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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3/21 17:40:40
Name   기쁨평안
Subject   간략하게 알아보는 희년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5GaIVjTT4Zg

얼마전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 조찬기도회의 축사입니다.

여기서 문재인대통령의 연설중 "희년"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죠.

대통령의 입에서 희년이 나오고, 조찬기도회의 대표 목사인 소강석은 '교회의 재산을 왜 국가가 강탈하려 하느냐' 며 종교인 과세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을 했죠.

누가 목사인지 헷갈리는 장면이기는 한데, 아무튼 이 희년이라는 개념이 성경적인 개념이다보니 잘 모르실 수 있는 분들도 있으셔서 간략하게 나눠보고자 합니다.

[종교글 주의]

성경에서 제시하는 개념 중 그 근방의 중앙아시아 지방의 다른 종교와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안식"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의 제일 처음, 창세기부터 이 안식의 개념이 등장하는데요. 조물주가 인간을 창조하고 난 다음 제일 먼저 한 일이 "안식"입니다.

같이 쉰 거죠. 여타 종교에서 처럼 인간이 노동력 착취의 대상이나, 우연의 소산인 것과는 다른 지점이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안식입니다.

이 때문에 유대 민족은 노예 제도를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식일에는 노예와 가축들도 쉬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확장하여, 안식년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농사를 지을 때 7년째가 되는 해에는 농사를 쉬었던 것입니다. 그 기간에는 지력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리고 이 일곱번째 안식년이 일곱번 반복이 되는 해, 즉, 49년이 지나고 50년째가 되는 해는 "희년(기쁨의 해, 영어로 jubilee)"로 특별하게 다뤘습니다.

희년과 토지 공개념

유대인들에게는 이미 예전부터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다라는 개념이 명확했습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했을 때 배분된 땅을 그대로 가지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며 살았던 것이죠. 그리고 절대로 판매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당시 일종의 사회보장제도였는데, 아무리 가난해도 땅이 있으면 먹고는 살 수 있던 시대이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흉년이 오랬동안 들거나, 노동인구(주로 남자)가 질병이나 사고로 죽거나 해서 도저히 물려받은 땅을 경작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러면 어쩔수 없이 부자들이나 권력자들에게 땅을 저당잡히고 돈을 빌릴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노예로 팔려가는 거죠.

여기서, 이 "희년"이라는 제도가 작동을 합니다. 희년이 되면 [모든 빚이 탕감]이 되는 거죠. 그러면 빚을 갚지 못해 노예가 된 사람들이 자유민으로 해방이 되고, 저당으로 잡혔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던 땅의 경작권을 다시 돌려받게 됩니다. 그래서 노예살이로 떠났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기쁨의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는 것이죠.

'빚을 모두 탕감하다니 채권자는 죽으라는 말이냐? 이거야 말로 포퓰리즘이다.' 라고 외칠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채무의 기간이 50년입니다. 그 안에 갚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갚은 것이고, 50년이 넘어가는 채권이라는 건 사실상 "악성 채권"인 것이죠. 그 정도라면 소각을 해도 된다는 것이 희년의 정신인 것이죠.
(성남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쥬빌리은행도 바로 이 희년의 정신에서 비롯된 제도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큰 채무라 해도, 한 세대가 끝나면 그 다음까지는 이어지지 않도록 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50년이면 한 세대가 끝나고 다음 세대가 시작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 세대가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생계기반으로 경작할 땅을 제공해주는 것이죠.

그래서 땅을 저당잡힐 때도 그 금액이 다음 희년으로부터 얼마나 기간이 남았는지에 따라 평가금액도 차등적으로 적용이 되었다고 합니다.
즉, 다음 희년이 앞으로 30년이 남은 것과, 2년이 남은 경우 같은 땅이라 하더라도 빌려주는 금액이 달라지는 것이죠.

그래서 성경에서 토지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집니다.
고대 이스라엘 왕국 역사기간동안 가장 악한 왕이라고 일컬어지는 왕이 "아합"이라는 왕입니다.
사실 이 왕 말고도 다른 악한 왕들은 많이 있는데, 그중 최고가 이 "아합"이라는 왕인데, 이 왕에 대해 최종적인 심판과 저주가 임하게 된 것은 이 왕이 나봇이라는 사람의 포도원을 빼았았기 때문입니다. 절대권력의 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포도원을 빼앗기 위해 고민하고 고심하면서도 주저하는 모습이 성경 열왕기상에 잘 나와있는데요. 그 땅을 빼앗기위해 거짓 누명을 씌우고 거짓 증인을 세워 재판 결과를 조작하는 등 수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서야 겨우 포도원 하나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 그 당시 토지에 대한 유대민족의 생각이 잘 드러나죠.

그리고 신약에 와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이라는 것도 사실은 원어적으로 "채무 탕감"에 대한 이야기, 즉 희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복음, 구속, 대속 이라는 말이 다 사실은 채무 탕감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사실, "희년"은 "토지공개념"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제도입니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도 성경의 토지 개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아시는 분들이 이제는 많이 없을 텐데 "대천덕" 신부님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직책은 신부지만 소속은 성공회 소속입니다. 미국인인데 한국으로 귀화를 하셨죠.

이분이 6.25 이후 한국에 오셔서 성공회 대학교도 세우고 여러가지 일을 하시다가
강원도에 예수원이라는 수도공동체를 세운 다음, 여러 저술 강연활동을 했는데 그중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 이 토지제도 개혁이었고요.
틈만 나면 대통령과 국회의원들과 장관들과 엘리트층에게 지속적으로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분의 가르침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요.
노태우 시절의 토지공개념,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종부세에도 이러한 개념들 중 일부가 정책입안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추미애 대표의 발언에도, 개헌안에도 등장을 하게 되었네요.

저야 경알못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들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어떤 정책이든 "희년"의 정신이 담겨있는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는 것에는 항상 지지를 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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