 같은데...이게 무언가 좀 달라져서 암묵적인 룰이 생겼습니다.
한 번은 누군가가 제 거주지 지역에 있는 체육관들을 다 깨부시고 자신의 포켓몬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제 지역의 체육관이 빨갛게 물든 날이었지요. 이에 한 어르신이 불편하셨나 봅니다. 자기 체육관 점령한지 한 시간도 안지났는데 누가 바꿨냐고. 기본적으로 체육관 점령할 때 상대 포켓몬 올라온 시간은 보고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이렇게 진지한 어투로 메세지를 쓰셨습니다.

진영간의 경쟁을 통한 쟁탈전도 이 게임의 일부일텐데 이를 부정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딱히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우리의 미풍양속인 상부상조를 통한 배려심이 돋보인 사례아닌가싶기도 하지만....흠...


개인적으로 위와 같은 태도가 만연하게 된 게임환경은 필시 망하는 길로 가게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걸 요새 고인물이라고 한다나...). 그런데 대학교방은 안그렇고 제 거주지방만 그래서 혹시 세대차이인가 싶기도하고요. 아니면 제가 사는 곳만 그런가 싶기도 하네요.



500 km를 함께한 제 파트너 포켓몬 띄우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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