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10/25 15:18:37
Name   곰곰이
File #1   1.jpg (105.8 KB), Download : 11
Subject   우리집 고양이는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얼마 전, 일러스트레이터 스노우캣님의 반려묘였던 나옹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제가 키우던 반려동물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마음 한 켠이 휑하던지. 
되돌아보니 2002~3년 즈음부터 스노우캣 홈을 들락거리며 
거의 매주/매달 나옹이의 소식을 보고 들으며 지냈기 때문에, 그 고양이의 부재가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한국' 기독교에서는 대체로 '사람은 영/혼/육이 있지만 동물은 영이 없고 혼/육만 있기 때문에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사실 100여년 전만 해도, 미국의 목사들은 '흑인은 영이 없다.'고 했었고, 
그 전 유럽 사람들은 '여자는 영이 없다.'고 했었지요. 
(물론 성경에 흑인과 여성의 영혼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췌 '영이 없다.'는 이야기를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 서구권은 아무래도 반려동물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문화이기 때문인지, 
미국이나 유럽 기독 저술가의 책을 읽다 보면 의외로 '동물도 천국에 갈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내용들이 종종 나옵니다. 
대개는 '동물이 천국에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도로 요약됩니다. 
큰 틀에서는 일단 성경에 딱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 사항이므로 '천국 가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 적절합니다. 
그러므로 '동물은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말은 성급하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저 제가 알고 있는 하나님은, 하찮은 동물과 들풀도 사랑하시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하는 유한한 사고방식에서부터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분이시기 때문에, 
저 역시도 천국에 반려동물들이 가지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의로우심은 우람한 산줄기와 같고, 주님의 공평하심은 깊고 깊은 심연과도 같습니다.
주님, 주님은 사람과 짐승을 똑같이 돌보십니다.
(시편 36:6)

사람에게 닥치는 운명이나 짐승에게 닥치는 운명이 같다. 같은 운명이 둘 다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가 죽듯이 다른 하나도 죽는다. (중략) 둘 다 같은 곳으로 간다. 모두 흙에서 나와서, 흙으로 돌아간다. 
사람의 영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영은 아래 땅으로 내려간다고 하지만, 누가 그것을 알겠는가?
(전도서 3:19-21)



*
초기 기독교 세계관에서 이야기하는 '천국'에 대해 좀 더 파고들자면, 
애초에 '사후세계' 라거나 천국으로 '올라간다' 라는 현재 한국 기독교의 잘못된 개념부터 바로잡아야 하는데
(심지어 4차원 시공간도 아닐 듯) 그러면 반려동물 이야기와 너무 멀어지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정리해볼까 합니다.




9
  • 솔로천국 커플지옥.


개마시는 술장수
흠....
곰곰이
닉네임을 보니 ㅎㄷㄷ
많은 개들을 천국으로 보내셨군요(?)
CONTAXS2
오, 이런 글 너무 좋아요.
곰곰이
살짝 종교이야기라 불안불안한 맘으로 썼는데 감사합니다.^^
CONTAXS2
기독 vs 반기독 모두다 합리적이고 차분한 이야기는 별로 없어서요.

요새 교회다니기 시작한 아들녀석 (7세, 무직)이 자꾸 하나님에 대해 물어보고 그럴 때마다
'아빤 하나님 안믿는다고 엄마가 그러던데?' ㅋㅋㅋㅋㅋ

아무튼 상대를 좀 알아야 대화가 될 것 같아서요. ^^
침묵의현자
이 문제에 대해서 불교의 답은 명백하죠.
곰곰이
전 다음생엔 커다란 리트리버로 태어나면 좋겠습니다.
April_fool
이거 보고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
저는 고등학생 시절에 반기독교 운동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개신교계 미션스쿨이라 1주일에 한 번씩 채플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딱히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인가 채플에 무슨 다른 교회 목사님을 초청해서 강연을 했었어요. 그 강연 내용 중에서 제 귀에 꽂히는 말이 있었으니, 바로 “불신자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영이 없다.”는 말이었어요. 아니, 그러면 신을 믿지 않는 나는 영이 없는 것이고, 신을 믿으면 그때부터는 영이 뿅 하고 생기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기독교라... 더 보기
이거 보고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
저는 고등학생 시절에 반기독교 운동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개신교계 미션스쿨이라 1주일에 한 번씩 채플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딱히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인가 채플에 무슨 다른 교회 목사님을 초청해서 강연을 했었어요. 그 강연 내용 중에서 제 귀에 꽂히는 말이 있었으니, 바로 “불신자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영이 없다.”는 말이었어요. 아니, 그러면 신을 믿지 않는 나는 영이 없는 것이고, 신을 믿으면 그때부터는 영이 뿅 하고 생기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기독교라는 종교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을 사람이 아닌 동물 취급하는구나 싶어서 굉장히 기분이 나빴더랬습니다. 이게 당시에 생각하고 있던 소위 “악의 문제” 등과 겹쳐서, 갑자기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급격하게 생겨났지요. 그래서 안티 기독교 운동을 하는 웹사이트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뭐, 한 고3쯤 되니까 여러 가지로 시들해지면서 그냥 활동을 접었었지만… “동물은 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그때 생각이 나네요.
아이고 먼저 사과드립니다. ㅠㅠ 정말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목사네요. (그런데 이런 사람이 상당히 많지요 -_-)
지난 수십년간 한국 기독교 목사들 퀄리티 컨트롤이 전혀 안되어 생기는 문제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상처도 많이 줬고요.
일부 교회 개혁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너무 미미하네요.

