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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1/25 05:25:26
Name   Erzenico
Subject   Modal Jazz - 지적인 당신은 너무 멋져요
어떤 이들은 말합니다
- 록 기타리스트는 3개의 코드로 3000명의 관객 앞에서 연주하고 재즈 기타리스트는 3000개의 코드로 3명의 관객 앞에서 연주한다고.

그러나 아무리 코드가 다양하다 하더라도 코드의 진행을 생각하고
이것이 거슬리지 않게 배치하여 연주하려면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한 연주자 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1953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조지 러셀은
Lydian Chromatic Concept of Tonal Organization라는 제목의 책을 내며
고전적인 [선법 Mode]에 의한 반음계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상당히 자유로운 멜로디 메이킹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 이론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연주자가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와 빌 에반스,
그리고 존 콜트레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1959년 등장한 모달 재즈의 첫 걸음이, 바로 마일스의 [Kind of Blue] 입니다.


서울 소재 모 대학의 재즈 동아리 이름이기도 한 [So What], 쿨한 마일스의 성격이 드러나는 듯한 제목.

이 앨범은 역대 최고의 재즈 음반을 꼽는 설문에서 늘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주로 1위...)
소위 말하는 명반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처음 이 음반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는 말은
["대체 왜 이게 명반인거야?"]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음반의 가치는 이 음반이 등장하기 이전의 음악,

즉 비밥에 대한 완벽한 안티테제를 제시했다는 점에 있기 때문에 :
1. 빠른 비트 -> 느린 비트
2. 코드 크로매틱 -> 모드 크로매틱
3. 분명한 멜로디를 가진 주제부 -> 모호한 주제부
4. 일반적인 II-V-I 등의 '코드 진행' -> 코드 진행의 무효화


익숙하지 않은 음악을 새로이 만들어 냈다는 것이 가장 큰 가치인 실험적인 음반이므로
이후 등장하는 세련되게 다듬어진 음반들에 비해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음반의 가치를 충분히 느끼려면, 재즈를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권장되지 않고
만약 권할 경우에는 클래식 음악 - 그 중에서도 라벨,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등 - 에 익숙해져 있을 경우
다소 익숙하게 들릴 수도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클래시컬한 연주, 부드러운 터치로 인해 재즈계의 쇼팽이라 불렸던 빌 에반스의 Blue In Green.

이후 모달 재즈는 60년대를 관통하는 재즈의 유행이 되지는 못합니다.
첫째로 하드밥이라고 하는 기존 음악의 계승자를 극복하기엔 '너무 어렵게' 들렸고
둘째로 곧 다가온 록의 시대에 밀려나 재즈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었으며
셋째로 이 음악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 허비 행콕이나 웨인 쇼터, 존 콜트레인 같은 뮤지션들이
  빠르게 이 음악을 흡수한 뒤 아방가르드, 퓨젼, 포스트-밥 등의 후속 서브장르로
  소위 말해 '먹튀'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싫어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그리 될 운명인 거쳐가는 장르인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면 이 음악을 이어받은 그들이 60년대에 전개한 음악들을 들어보면서
오늘의 글은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법 반음계와 스탠다드한 코드 체인지를 결합하여 만든 곡 Dolphin Dance. 듣기는 좋은데 즉흥연주는 쉽지 않다.


아직 완전히 영적인 spiritual 음악으로 넘어가기 전의 콜트레인.



11
  • 좋아! 좋아!
  • 내가 3명의 관객이라니??!!
  • 춫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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