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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2/26 22:30:31
Name   tannenb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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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까칠남녀 성소수자특집을 보고....




굳이 따지자면 전 페미니스트에 가까울겁니다. 맨처음 메갈리아가 등장했을 때 오~~ 한국에도 드디어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나오는구나 박수를 쳤었죠. 물론 해방이후 여성단체들이야 있기는 했지만 어용단체에 가까웠구요. 뭐 여튼간에 메갈리아 사이트에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거리면 무슨 행동을 할까 기대를 했습니다.

미러링...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어보셨다면 이해가 쉬울것입니다. 남성들의 강압적이고 부조리함을 그대로 성별을 바꿔 돌려주는 것.. 긍까... 역지사지 운동이라고 해야겠지요.

메갈리아 사이트에 메갈문학 코너를 제가 특히 좋아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신입 남직원을 여자 상사가 회식자리에서 성추행하자 남자가 회사에 신고를 합니다. 그런데 여자들로 구성된 고위직들이 왜 오바냐? 친밀감의 표시를 곡해하냐? 속으로 좋았으면서 왜 유난을 떠느냐? 며 남직원을 부적응자로 몰아가고 결국 경찰에 신고하지만 회사와 동료들의 비 협조로 증거불충분으로 아무런 소득없이 퇴사하는 걸로 끝이나는 내용이었죠. 그 소설을 읽고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 소설을 많은 남성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생각도 들었죠. 초기 메갈 문학들이나 게시물들도 비슷한 양태였습니다. 성범죄자, 여성혐오자, 남성우월주의자, 차별주의자들을 하나하나 소환하며 통쾌하게 돌려주었죠.

욕들어 먹을지도 모르겠지만 메갈리아 6.9 엠블럼도 저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넷상이나 현실에 만연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수많은 언어폭력들에 딱 들어 맞는 대응이라 생각했거든요. 남성들이 가장 예민하고 수치스럽게 생각되는 남근을 내세움으로 여성혐오자들에게 되돌려주기에 가장 효율적이었죠.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미러링은 그 의미를 잃어가게 됩니다. 강자와 가해자가 대상이었어야 하는데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소아성애자 남성을 공격하기 위해서 어린 남자애를 공격하는 걸 보고 전 내가 기대했던 메갈리아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이후로... 점차 점차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과 이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다른 것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는 뭐... 워마드가 되었고 일베 못지 않은 괴물이 되어버렸죠. 참 안타까웠습니다. 대상과 방향을 정확히 잡고 적절한 방법을 이용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아마 지금의 위상과는 전혀 달라졌지 싶습니다. 그렇게 등장 이후 그들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더군요.

까칠남녀 프로그램은 비틀린 페미니즘... 그래요. 여메웜에 가까운 성향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이 싫었습니다. 목적이 옳다 한들 목적으로 가는 모든 방법과 주장들이 정당한건 아닐 뿐더러 너무나 왜곡이 되어버려서요..

그런데 그 프로그램에서 성 소수자 특집을 방송했습니다. 강호동의 아는 형님 컨셉을 차용한 모르는 형님이었는데 성소수자 특집 내용은 참 알차고 유익했습니다. 개념부터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데 많이 연구한 티가 나더군요.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방송을 했을까...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주장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인데 왜 그리 하였을까.... 여러 이유가 떠오릅니다만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방송내용이 좋다보니 더 복잡해지더군요.

내가 거부하고 꺼려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볼때 느끼는 당혹감, 어색함, 불편함과 어쩔 수 없이 드는 고마움, 감사함,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90년대부터 여성운동과 성소수자운동은 원래 한 계열이었죠. 최근의 여메웜이 변질된 페미니즘이라 한들 궤를 같이하는 건 여전하니까요. 거기다가 개신교단체와 집단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으면서도 강행하는 모습은 생각을 더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난 그들과 같은 선에 서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는 게 머리를 더 시끄럽게 만든 그런 방송이었습니다.

아!!! 연락 끊어진 지 오래되었지만 두어번 술자리 했던 사람을 방송으로 보니 느낌이 완전 다르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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