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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1/30 16:46:16
Name   한달살이
Subject   지금까지 해봤던 아르바이트
옆집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온 글을 보자니.. 응원하고 싶어지더라구요.
예전 생각도 나구요.

저도 지금까지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봤습니다.
대략 수능치고 바로 해서 취직전까지.. 만 8년에서 군대 2년 넘게 빼고 거의 5년반 정도를 했었네요.

1. 중대형문고. 첫 알바. 지금은 없어짐. 노량진 국X문고 라고 하면 알만한 아재들은 아실듯..
시급 1400원. 3개월.
젊은 여직원들, 아줌마들, 젊은 알바들, 아재들.. 다 섞여서.. 정신없었고, 재미있었어요.

2. 커피숖+커피숖+커피숖
시급 1100원~2100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2-1. 동네 조그만 커피숖. 어릴적부터 살던 동네라 친구들도 다 근처살고.. 동네 아는 사람들 많았던 가게.
문제는.. 친구들 동생들 와서 낮술 먹고 저한테 달아놓고 가버려서.. 그 값 빼고 받았더니 월급 2만6천원 받은게 기억남.
2-2. 95년도 가을. 숙명여대앞. 그때까지만 해도 가방에 담배넣고 다니던 여학생들이 없었음.
커피숖에서 2-3명 앉아서 한갑을 거의 다 피고 나머지는 놓고 감. 그렇게 놓고 간 담배가 매일 2-3갑 정도 쌓였음.
처음엔 친구들, 동기들, 선배들에게 셔틀했지만.. 나중엔 내가 담배 배워서 내가 핌.
2-3. 홍대 커피숖. 매니저급으로 일했음.
남자셋여자셋 촬영을 몇번 했었는데.. 송승헌 눈썹 진짜 찐함.

3. 노가다+노가다+노가다
새벽에 나가서 5.5만원에서 5천원 떼주고 5만원 받아오던 일용직 노가다.
의정부쪽 현장에 3개월 직영으로 들어가서 3개월만에 집에 와본 노가가.
인테리어 하는 친척 형님한테 일 받아서 했던 잡동사니 노가다.
안양어딘가에 내려져서 안전장비도 마땅찮게 위험천만하던 차선 그리던 노가다.
기억나는건..  
군복바지+전투화+깔깔이 입고 이대 앞에서 노가다 뛰는데 큰누나(당시 이대 미대생)랑 눈 마주침.
난 창피해서 눈 피했는데, 친구들 앞에놓고 내 동생 고생하네~ 하면서 웃어주던게 기억남.

4. 배달, 서빙, PC방, 노래방, 비디오방, 기타 등등
4-1. 방산시장 밥배달. 오토바이도 탈줄 모르고, 운전도 못해서.. 그냥 무조건 들고 뛰던 시장 밥배달.
돌솥비빔밥 시킨 사람 싫어했음. 그래도, 시급이 2배수준이었고, 일하는 시간(오전 11시-오후2시)이 짧아서 좋았음.
그러나 많이 힘들었음. 6개월
4-2. 호텔 식당 서빙. 남산힐튼호텔 디너쇼. 시급도 싸고, 힘들고, 텃세도 심했음. 비추천.
수프를 안저으면 다 넘친다는걸 첨 알았음. 주방장한테 엄청 깨짐. 바닥에 흘러넘친 크림수프 진짜 원망스러웠음.
4-3. PC방은 그냥 게임하고 노는 수준이었고, 노래방, 비디오방은 남들 다 아는 수준.

5. 남들 안해본 특이한 알바.
5-1. 건물안전진단. 건축물이 안전한지를 여러 장비로 검사하고 보고서 쓰는 일. 이 경험때문에 지금 직업을 하게됨.
병원 수술실 천정 슬래브 강도검사 해놓고, 실링 텍스 제대로 마무리 못해서 수술실에 먼지 들어간다고 깨진 기억 있음.
정신병원 건물 안전진단 갔다가, 이상한 여자애가 자기가 먹던 빵, 우유, 바나나 등을 자꾸 줬는데(항상 이빨자국 나게 깨물고 줌)
선배들이 놀려대서 6개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고 아직까지 못끊고 있음.
알바 자체는 꿀알바. 일당 6-7만원에 술까지 사줌. 지방출장가면 1.5배 챙겨줌.
5-2. 건물모형제작. 일당 6만원. 나름 괜찮았지만, 마감시간 잘못 걸리면 며칠 밤새고 하느라 힘들었음.
아파트도 만들고, 빌딩도 만들고.. 산도 만들고, 도로도 만들고..
제일 기억 남는건 강원랜드(지금하고 모양 다름). 콘타(지형지물)를 겹겹히 쌓아서 올리는데.. 강원도는 산이 많음. 난리였음.

6. 기타 알바.
6-1.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큰머리인형탈 쓰고 사탕나눠주는 백화점 알바 했었는데,
뒤에서 찌르고, 뒤통수 때리는게 아이들이 아니라는걸 안 순간 뚜껑열릴뻔. 한쪽 구석에서 연주하던 음대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웠음.
6-2. 입시전문 대ㅅ학원. 본점에서 전국에 뿌려지는 모의고사 시험지를 나누는 알바. 시험지가 뭉텅이로 있으면 엄청 무거움.
종이 먼지 장난 아님. 동네 친구들 대여섯명이 같이 하느라 그냥 즐겁게 일함.

업무가 잠시 HOLD되서 대충 몇개 휘갈겨 쓰려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빠진것도 많아요.
겁도 없었고, 모든것이 경험이라고 생각했던때라.. 시급따지지도 않고 했었죠.
그러던중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16년째 다니고 있네요.

*
제 동생은 전액장학금을 받더라구요. 학점 잘 받아서..
그러더니, 부모님께 장학금을 1/4으로 축소해서 얘기하더군요.
오히려 부모님은 장하다 내아들 하면서 선뜻 3/4를 주시더라구요.
모른척 눈감아 달라고 일부를 떼줘서 눈감아 줬습니다.
그때 느꼈어요.  최고의 알바는 장학금이라는걸.. 너무 늦게 알아서 소용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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