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3/26 23:47:46
Name   化神
Subject   '사라진 밤' 평가 : 스포일러 다량 함유
사실 어제 두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낮에 '사라진 밤' 을 보고 밤에 '퍼시픽 림' 을 봤는데 퍼시픽 림을 보게 된 계기가 사라진 밤을 보고 난 뒤 찾아온 허무함 때문이었습니다...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삼김시대입니다.

초반 분위기는 잘 만들어갑니다. 국립과학수사연원에서 벌어진 시체 도난 사건입니다. 국과수라는 다소 낯선 공간에서 그것도 시체 도난 사건이라니.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에서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분위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채워집니다.

도난당한 시체는 굴지의 제약기업 사장 윤설희(김희애)이고 그의 남편은 박진한(김강우) 교수 입니다.

아내의 사망 후 유족들이 돌아가자 바로 내연녀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둘 사이의 결혼 생활이 평탄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데요,

하지만 아내의 시체가 도난 당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바로 패닉에 빠져들게 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그렇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 과거의 엘리트 경찰 현재의 날림 경찰 우중식(김상경)과 일단의 경찰들은 김강우를 국과수에 불러내고 구속 아닌 구속을 하며 수사를 합니다. 우중식은 본능적으로 박진한이 윤설희를 죽였다고 의심하며 수사를 진행합니다.

한편 국과수에는 박진한을 둘러싸고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게 되는데, 박진한은 이를 통해서 윤설희가 살아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음모를 깨닫고 오히려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것으로요.

윤설희는 박진한에게 모든 것을 주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습니다. 박진한은 자신이 마치 인형같이 느껴졌을 겁니다. 교수이자 제약회사의 이사이고, 실제로 능력도 있었지만 아내의 간섭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지 못하고 '세기의 결혼'을 자랑하기 위한 도구처럼 다뤄졌으니까요. 그런 박진한에게 김혜진(한지안)은 어리고, 열정적이고 또 박진한에게 헌신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어느새 혜진에게 빠져든 박진한은 연구과정에서 개발해낸 독약을 윤설희에게 투여하려고 합니다. 이 독약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며 일정 시간 후에는 체내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부검으로도 그 정체를 알 수 없고 일반적인 심장마비처럼 보이게 하는 완전범죄를 가능케하는 약물이구요.

박진한이 가지고 있던 핸드폰의 배터리는 모두 방전되는데, 혼자 있던 사무실 시체안치소에 의문의 시신가방과 함께 핸드폰이 전달됩니다. 그 핸드폰에는 윤설희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문자메세지들이 있고 이것을 보게된 박진한은 윤설희가 살아있다고 직감하게 됩니다.

우중식의 막무가내식 수사에 경찰도 더이상 버틸수가 없게 됩니다. 우중식의 상사(권해효)는 우중식의 과거 트라우마를 언급하는데, 사실 우중식은 결혼을 앞둔 연인(경수진)을 뺑소니로 잃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리에는 그녀의 핏자국만 무성할 뿐, 어디에도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우중식은 그녀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로 인해 폐인과 마찬가지인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우중식의 상사는 이 점을 언급하며 박진한 역시 아내의 죽음으로 상심해 있을텐데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며 정신차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수사는 윤설희와 박진한 사이의 결혼계약서와 박진한의 독살 계획이 담긴 불법 도청 usb가 발견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만약 박진한(을)이 외도를 하고 이를 윤설희(갑)가 알게되면 아무것도 없이 내쫓긴다는 조항이 담겨있던 결혼계약서를 발견하면서 우중식은 이를 통해 박진한이 윤설희를 살해했음을 확신하고 자백을 받아내려 압박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혜진과 통화하던 박진한은 자신과 혜진이 미행당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고 혜진에게 전화를 걸어 도망칠 것을 지시합니다. 윤설희가 자신과 혜진에게 복수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혜진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깁니다. 혜진이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게 된 박진한은 이성을 잃고 달려나가고, 그런 박진한을 우중식이 가볍게 제압합니다.

이성을 차린 박진한은 자신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고 혜진은 그런 자신에게 한줄기 빛과 같았다며 한탄 아닌 한탄을 하는데, 더 이상 그를 붙잡아 둘 수 없게 된 우중식은 그를 풀어주고 맙니다. 박진한의 핸드폰으로 윤설희가 보낸 문자가 도착하고 거기엔 우리의 비밀이 간직된 곳이라는 비밀스러운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를 본 박진한은 윤설희가 살아있음을 확신하고 문자가 지시한 그 장소로  

그러나 수사 본부를 정리하느라 다른 경찰들이 정신팔린 사이 우중식은 포기하지 않고 박진한의 뒤를 쫓습니다. 그에겐 이미 위치 추적기가 있었거든요. 박진한이 찾아간 곳에 윤설희는 없었고 우중식이 나타나 박진한을 습격합니다.

그러면서 우중식이 어떻게 박진한을 찾아왔는지 설명하기 시작하는데...

