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5/29 09:12:01
Name   김치찌개
Subject   미드 영어 공부법.swf


영어를 오래도록 공부해 왔는데도 외국인과 수다를 떠는 게 힘들다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영어로 수다를 떠는 건 단순히 영어 실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예전 <영어회화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에서도 언급했지만, 영어로 수다를 떨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말로라도 ‘말하기’를 즐겨야 한다. 그다지 사교적이지 않고 우리말로도 수다 떠는 게 힘든 사람이라면 영어로 얘기하는 게 더 힘들 수 있다.


영어 토론이나 영어 강의를 잘하는 사람도, 주변 사람들과 편안하게 얘기하는 small talk은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도 잘해야 하지만 미국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요무대, 윤봉길 의사, 거북선, 세월호 7시간, 88 올림픽 굴렁쇠 소년. 만일 대화 도중 이런 단어가 나온다면 우리는 다 알아듣지만, 외국인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대화에 끼어들기 힘들 것이다. 영어로 얘기할 때도 그들의 대중문화, 역사, 정치, 사회 등에 대해 잘 모른다면 대화의 흐름이 막히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세 명 이상 이서 얘기를 하게 될 경우 더 복잡해진다. 누구 한 명 소외감 느끼지 않게 적재적소에 질문도 해줘야 하고,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도 쳐줘야 한다. 얘기하는 사람이 세 명만 돼도 이야기 주제가 확확 바뀌기 쉬운데, 상대방 말을 듣고 ‘이거 얘기해야지’하고 머리 속으로 열심히 영작하고 있다가 갑자기 주제가 바뀌어 다른 얘기로 넘어가서 당황하기도 한다. 그리고 말하는 속도는 왜 이리 빠른지. 다음에 어떤 주제로, 어떤 얘기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고도로 집중하지 않으면 그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도 힘들다. 그러니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는 토론이나 강의 보다도 아무런 준비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수다가 더 어렵기 마련이다.


그럼 실생활 회화도 익히고, 대중문화/역사/정치/사회에 대한 지식도 쌓고, 외국인들이 영어로 수다 떠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관찰도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미드로 공부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미드로 공부를 하면 실생활 회화를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서 실제로 외국에 나가지 못한 사람에게도 미드는 아주 유용한 교재가 된다. 방 안에 앉아서 어학연수를 하는 셈이라고나 할까.



공부할 미드 고르기

미드로 공부를 하려면 일단 미드를 골라야 한다. 어떤 미드로 공부를 해야 할까? 가장 좋은 건 30분 내외의 코미디/드라마이다. 길이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그렇다 하더라도 공부를 할 때는 여러 번에 걸쳐 나눠서 하는 게 좋다. 30분짜리 드라마라 하더라도 한 번에 다 공부하려면 몇 시간은 족히 걸린다), 법정 드라마나 의학 드라마에 비해 실생활 회화가 가장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정 드라마/의학 드라마도 그 안에서 우리가 배울 내용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대개 미드로 공부할 때 코미디/드라마로 해야 한다고 조언하거나, 의학/법정/범죄 수사 드라마 등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약간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실생활 회화에 가장 많은 도움이 되는 건 코미디/드라마일 것이다. 허나, 내가 생각하기에 영어를 공부하기에 가장 적합한 미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미드이다. 미드로 공부를 해서 실력을 향상 시키려면 수십 번 반복해서 보고 대본을 공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여러 번 계속 봐도 질리지 않고, 대화를 달달 외우는 게 즐겁고 신나는 미드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미드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미드를 너무 ‘교과서’로만 인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미드가 ‘교과서’가 되는 순간, 그 안에 나오는 모든 걸 다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책을 놔두고 굳이 드라마로 공부하는 이유는 그것이 실생활 회화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미드 한편을 보면서 그 안에 나오는 모든 것을 다 배우겠다고 열의를 불태우다 보면 쉽게 지쳐서 포기하기 쉽다. 그러니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집념보다는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는데 더불어 영어 공부도 된다는 느낌으로 공부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영어 표현을 하나만 건졌더라도 그 시간 동안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고 즐겼다면 그것도 좋은 일일 테니까.