저도 10대~20대 때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많이 갖고 있었다가
다행히 (한국 기독교 말고) 처음 기독교가 생겨났을 당시의 초기 기독교 교리를 공부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많은 의문과 불편한 점이 해결되었었습니다.

최근 팟캐스트... 더 보기
아이고 먼저 사과드립니다. ㅠㅠ 정말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목사네요. (그런데 이런 사람이 상당히 많지요 -_-)
지난 수십년간 한국 기독교 목사들 퀄리티 컨트롤이 전혀 안되어 생기는 문제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상처도 많이 줬고요.
일부 교회 개혁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너무 미미하네요.

저도 10대~20대 때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많이 갖고 있었다가
다행히 (한국 기독교 말고) 처음 기독교가 생겨났을 당시의 초기 기독교 교리를 공부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많은 의문과 불편한 점이 해결되었었습니다.

최근 팟캐스트중에 안기부(안티와 기독교의 부적절한 동거)라는 방송이 있는데
거기에 반기독교 운동하시는 분들이 종종 나오십니다. 나름 유익하고 재밌게 듣고 있어요. ㅎㅎ
수성펜
아 저거 호랑이인 줄...
제가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보았던 기독교 그림책에서는 천국에 동물이 있더라고요.
그림이 엄청난 고퀄리티에 하드커버 책이었는데...
곰곰이
나옹이가 아메리칸숏헤어 품종이라 그려놓으면 좀 호랑이처럼 보이지요 ㄷㄷ
이사야서에 천국에 육식동물과 초식동물들이 함께 어울리는 듯한 묘사가 있어서
보통 천국 삽화에는 각종 동물들이 친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다시갑시다
사후세계를 점점 안믿게되는데 그 와중에 그래도 혹시나...하는 생각을 들게하는게 본문의 시작에 언급된 이야기에요. 그랫으면 어쨋든 사후세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니면 뭔가 죄값을 치루지 않았거나, 사람이 좋은데 고생만하고 간것 같으면 그런 생각도 들기는한데... 그럼 제 안위가 걱정이되서 사고가 멈추는...
곰곰이
개인적으로 사후세계는 있지만, 불지옥 같은 건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 천국은 죽으면 우주 어디론가 날아가 도착하는 장소같은 것이 아니라
그런 시공간을 초월한 어떤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하여 조만간 티타임에 상세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나이든 고양이는 젊었을 때 밤나들이를 다닌 외출 고양이로...밤마다 착한 짓을 하고 다녔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쩌죠ㅎㅎ 집에서도 제게만 상냥하고 고양이에겐 폭군인 상 마초고양이인데ㅋ 뭐 그래봐야 사람종보다 악할 수는 없겠죠.
곰곰이
카리스마 있는 고양이네요 ㅎㅎ
사람보다 악한 동물은 세상에 없겠죠.
학위캡터

제가 정말로 공감하고 늘 간직하고 있는 만화 한컷입니다. 글 읽다가 바로 생각이 났네요.
곰곰이
반려동물들은 대부분 사람보다 수명이 짧아서 특히 애틋한 것 같아요.
꼬리 흔드는 그림만 봐도 울컥하는 것이... 주위 동물들을 더 사랑해야겠습니다.
1
유자농원
다행히 쿨병환우가 안계시네요.
있었다면 댓글 서두에 '사실 영이란건 누구도 없죠' 로 시작했을텐데
곰곰이
ㅎㅎ 홍차넷은 중학교 2학년 사용자들이 오기에는 너무 고령화된 곳이라...
물론 진지하게 '영은 없다.'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즐겁게 문답을 이어가겠습니다.
DoubleYellowDot
저보다 우리 에드가가 더 착하게 살고 있으니 제가 못갈지는 몰라도 에드가는 언젠가 천국에 가겠죠
곰곰이
에드가 추천카드로 천국 가실 수도? ㅎㅎ
DoubleYellowDot
오늘부터 더 잘보여야겠네요;
으핫핫핫
고양이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어서 화장하고 오는 길이었는데 택시기사 분이 미안하지만 동물은 영이 없어서 좋은 곳으로 가네 마네 하는 말은 하지 말라고 굳이 한 마디 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곰곰이
근거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이야기를 굳이 아는 척 하기 보다는,
당장 옆에 있는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것이 신앙인의 기본인데 말이죠.
저런 기독교인들을 볼 때 마다 정말 답답합니다.
두둠칫!
마르틴 루터도 자기가 기르던 개를 천국에서 다시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쓴 글이 있더랴그요
그 글에서 마르틴 루터도 동물들이 천국 갈지 안갈지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내 개는 보고싶다!!! 라는 면이 느껴져서 엄청 귀여워보이더라고요
전에 저희 교회 목사님은 천국은 완벽한 곳인데 두둠칫이 천국 가서 너희 고양이가 없어서 슬프면 그곳은 완벽한 곳이 아닐 테니까 고양이도 같이 천국 갈꺼라고 설명 해주신적이 있어요

근데 이건 지금 생각해보니 중딩 때 예민한 아이들 목사님이 다독이려고 하신 얘기같긴 하네요
고양이 자리에 짐 모리슨을 넣고 생각해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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