[강력 스포]


[강력 스포]


[강력 스포]


[강력 스포]


[강력 스포]


[강력 스포]


[강력 스포]



사실 우중식의 연인을 뺑소니로 죽게 만든 것은 윤설희와 박진한이었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된 우중식과 같이 뺑소니를 당했던 여동생은 복수를 계획하게 되고,
윤설희의 시체를 빼돌린 것은 우중식이었고 박진한의 내연녀 김혜진은 당시에 같이 뺑소니를 당했던 여동생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윤설희는 계속 죽어있던 것이구요..

결말은 더 있긴 한데... 암튼 여기까지 보셨으면 다 보신거고..

정말 초반의 소름끼치는 분위기가 긴장감을 가져와서 정말 윤설희가 살아서 이런 복수를 계획한건가? 싶게 만들었는데, 마지막 반전을 설명하는 과정이 너무 맥이 빠집니다.

몇 년에 걸쳐 계획한 복수가 김상경의 입에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긴장이 낙하산을 타고 떨어지는 느낌이더군요. 그리고 김강우, 김상경의 연기가 왠지 겉도는 느낌도 있구요. 이 부분은 저도 확실하지는 않은데 특히 김상경이 껄렁껄렁한 경찰의 모습이나 후반부에 치밀하게 계획했던 복수를 성공하고 자비롭게? 김강우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은 너무 나레이션처럼 전달하는데 급급한 모습이었습니다.

김희애의 출연은 짧았으나 그 짧은 순간에도 그동안 김희애가 보여주었던 모습의 답습 같았구요. '밀회'에서의 이미지가 겹쳐보였습니다.

혜진 역의 한지안 씨는... 예쁘네요. 배역이 나이 어린 내연녀였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연기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앵앵거리는 것 같은 발성이 조금 거슬렸습니다.

영화 스토리 상으로 헛점도 많은데, 어떻게 결혼계약서를 빼돌렸는지가 의문이고, 혜진이 진한 몰래 빼돌렸던 독약 한 앰플도, 그 숫자를 안 세고 있을리가 없는데 진한이 놓쳤다는 점도 있고,

중간에 나오는 혜진과 진한 사이의 관계가 깊어지는 장면에서도 아니 대학 교수와 학생이 캠퍼스 내에서 그렇게 붙어다닌다고요??? 이게 대한민국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오피스면 몰라도... 저는 이 부분에서 매우 몰입이 깨지더라구요, 그 외에도 허술한 부분이 많습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점들이 꽤 많아요.(칠판에 가끔 나오는 케미컬 포뮬라는 덤이고... )

스릴러 영화의 함정은 복선을 해소하기 위해 너무 많은 설명을 한다는 점인데, '사라진 밤'도 그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싶습니다. 용두사미 느낌이 강해요.

제 뒤에 있던 관람객이 그러시더군요. '누가 이거 재밌다고 그랬냐.'

한줄평. 김강우가 나온 영화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195 정치백남기 씨에 대한 진압이 위법하다고 당시 경찰 살수가 위법하다고는 볼 수 없다 7 化神 16/07/05 3139 0
    8126 도서/문학책 읽기의 장점 1 化神 18/08/27 4292 9
    4005 정치유승민 국회 의원 강연 내용 및 감상 14 化神 16/10/25 4665 0
    4120 정치민주주의를 위한 변론 17 化神 16/11/10 4228 5
    4357 음악제가 좋아하는 퓨전 국악. 14 化神 16/12/11 4646 0
    5093 일상/생각토로(吐露) 1 化神 17/03/06 3592 2
    4730 일상/생각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냐. 16 化神 17/01/31 3664 7
    4904 일상/생각행동유형을 진단해봅시다. 8 化神 17/02/17 4896 0
    9354 의료/건강치약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 2편 化神 19/06/27 4354 4
    6533 게임연소의 3 요소 2 化神 17/11/05 4872 8
    6917 문화/예술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후기 4 化神 18/01/08 5884 1
    7279 영화'퍼시픽 림 : 업라이징' 평가 : 스포일러 다량 함유 4 化神 18/03/25 4606 1
    7287 영화'사라진 밤' 평가 : 스포일러 다량 함유 11 化神 18/03/26 5436 0
    8079 도서/문학책 읽기의 속성 3 化神 18/08/19 4516 9
    7322 일상/생각가방을 찾아서 : 공교로운 일은 겹쳐서 일어난다. 10 化神 18/04/03 4344 9
    7471 도서/문학[서평]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 피터 콜린스, 2018 3 化神 18/05/02 4611 7
    7904 오프모임이른 오프모임 호객 (날짜 수정 28일 토요일) 34 化神 18/07/21 3814 5
    7953 오프모임7월 28일 토요일 오프모임 공지 44 化神 18/07/26 4650 9
    8484 기타착각 6 化神 18/11/07 3664 9
    8027 도서/문학독서에 도움을 주는 어플 소개 5 化神 18/08/09 4766 4
    8052 도서/문학[서평]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2011 7 化神 18/08/13 5277 4
    8247 도서/문학[서평] 세대 게임 - 전상진, 2018 2 化神 18/09/17 4913 8
    8342 일상/생각슬럼프가 나에게 찾아 왔다 2 化神 18/10/09 3860 3
    10542 도서/문학많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것 같은 책들을 소개합니다. 7 化神 20/05/02 5004 15
    8406 의료/건강치약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 7 化神 18/10/22 5528 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