이런 맥락에서 공부할 미드를 고를 때는 자신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걸 고르는 게 좋다. 몇몇 추천해주고 싶은 미드들은 글 후반부에 적어 놓도록 하겠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미드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미드로 공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자신의 실력 수준과 미드의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1. 자막 없이 미드 보기

미드로 영어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자막 없이 미드를 보는 것이다. 영어 실력이 중급 이상인 분들이 주로 코미디/드라마 종류의 미드를 볼 때 이 방법을 쓰면 좋다. 이렇게 미드를 보면 자막 없이 자신이 어느 정도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지 현재 실력을 점검해볼 수 있다. 또한 자막을 읽는 대신 화면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의 어조나 톤에 대한 감각도 익힐 수 있고, 손짓과 표정, 제스처 등 비언어적 표현에도 익숙해질 수 있다. 자막이 있는 상태로 미드를 보게 되면 자막을 읽느라 귀 기울여 듣지도 못하고, 화면을 놓치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막 없이 미드를 본 후에는 반드시 대본 공부를 해서 자신이 못 듣고 놓친 부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영어 실력이 초급이신 분들께도 대본 공부를 하기 전에 최소한 1번은 자막 없이 보는 걸 권하고 싶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자막 없이 미드를 보는 게 너무 어렵다면 이 과정을 건너뛰어도 좋다.


사실 어린아이들은 이런 걸 잘한다. 아주 어린아이들도 만화를 보여주면(우리말이건 영어건 상관없이), 그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굉장히 집중해서 만화를 뚫어져라 본다. 그리고 거기에 나온 표현들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일단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지루해하고 어느 순간 딴짓을 하게 된다. (그러니 더욱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로 공부하는 게 좋을 것이다. 자막이 없어도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드라마로.) 내 경험상 영어 실력이 초급이었을 때는 자막 없이 보는 과정이 지루하고 견디기 힘들었고, 중급 정도 실력이 됐을 때부터 이 과정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2. 대본 공부하기

미드로 공부하기의 핵심은 바로 대본 공부하기이다. 영어 자막이건 대본이건 반드시 구해서 그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미드의 대본은 초급자일 경우 혼자 공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단 모르는 단어도 많을 테고, 각 단어의 뜻을 알아낸다 해도 그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으며, 거기에 문화적/사회적 배경이 깔려 있다면 더더욱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강물에서 다이빙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리던 친구가 갑자기 겁을 먹고 못하겠다고 하자 주변 친구들이 겁쟁이라고 놀리는 장면이 있다고 치자. 놀리던 친구가 갑자기 양 팔을 구부리고 날개처럼 퍼드덕 거리며 “꼬꼬댁~” 소리를 내고 웃는다. 왜 그러는 걸까? 주사를 맞은 것도 아니고, 연설문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닭이 나오는가? 그건 뭔가를 하려다가 막판에 겁을 먹고 내빼는 걸 영어로 chicken out (He chickened out. 걔가 겁먹고 내뺐어.)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모르면 드라마를 봐도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그래서 초/중급자가 미드로 공부를 할 때는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의 도움을 받거나 여럿이서 스터디를 통해 공부하는 걸 권하고 싶다.


반면 영어 실력이 중고급 정도 된다면 대본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현지인들이 어떻게 쉽고 간단한 단어들로 원하는 문장을 다 표현해 내는지, 거기에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좋다.

그 후에는 대본에 나와 있는 좋은 표현들은 입이 닳도록 달달 외워야 한다.


