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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2/04 00:10:02
Name   tannenbaum
Subject   구국의 강철대오
단대에서 주최한 1박 2일 신입생 OT에서 제일 처음 배운건 전대협 구호와 전대협 진군가였다.

일어섰다 우리 청년 학생들 민족의 해방을 위해 뭉치었다
우리 어깨를 걸고 전대협의 깃발 아래 강철같은 우리의 대오
총칼로 짓밟는 너 조금만 더 쳐다오 시퍼렇게 날이 설때까지
아아~ 전대협이여 우리의 자랑이여 *나가자 투쟁이다 승리의 그 한 길로

진군가를 마치면 바로 이어지는

구국의 강철대오 투쟁! 투쟁투쟁!!

NL이 전국 대학 주류였던 시절.... 늘 최류탄이 넘실대던 90년대 초반 전국의 대학들은 어쩌면 가장 열정적인 학생운동 시절이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피어오르는 불꽃처럼 말이다.

93학번이던 내가 학부에서 만난 가장 오래된 학번은 84학번이었다. 군대 3년, 감옥 2년, 휴학 2년, 유급을 거쳐 이제 3학년이던 선배는 마지막 학생운동 불꽃을 태우고 다음해 취업준비 후 은행에 입사했다.

그때 선배들은 말했다.

요즘것들은 신입생이 되어서 도서관부터 찾는다.
국민과 노동자를 위해 당연히 앞장서야 하는데 지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들이다.
학생운동은 선배들의 뜻을 이어야 할 사명이지 선택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말을 증명하듯 4년 중 3년은 거리에 나가 국구의 강철대오를 외치며 진군가를 부르며 백골단과 맞섰다.

그리고 모두들 84학번 형처럼 졸업반이 되면 대기업으로, 은행으로, 보험사로, 카드사로... 무난히 취업해 나갔다.

제대 후 자격시험을 준비하던 97년 말... IMF가 터졌다. 그리고 세상은 바뀌었다. 5-60만원 하던 등록금은 끝을 모르고 올라가 이젠 400만원에 육박한다. 비정규직, 계약직, 인턴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노동시장이 생겨났다. 그래서 아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조금이라도 안정된 직장을 위해 전력질주를 해야만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앞만 보고 미친듯이 말이다.

가끔씩 궁금해진다.

그때 구국의 강철대오를 외치던 그 수많은 선배들이 지금 입학을 한다면? 대신 앞 길 고민하는 지금 아이들을 80년대 신입생으로 돌려보낸다면?

아마도 지금 아이들은 그 선배들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학생운동에 매진했을거다. 반면.. 80년대 학번 그 선배들이 지금 신입생이 된다면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했던 그 냉담한 이기주의자가 되었을거다에 내 아파트를 건다.

레알!!



10
  • 아파트도 있으신 분


CONTAXS2
그럴 수도, 아닐 수도
tannenbaum
다행이다...
아파트 뺏기는 줄....
그선배들이 지금신입생이 되면 지금신입생들과 똑같아질테지만
지금아이들이 그때로 간다해도 그선배들처럼 학생운동하지는 않을거같습니다
맥주만땅
뭐 그냥 당시의 학생운동도 큰 뜻이 있었다기 보다는 앞에 서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어느 집단이나 마찬가지 이지만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취직도 빨리하고 성공도 잘 합니다.

확률적으로....


아... 그리고 착취도 잘 합니다.
4
당시의 시대정신이 있었으니 지금의 아이들이 돌아가도 나서는 아이들이 꽤 있을 겁니다.
and 그때 학교를 다닌 세대들도 도서관이 우선이거나 개인주의적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혈기방장한 시절에 '정의'에 대해 천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의'보다는 마르크스가 재밋었습니다.

앞에 서있는게 좋았다기보다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거기에 있었습니다.

물질이 정신을 규정하듯 변하기는 했습니다.
착취할 줄 알지만(착취하는 자들로 부터 월급받아먹지만) 착취하는 자들을 속이고 그들의 ... 더 보기
당시의 시대정신이 있었으니 지금의 아이들이 돌아가도 나서는 아이들이 꽤 있을 겁니다.
and 그때 학교를 다닌 세대들도 도서관이 우선이거나 개인주의적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혈기방장한 시절에 '정의'에 대해 천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의'보다는 마르크스가 재밋었습니다.

앞에 서있는게 좋았다기보다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거기에 있었습니다.

물질이 정신을 규정하듯 변하기는 했습니다.
착취할 줄 알지만(착취하는 자들로 부터 월급받아먹지만) 착취하는 자들을 속이고 그들의 뒷통수를 치기도 합니다
1
步いても步いても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최종병기캐리어
예전부터 이런 말이 있었죠.

사회운동도 부르조아들이나 하는거. 달장 내일이 급한 사람들은 그런거 생각도 못해.
메존일각
서울의 더 좋은 대학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접 본 적이 없으니까. 제가 다니던 학교는 운동권으로는 전국에서 명성이 자자하던(?) 지방 국립대였는데 그런 곳에서 제가 운동권에 전혀 관심을 안 보인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였어요.

1. 대학교수시던 아버지가 운동권에게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신 것.(요건 더 어렸을 땐 모르다가 대학 몇 년 다니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
2. 제가 대학생이 되어 보니 운동권이란 애들이 하는 얘기가 그야말로 망상에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고개는 빳빳해서 거부감이 들더라는 것.

