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1/03 21:39:27
Name   은우
Subject   1987, 그렇게 현실은 역사가 된다. (스포)
전 어립니다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광주에서 90년대 초반에 데모를 하다가 데모를 막으러 간 사람의 아들이니까요.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부터 저에게 얘기했습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이유 때문에 그랬었는지.

"경찰이 사람을 죽였어"
"왜?"
"고문하다가"
"왜 고문한건데?"

그렇게 저는 근현대사를 아버지 밑에서 배웠습니다.

시간은 조금 더 흘러 제가 학교에서 국사를 배우게 될 때 제가 처음 폈던 학교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을 펼쳤습니다.

두 장.
1945년 광복부터 2000년까지의 역사는 고작 두 장이였습니다.
수없이 두꺼운 과거사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분량입니다.
불과 30년 전에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작아져갑니다.

그 작은 역사조차도 배우기 싫던 수많은 친구들은 숫자를 외웁니다.
12.12 5.18 10.26 4.19 6.29
아무도 이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저 외울 뿐. 아무런 순서도 없이.

그 숫자는 그저 역사의 한 조각일뿐입니다.
기억해야 할 역사가 그저 책에서 봤던 기억의 조각으로밖에 남질 않습니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그저 우리에겐 일련의 역사가 아닌 책의 한 단락으로만 보여집니다.
그렇게 잊혀져갑니다.




그런 역사를 이 영화는 절묘하게 편집해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구성해냅니다.



강동원이 처음 나왔을 떄 의문을 가졌습니다. 저 캐릭터가 여기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강동원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갑니다. 도대체 저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일까.

2시간을 연달아 달려오던 영화는 그떄 저에게 보여줍니다.

그 순간 꺠닫습니다.

사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떨어질 수 없는 동일한 역사의 부분에 위치한다는 걸.

따로 기억했지만 원래 하나였다는 걸




김태리가 묻습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2017년의 저는 비록 그 때를 산 건 아니지만 최근의 역사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대답해 줄 수 있었습니다.
"그거라도 해야 세상이 바뀐다고"





+ 올해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9
  • 너무 좋은 영화였습니다 저도 2017년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해요 혹여 손익분기점을 못 넘거나 천만 못 갈 것 같으면 한번 더 보려고요
  • 영화 좋았어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889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AI홍차봇 18/01/04 4546 1
6888 영화1987, 그렇게 현실은 역사가 된다. (스포) 4 은우 18/01/03 4535 9
6887 스포츠180103 카와이 레너드 25득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swf 3 김치찌개 18/01/03 4443 1
6886 방송/연예최근 10년간 멜론 탑 10 그룹별 진입 곡 숫자 조사 3 Leeka 18/01/03 4510 0
6885 IT/컴퓨터정보 기술의 발달이 지식 근로자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추억 11 기쁨평안 18/01/03 5428 17
6884 기타신발 모으기.jpg 8 김치찌개 18/01/03 5611 1
6883 일상/생각사투리 36 tannenbaum 18/01/03 6996 7
6882 의료/건강타 커뮤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홍차넷 탐라를 찾는 이유 27 소맥술사 18/01/03 6996 14
6881 IT/컴퓨터인텔, CPU 대형 결함 발생 15 Leeka 18/01/03 6298 0
6880 경제한국 직장인 1500만명의 실제 수입 14 Leeka 18/01/03 8474 3
6879 도서/문학지난 달 Yes24 도서 판매 순위 AI홍차봇 18/01/03 5109 2
6878 일상/생각최근 팟캐스트 시장 동향? 4 커피최고 18/01/03 6099 5
6877 일상/생각영화관의 비상구 계단과 관련해서 3 Liebe 18/01/02 4499 1
6876 일상/생각집 근처에 고등학교 야구부 있으면 좋은점 7 사람사람 18/01/02 4503 0
6875 도서/문학밑줄치며 책 읽기 (1) <하류지향> (우치다 타츠루, 2013) 5 epic 18/01/02 6631 7
6874 창작밀 농사하는 사람들 - 3, 후기 2 WatasiwaGrass 18/01/01 4316 6
6873 창작밀 농사하는 사람들 - 2 WatasiwaGrass 18/01/01 4114 2
6872 창작신춘문예 미역국 먹은 기념으로 올리는 소설(밀 농사하는 사람들) - 1 WatasiwaGrass 18/01/01 4858 5
6871 역사2010년 중국 혼다 자동차 부품회사 파업 성명서, 중국의 노동운동 1 코리몬테아스 18/01/01 5949 3
6870 스포츠180101 오늘의 NBA(러셀 웨스트브룩 38득점 15리바운드 11어시스트) 김치찌개 18/01/01 3963 1
6869 영화'메존일각'에서부터 클래식 할리웃 거슬러 올라가보기 5 구밀복검 18/01/01 4590 5
6868 일상/생각오랜만에 어머니와 새해를 맞았습니다. 32 1일3똥 18/01/01 6580 37
6867 역사작전과 작전 사이 (0) - 프롤로그 8 호타루 18/01/01 6330 6
6866 일상/생각고등학교 교사 체험기 (1) 4 루아 18/01/01 4955 4
6865 스포츠171231 오늘의 NBA(스테판 커리 38득점) 김치찌개 17/12/31 3351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