3. 영어 자막 켜고 드라마 보기

영어 자막을 구할 수 있다면 영어 자막을 켠 상태로 드라마를 보면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이 단계는 ‘말하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한 과정이다. 대본을 독해하듯 공부할 때는 한 문장을 이해가 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을 수 있고, 입으로 따라 외울 때도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도 된다. 하지만 영어 자막을 켜고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 긴 문장이 눈 깜빡할 사이에 휘리릭 휘리릭 지나간다는 걸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말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영어 실력이 중/고급 정도 되는 분들이라면 영어 자막을 켜고 드라마를 보면서 극 중 인물들이 어떻게 말하는지에 집중을 해서 공부를 하면 된다. 자막 없이도 70%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면, 나머지 안 들리는 30%를 영어 자막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 정도 고급 실력이라면 빨리 지나가는 영어 자막도 직독직해 수준으로 읽고 해석할 수 있을 테니까. 자막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그때 사전을 찾아보며 공부하면 된다.


드라마를 다 본 뒤, 한번 더 보면서 주인공들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 말하는 쉐도잉을 해도 좋다. 영어 자막이 켜져 있는 상태라서 따라 말하기가 더 쉽다. 그래도 어렵다면 화면을 잠깐씩 멈춰놓고 따라 읽어도 된다. 이 때는 가급적 주인공들의 발음, 어투와 어조, 제스처까지 따라 해 보자. (쉐도잉에 대해서는 <영어 듣기 실력을 쌓는 법 ? 받아쓰기>에서 자세히 설명했으니 참조하시라.)


영어 실력이 초급이더라도 대본 공부를 미리 해서 내용을 숙지하신 분들이라면 그 후에 영어 자막을 켜고 드라마를 보는 것도 좋다. 다만, 영어 실력이 초급인데 대본 공부도 하지 않고 바로 영어 자막을 켜고 드라마를 볼 경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말하는 속도가 빨라서 긴 문장도 굉장히 빨리 지나가는데, 그 자막을 따라 읽으려면 눈이 무지 바빠진다. 화면과 표정을 살피면서 비언어적 표현을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 더군다나 바로 읽으면서 해석이 되는 직독직해 수준이 아니라면 대사 한 줄을 해석하기 위해 한 장면마다 화면을 멈추고 공부를 해야 하니 더 힘들 수도 있다.


4. 한글 자막 켜고 드라마 보기

한글 자막을 켜고 드라마를 보면 영어 공부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아예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대본을 공부하거나 영어 자막으로 보는 것보다는 못하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왕초보라면 처음부터 무리해서 영어 자막을 켜고 본다거나 대본 공부를 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미드를 골라서 한글 자막으로 보는 것도 좋다. 우리말 더빙보다는 확실히 도움이 될 테니까. 예를 들어 주인공이 도자기를 옮기는 친구에게 “Easy, easy.”라고 말하는데, 한글 자막에 “조심해. 조심.”이라고 나온다면, easy가 ‘쉽다’라는 뜻 말고도 ‘조심해, 살살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걸 알 수 있다.


요새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번역도 잘 된 것들이 많다. 하지만 가끔 전문 번역인이 아닌 사람이 번역했을 경우 전혀 엉뚱한 뜻으로 해석해 놓은 경우도 있으니 한글 자막으로 공부를 할 때는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드라마에서 일자리를 찾는 주인공이 면접을 보는 장면이 나왔다. 요즘 말로 스펙이 화려하게 넘치는 사람이라서 면접관이 “이 일자리에 비해 스펙이 넘치시네요.”라고 하자, 주인공은 “I could always do with the money”라고 대답한다. 인터넷에서 구한 한글 자막은 이것을 “저는 돈 가지고는 항상 그럴 수 있죠.”라고 번역해놨다. 아마도 “돈 가지고는(with the money) 항상 그럴 수 있죠(I could always do)”라고 직역한 모양이다. 하지만 do with~는 “~가 필요하다”라는 뜻을 가진 숙어다. 그러니 저 말은 “돈은 항상 필요하죠.”라는 뜻이 된다. 자신의 경력과 스펙이 지금 면접을 보는 자리에는 넘치지만,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이 자리에 지원을 했다는 의미이다.



