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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1/29 00:45:45
Name   soul
Subject   6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6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1년반동안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다가 올해 초에 헤어졌습니다.
예전에 나얼이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질 때, 몇년간은 헤어지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잖아요.
5년 만난 시점에서 헤어지기를 결정하고 나서, 거의 1년반 가량 헤어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힘드네요.
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헤어졌는지는.. 성격 차이가 가장 큽니다.
조용조용한 성격인 저와는 성격이 반대였습니다.
일희일비 하는걸 최대한 자제하는 저에게는 상대방의 성격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운전하다가 길만 잘못 들어도...

얼마전 어머니와 부동산에 다녀왔습니다.
길이 너무 막혀서... 약속시간보다 10분 가량 늦었습니다.
늦었는데 가는 길 마저도 잘못 들었는데요... 저희 어머니는 그냥 조용히 길을 잘못 든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에.... 그분과 차 타고 여행다닐 때
길을 잘못 들었을때... 그때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당황했는데, 쏘아대는 그 목소리가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기억...
말을 하면 싸움으로 번졌던 그 때의 기억이 났습니다.


성격이 안 맞아서 간극이 벌어지니 그 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집안의 경제력과 화목함의 차이..

저희 집은 못 사는 편은 아니고 가족이 화목한 편입니다.
상대방은 못 사는 편이고.. 불화가 컸습니다...


경제력과 화목함에 대한 차이를 못박은 계기가 동생의 결혼이었습니다.
동생이 결혼한 상대방은 꽤 잘 삽니다. 그리고 가족간 화목했습니다.

천만원 단위는 쉽게 쓸 수 있는 사람들이고, 저는 그게 이상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로 잘 지내기 위해서 돈을 썼기 때문에...
제 상대방은 이걸 못 견뎌 했습니다.
동생 가족을 비난하기 시작했는데... 말을 해도 해결이 안 됐습니다.


그간 쌓여온 서로의 차이가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만들었네요.
힘드네요.
아무리 1년반 동안 헤어짐을 준비해 왔어도.
통틀어 만난 기간은 6년이었으니.


어제 부모님과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선 얘기가 나옵니다.
그러네요... 그간의 6년. 저도 나이가 참 많이 들었습니다. 선이라...
내 젊은시절, 그녀와 함께 보낸 것이었군요.

정리한지 한달정도 되었는데 정말 힘드네요.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힘듭니다.
울음은 커녕 웃을거라 생각했는데 울음이 나옵니다.
헤어짐이란 이런거군요.


오래전 사진을 봅니다.
그래 이런 사람이었지...
내 아이폰, 몇십기가의 사진이 그녀의 사진입니다.
6년이 넘는 세월, 사진도 한가득....
이 사진을 지우면 내 아이폰은 텅텅 비어버리겠지요..


몇번이나 사진을 지우려고 핸드폰을 꺼내들었지만
아직.. 차마... 이 사진을 못 지우고 닫고 마는 제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 내 자신..

그러다 문득 내 젊은 시절 그녀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
인화했습니다...
그리운 내 젊은 시절.. 그마저도 그녀가 찍어준 사진이었구나....
사진속의 내 모습... 정말 행복해 보인다... 그땐 정말 행복했었지...

집안 곳곳에 있는 그녀가 준 선물들.....
그중엔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 걔가 준거 아니니"라고 하면서 더 이상 만지지도 않는 우리 엄마...
괜히 섭섭하면서도 당연한 엄마의 반응이기도 하면서도...

그렇구나....
6년의 시간은 이렇게 긴 것이구나......
나도 이렇게 힘든데 그녀도 힘들겠구나.....
하지만 다시 만나기엔... 서로가 너무나도 힘든...... 그런 상황.....

헤어짐이란 이런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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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을 만났는데, 1달은 너무 짧습니다. 시간이 해결해줄 겁니다. 그동안 몸 상하지 않게, 마음 다치지 않게 잘 갈무리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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