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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6/15 16:11:48
Name   곰곰이
Subject   러시아 월드컵 좀 더 재미있게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X6dzS99ggmg
인생의 15년 정도를 위닝과 EPL 그리고 조기축구에 투자했습니다. 아이들 태어나며 다 접은 지금 돌아보면 그냥 시간 낭비였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축구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안목이 남았습니다. 오프라인 동네축구는 어렸을 적부터 고만고만하게 했었는데, 신기하게 온라인 위닝 플레이를 병행하게 되는 시점부터 실제 축구를 하는 센스도, 축구를 보는 눈도 급격히 좋아지더군요.

홍차넷 곳곳에 포진해계신 축구존잘님들에 비하면 한 없이 미천하지만
바로 그 일반인 입장에서 더 재밌게 경기를 볼 수 있는 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ㅎㅎ




1. '체력' 관점에서 보면 의외로 재밌다.
16강 진출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은 당연히 월드컵 시작에 맞추어 모든 선수의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려 F조 조별리그에 임합니다. 16강 토너먼트에 올라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조별리그에 모든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하지만 브라질처럼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은 조별리그 이후에도 길게 이어지는 토너먼트를 대비해 70% 정도의 준비수준으로 러시아에 옵니다. 그런 다음 조별리그 경기들을 통해 컨디션도 끌어 올리고 발도 맞춰가는 거죠. 그렇게 체력을 아껴야 이후 7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16강, 8강, 4강, 결승을 치룰 체력을 남겨둘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한 팀일수록 처음 조별리그 1~2차전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은 1차전에서 만나는 팀을 못 이기면 이후로도 계속 못 이길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또 같은 체력적인 이유로, 일찌감치 조별리그 2승으로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 팀은 3차전에 주전을 쉬게 하고 후보를 투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의외로 3차전에서 독일과 비길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한테 이기고, 멕시코한테 지고, 독일과 비기면 16강??




(오른발은 거들 뿐 - 염기훈)

2. 선수들의 '주발 (잘 쓰는 발)'이 어느 쪽인지 알고 보면 더 재밌다.
한국 선수들은 양 발을 다 잘 쓰는 경우가 많아 조금 예외적이지만, 좌우 측 포지션과 활용도, 크로스와 슈팅 포인트가 오른발잡이냐 왼발잡이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주요 선수들의 '주발'이 어느 쪽인지 알면 훨씬 긴장감 넘치게 경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월드컵 때 염기훈이 계속 한 박자씩 늦게 움직이고, 오른쪽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굳이 왼발로 말도 안 되는 슛을 때려도 계속 주전으로 기용된 이유가 왼발 프리킥/세트피스 찬스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왼발잡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 베일벗은 신태용호 전문 키커들, 오른발 흥민-우영, 왼발 재성-영권, 기성용 PK전담





(투혼 국대 – 2006년 프랑스전 득점이 투혼의 마지막이었던 듯)

3. 한국팀에 예전과 같은 '투혼'을 기대하면 재미없다.
최근 몇 차례 월드컵을 보면서 한국팀이 예전 대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형편없이 져도 다들 밝은 얼굴로 귀국하고 말이죠. 당장은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결국 그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예전처럼 애국심으로 무릎 다 닳아가며 뛰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서정원 선수는 미국 월드컵 때 양쪽 인대 다 늘어난 상태로 뛰었…) 선수들 각자 인생에 더 중요한 프로생활이 남아있고, 이제 국가나 축구협회가 월드컵 16강 정도로는 딱히 선수들 미래를 책임져 주지도 않으니까요. (차라리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면제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이겠죠. 그 땐 다시 투혼이 보입니다 ㅎㅎ) 아마 다른 나라들도 다들 비슷한 시기를 거쳤을 겁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다른 나라들처럼 선수들이 잠깐 국대에 와서 발 좀 맞춰보고 무리하지 않고 제 실력대로만 뛰는데도 8강 4강 갈 수 있는 실력이 될 때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리겠죠. 밤 늦도록 응원하는 국민들 입장에선 좀 아쉽겠지만, 우리가 선수들 먹여 살릴 것도 아닌데, 무작정 무리해서 죽도록 뛰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순간순간 얼마나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는가, 선수들 간 팀웍이 얼마나 좋아지는가 정도만 기대하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4. 한국팀 전망 (부제: 손흥민 제발 다치지 마라 ㄷㄷ)
뻔한 이야기지만, 현재 한국팀은 거의 손흥민 원맨팀이자 본선진출국 중 최약체 그룹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가대표 다들 소중한 선수들이고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만 상대팀과 비교해보면 각 포지션마다 역부족인 것이 현실입니다. (손흥민만 예외) 그나마 기성용 정도가 꿀리지 않는 레벨일듯. 그래도 희망을 찾자면 이재성이 팀에 잘 녹아들어 아인트호벤 시절 박지성처럼 경기를 잘 풀어주기를 기대하고 있고, 이승우도 요즘 국대에서 찾기 힘든 투지를 불태우며 팀에 에너지를 더할 것 같습니다. 황희찬도 경기가 잘 풀린다면 충분히 멀티골까지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선수죠. 


(이재성 너만 믿는닷)

원래 권창훈(MF)과 김민재(DF)한테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두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16강 진출 기대감의 50%는 꺾인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신욱보다도 석현준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감독입장에서는 결국 최종 엔트리 결정할 때는 세트피스 때 한 골이라도 넣을 수 있는 큰 선수를 뽑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군요. 


(수비진은… 생략한다)

수비는 제발 K리그에서 수비 제일 잘 하는 팀 포백라인을 그대로 가져오던지, 아니면 똘똘한 수비수들로 스리백 구성해서 1년 이상 발을 맞춰보던지 하는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결국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이해할 순 없지만 국대 감독이든 기술위원회든 다들 나름의 사정이 있겠죠. 어쨌든 수비진에 기댈 수 없으니, 미드필드에서 볼 점유율이라도 높게 가져가야 하는데 과연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줄 지 미지수입니다.




아무리 희망적으로 전망해도 16강 진출은 커녕 1승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스웨덴이 예전 남아공 월드컵 때 그리스처럼 경기해 주길 기대하며 조심스럽게 1승 1무 1패로 16강 진출 전망해봅니다.
그렇게 16강에 올라가면 100% 충전된 브라질을 만나게 되므로 자비없이 귀국길에 오르겠... 
조별리그에서 부디 후회없는 모습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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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써부터 월드컵이 정말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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