위에 미드로 공부하는 방법을 죽 나열했는데, 이 방법들을 모두 동원해서 공부를 해도 좋고 이 중에 자신에게 맞는 (그리고 그때그때 자기가 보는 미드에 맞는) 방법만 취사선택해서 사용해도 좋다. 나 같은 경우는 영어 실력이 중급일 때 미드로 공부를 처음 시작했고, 비교적 공부할 시간도 많았다. 그래서 미드 한 편을 공부할 때, "자막 없이 미드 보기 -> 대본 공부 -> 영어 자막 켜고 보기(가끔 쉐도잉 하기) -> 자막 없이 미드 보며 복습하기"의 방법으로 공부를 했었다. 이렇게 하면 한 편을 끝내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루할 수는 있지만, 꽤 알차게 실력을 높일 수 있다. 시간도 비교적 많고 열정적으로 공부하겠다는 의욕이 넘치시는 분이라면, 이 방법을 권하고 싶다.


만일 시간을 절약하고 싶고, 본인의 실력이 초급이라면 "한글 자막 켜고 보기 -> 영어 자막 켜고 보기(혹은 대본 공부하기)"의 순서로 공부를 하는 방법도 있다. 초급자가 자막 없이 미드를 보게 되면 내용이 이해가 안 가서 쉬이 집중이 흐트러지고 딴짓을 하게 되기 쉽다. 그럴 때는 아예 한글 자막을 켜고 봐서 내용을 다 이해한 후에, 영어 자막으로 한번 더 보면서 공부를 하는 방법을 쓰는 것도 좋다.


본인의 실력이 초급/중급 정도 된다면 "자막 없이 미드 보기 -> 영어 자막 켜고 보기 (혹은 대본 공부하기) -> 한글 자막 켜고 보기"의 순서로 공부를 해도 좋다. 초/중급자의 경우는 대본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해석하고 이해한 내용이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추후에 전문가의 번역을 보면서 자신이 맞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숨바꼭질을 하는데, 술래가 자신이 숨어 있는 커튼 앞까지 왔다가 다시 가버린 장면이 나왔다 치자. 그다음에 주인공이 커튼 뒤에서 나와서 That was close라고 말한다. 초급자라면 이 대사를 “그건 가까웠어.”라고 해석할 확률이 높다. 술래가 자기 가까이까지 왔다 간 걸 말하나 보다, 하고 넘어가면서. 하지만 한글 자막을 켜고 드라마를 보게 되면 전문 번역가는 이 대사를 “아슬아슬했어.”라고 번역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모든‘아슬아슬한 상황’에 That was close를 쓸 수 있다) 이렇듯 혼자서 대본을 공부해서는 놓치기 쉬운 표현들은 한글로 번역된 자막을 보면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제대로 된 번역 자막이 중요하다)


시간을 절약하고 싶고, 본인의 실력이 중/고급 정도 된다면 "영어 자막 켜고 보기(혹은 대본 공부하기) -> 자막 없이 미드 보며 복습하기(생략 가능)"의 방법도 좋다. 영어 자막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올 때만 그 부분을 대본 공부(자막 공부)하면서 보면 되니까.