특히 광주는 김... 더 보기
서울의 더 좋은 대학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접 본 적이 없으니까. 제가 다니던 학교는 운동권으로는 전국에서 명성이 자자하던(?) 지방 국립대였는데 그런 곳에서 제가 운동권에 전혀 관심을 안 보인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였어요.

1. 대학교수시던 아버지가 운동권에게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신 것.(요건 더 어렸을 땐 모르다가 대학 몇 년 다니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
2. 제가 대학생이 되어 보니 운동권이란 애들이 하는 얘기가 그야말로 망상에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고개는 빳빳해서 거부감이 들더라는 것.

특히 광주는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서 그들이 부르짖던 구호의 상당수가 구심점을 잃게 되었죠. 그 전까지 그래도 오냐오냐 해주던 학교 주변 상인들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상태였고. 그러니 더더욱 악만 남은, 이를 테면 박사모 같은 유치뽕짝들만 남게 된 느낌이었죠.

더욱이 과에서 감옥 다녀온 선배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더 위의 선배들에게 꼬드겨져서 집회 나갔다가 잡혀서 옥살이 한 사람들이었죠. 멋모르는 학생들한테 헛바람 넣어놓고 감옥 보내는 작자들이라니.
1
물푸레
저 대학 다닐 때 남총련 기차탈취사건으로 홍대로 동원되어 나간 적이 있는데 "뭐야, 이 형들. 무서워." 같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步いても步いても수정됨
아는 사람 중에 80년대 초반 학번으로 학생운동 했던 사람이 하나 있는데, 그냥 의무감으로 휩쓸리듯 했다고 하더라구요. 도저히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대요.
그 사람은 앞에 나서길 좋아하기는 커녕, 숫기도 없고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사람인데, 시대가 시대다 보니까, 그래서 권력의 무자비함과 국민의 고통이 너무나도 눈에 잘 보이니까, 그리고 바로 옆에서 친구들이 맞고, 터지고, 끌려가고, 심지어 죽고... 그러다 보니까 학생운동에 참여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겠더라구 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뭐 대단하게 한 것은 없고 그냥... 더 보기
아는 사람 중에 80년대 초반 학번으로 학생운동 했던 사람이 하나 있는데, 그냥 의무감으로 휩쓸리듯 했다고 하더라구요. 도저히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대요.
그 사람은 앞에 나서길 좋아하기는 커녕, 숫기도 없고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사람인데, 시대가 시대다 보니까, 그래서 권력의 무자비함과 국민의 고통이 너무나도 눈에 잘 보이니까, 그리고 바로 옆에서 친구들이 맞고, 터지고, 끌려가고, 심지어 죽고... 그러다 보니까 학생운동에 참여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겠더라구 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뭐 대단하게 한 것은 없고 그냥 시위하다 몇 번 잡혀서 끌려가고, 얻어 맞고 하긴 했지만 다행이도 감옥은 안 가고 적당히 졸업해서 적당한 대기업에 취직은 했었는데,
거기서 또 무슨 노조 만든다고 얼쩡거리다가 결국은 잘리고 말더군요.
그 사람 말을 들으면 제가 보기엔 그 때나 지금이나 그냥 사람들은 다 같은 사람들이예요. 다만 그 당시에는 시대가 사람들을 운동에 끌어들이는 환경이었고 지금은 그렇지 않고 개인적인 생활에 몰두하게 되는 시대인 것이겠죠. 시대가 수상하니까 또 모두들 촛불 들고 나서는 것 보면, 운동권이란 집단은 없어졌어도 운동 자체는 없어지지 않고 다른 형태와 내용을 가지고 계속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존주의
굳이 현재를 다독이기 위해 과거를 조롱할 필요가 있을까요. 무난히 취업하던 시대에 무난히 취업한것도 죄인가요. 운동 한번 했던 사람은 평생 투신해야만 하는 의무라도 있는건지요. 그런사람도 있고 이런사람도 있고 저런사람도 있는거겠죠.
tannenbaum
그런사람 이런사람 저런사람들 중 도서관 가는 학우들..후배들을 비웃고 비난하던 선배들에게 하는 말이지요.
과거를 조롱하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타는저녁놀
반대로 언젠가부터 운동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아졌습니다. 오프라인보다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익명으로 많더군요.
도서관 앞에서 진행하는 이한열 열사 추모제에 기말고사 준비하는 기간에 시끄럽다고 뭐라 하는 글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보이긴 했으니까요.
그때 그 사람들이 더 낫고 못하고, 지금 사람들이 더 낫고 못하고가 있을까요. 그냥 된 사람은 된 사람이고, 부족한 사람은 부족한 사람일 겁니다.
tannenbaum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시절이 더 낫고 옳고 바르다는 게 아니지요.
그때 그 선배들 중 정말 존경스런 분도 있었고 겉멋만 든 얼치기들도 있었습니다.
그 얼치기들에게 하는 말이지요.
기쁨평안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저와 제 친구들을 벌레취급하던 선배가 생각납니다. 정작 그는 현재 노조없기로 유명한 국내 최고 대기업에 잘 다니고 있는데, ㅋㅋㅋ
그럴거면 대체 왜이렇게 날 욕한건지...
켈로그김
운동이 부질없음을 운동권 선배에게 알바비 30만원을 떼이고 깨달았습니다.
인생은 각자도생 하는거란걸...
새벽 4시까지 알바한 생계비를 빌려가고 갚지 않다니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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