영어 실력이 고급이신 분들이라면 아예 자막 없이 보거나 영어 자막만 켜고 보시는 걸 권한다. 한글 자막을 켜고 보게 되면 눈으로 읽는 한글과 귀로 들리는 영어가 맞지 않아서 오히려 더 헷갈린다. 한글 번역이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말과 영어의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긴 문장의 경우 눈에 보이는 자막과 귀로 들리는 영어가 다른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한글 자막에는 “그 사람이 여기에 온 줄은”이라고 나오는데 귀로는 I didn’t know that(미처 몰랐어요)가 들린다. 그다음 눈으로 “몰랐어요”를 읽는 동안 귀로는 he was here(그가 여기 있는 줄은)이 들린다. 이걸 경험해 본 사람은 이게 얼마나 헷갈리는 일인지 알 것이다. 마치 한쪽 귀로는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노래를, 반대쪽 귀로는 “나비야~ 나비야~이리 날아오너라~” 노래를 듣는 것 같다. 서로 얽혀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이쯤 읽었으면 눈치챘겠지만, 미드로 영어공부를 하는데 절대적이고 유일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실력에 따라, 자신이 보는 드라마의 난이도에 따라 공부하는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미드로 공부할 때 가장 기본적인 건 대본(영어 자막)을 공부한다는 것과 귀로 듣는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위에 나열된 방법들을 여러 번 시도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드라마로 공부할까?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고르는 드라마는 미국에서 제작된 30분 미만의 시트콤/코미디/드라마인 현대물을 가장 많이 추천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발음/문화는 미국 발음/미국 문화다. 한 편의 길이가 짧으니 공부하는 데 지루하지 않고, 한편을 끝낼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시트콤/코미디가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어 초보자에게도 문턱이 낮다. 일상생활 회화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이건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지나치게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 ‘응답하라’ 시리즈나 “어서 말해보시오.”처럼 사극 말투가 나오는 ‘구르미 그린 달빛’, 의학 용어가 난무하는 ‘낭만 닥터’로 우리말을 공부한다면 좀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는 영어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드라마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1시간이 넘건, 영드건, 범죄 수사물이건 간에.)


아래에는 일단 이 조건에 맞는 드라마들을 소개한다.


(1. 여기에는 30분이 넘는 드라마도 포함되어 있다. 어차피 미드로 공부를 할 때는 여러 번에 걸쳐 나눠서 봐야 하니까 45분 정도 되는 드라마도 큰 상관은 없으리라 본다.

(2. 여기에 있는 것들은 최근 미드가 아니라 미드의 고전(?) 격인 드라마들이다. 미드를 안 보던 사람들이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게 도와줄 미드로만 골랐다. 미드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다른 미드로 공부를 해도 좋다.


모던 패밀리 (Modern Family): 다양한 현대 미국 가정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현대의 미국 가정/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 수 있다. 코미디물.

프렌즈 (Friends): 시트콤의 대명사. 뉴욕에 사는 개성이 각기 다른 남녀 여섯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코미디. 실생활 회화 공부하기에 가히 최적의 교재.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 뉴욕에 사는 여자 네 명의 사랑과 성(性)에 대한 솔직하고 재미있는 드라마. 가끔 야한 장면들이 나오니 공공장소보다는 집에서 공부하기를 권함. 프렌즈에 비해 좀 어려울 수 있다.

가십걸 (Gossip Girl): 뉴욕 맨해튼에서 상류층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드라마.

빅뱅이론 (Big bang theory): 공부만 잘하는 범생이 타입(nerd)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박사/석사인 친구들 4명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주인공 중 한 명이 말을 꽤 빠르게 하고, 아무래도 사회성 제로인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얘기하는 부분도 좀 많이 나와서 초급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지만, 드라마 자체는 꽤 재미있다.

위기의 주부들 (Desperate Housewives): 교외 중산층 마을에 사는 4명의 주부들이 각각의 삶에서 마주하는 절박한 상황들을 코믹하게 풀어가는 드라마.

글리 (Glee): 유쾌한 뮤지컬 코미디 드라마. 노래 듣는 재미가 있다.

오피스 (The Office): 사무용지를 판매하는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드라마. 무능한 최악의 상사, 그에게 아부만 하는 동료, 상사 눈치를 보면서도 서로를 다독이는 회사 동료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보여주는 회사 드라마.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How I met your mother): 한 남자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들의 엄마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전해주는 시트콤. 과거 젊은 시절(?) 연애하는 모습만 보여주는데, 과연 누가 엄마인지 웬만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길모어 걸스 (Gilmore Girls): 이름이 똑같은 두 모녀가 서로 투닥이며, 다독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정겹게 담아내고 있다. 이들의 성이 ‘길모어’이기 때문에 ‘길모어 걸스’라고 부른다. 딸은 이해가 가지만, 엄마도 girl이라고 부르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그건 이 둘의 나이 차이가 16살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부자 부모를 뒀지만 혼자 힘으로 딸을 키워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철부지 미혼모와 공부를 잘하는 고등학생 딸이 서로 부딪히며 화해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이번에는 위 조건에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드라마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여기에 있는 드라마들은 대본을 달달 공부하겠다는 자세보다는,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는데 더불어 영어 공부까지 된다는 느낌으로 보시기 바란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어도 시대물은 뺐다. 옛날 말투나 문어체는 회화 공부에 큰 도움이안 되기 때문에.)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 시애틀에 있는 그레이스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흔히 우리나라 의학 드라마를 의사들이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 드라마도 의사들이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가 꽤 큰 비중으로 나온다.

하우스 (House): 괴짜 천재의사 하우스에 대한 드라마다. 다리를 절고, 고통을 이기기 위해 수시로 진통제를 먹는 의사. 성격이 괴팍해서 모두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의사. 하지만 실력만큼은 기가 막혀서 모두가 두 손 놓는 환자도 병명을 진단해낸다.


<법정 드라마/정치 드라마>

보스턴 리걸 (Boston Leagal): 최고의 법률회사에서 일하는 실력 있는 변호사들의 이야기. 제목에서 보다시피 드라마의 배경은 보스턴이다. 자타공인 최고의 실력을 뽐내는, 요상하고 어이없고 감동적이고 코믹한 변호사들의 이야기.

굿 와이프 (The Good Wife): 한국에서 리메이크돼서 더 잘 알려진 드라마. 남편의 스캔들로 인해 오랜만에 변호사로 복귀한 앨리시아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

웨스트 윙 (West Wing): 백악관 내에서 미국 대통령과 참모진들이 여러 정치 현안을 해결해나가는 일들을 그린 정치 드라마. 코미디가 아닌 정통 드라마, 그것도 온통 정치 이야기라서 미드 초심자에겐 다가서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한번 그 묘미를 맛보면 헤어 나오기 힘든 드라마. 정치권에서 목에 힘 깨나 주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고급 어휘를 구사하면서도 세련됐기 때문에 실생활 회화와는 또 다른 공부하는 맛이 있다. 특히 대통령의 연설이 종종 나오는데, 문장도 유려하고 연설문이 감동적이어서 이런 연설만 모아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록 진짜 대통령의 연설이 아니라 드라마 대본이긴 하지만, 순실이가 써준 연설문보다는 백배 낫다는 데 나의 소중한 백 원을 걸어본다.

앨리 맥빌 (Ally McBeal): 이 드라마 역시 보스턴이 배경이다. 변호사 앨리가 겪는 일과 사랑 이야기. 법정 드라마이고, 재판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앨리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괴팍하고 재미있는 사람들 이야기가 더 주를 이룬다.


<수사물/추리물>

베로니카 마스 (Veronica Mars): 똑똑하고 영리한 여고생 베로니카가 주인공. 아빠도 사설탐정이지만 베로니카도 아빠 못지않은 탐정이다.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을 명쾌하게 해결해나가며, 경찰이었다가 쫓겨난 아빠의 누명을 벗겨내고자 고군분투한다. 주인공 베로니카 역할을 맡은 크리스틴 벨의 목소리와 발음이 좋아서 발음 따라 하기 좋은 드라마.

24 (24): 테러방지단 CTU(Counter Terrorist Unit)에 속해 있는 잭 바우어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하루 24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방식으로 제작되어 스릴을 느낄 수 있다.

CSI (Crime Scene Investigator):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범죄 수사물 고전 중에 고전인 드라마. 그 인기에 힘입어 CSI Miami, CSI Las Vegas 도 스핀오프로 제작되었다. 범죄 현장에 나타나서 머리카락, 지문, 혈흔 등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든 증거를 취합해 범인을 잡는데 앞장서는 과학 수사대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김치찌개입니다!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듯해서 괜찬은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잠깐 해봤는데 도움이 되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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