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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6/28 19:44:44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칸트 전집 번역 논쟁은 왜때문에 생겼나.
제 의견을 먼저 밝히자면 전 일단 백종현 역 순수이성비판을 무척 싫어합니다 ^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저게 제 학부시절 교과서였는데 문장이 개떡같아서 고생을 넘나 많이 했기 때문... 어디 한 번 백종현역 순수이성비판의 첫문단을 봅시다.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수단에 의해 언제나 인식이 대상들과 관계를 맺든지 간에, 그로써 인식이 직접적으로 대상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그리고 모든 사고가 수단으로 목표하는 것은, 직관이다. 그런데 직관은 오로지 우리에게 대상이 주어질 때만 생기며, 다시금 그러나 이런 일은 적어도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는 오로지 대상이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촉발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우리가 대상들에 의해 촉발되는 방식으로 표상들을 얻는 능력, 곧 수용성을 일컬어 감성이라고 한다."

실화냐 ㅋㅋㅋㅋㅋ 이걸 읽고 이해가 안된다고 자책하실 필요 없습니다. 되면 이상한 거예요 ㅎㅎ 전혀 한국말 같지가 않잖아요?

이런 현실을 비판하며 어떤 네티즌이 (오오...) 같은 구절을 재번역한 결과물을 보시지요.

"어떤 방식이나 수단을 통해서든 인식이 대상과 관계를 맺는 모든 때에, 인식이 직접적으로 대상과 관계를 맺는 것을 직관이라 하며 이는 모든 사고가 수단으로 목표하는 것이다. 그런데 직관은 오로지 우리에게 대상이 주어질 때만 생기며, 직관의 생성은 대상이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을 촉발해야만 가능하다. 우리가 대상들에 의해 촉발되는 방식으로 표상들을 얻는 능력, 곧 수용성을 일컬어 감성이라고 한다."

칸트철학에 대한 선이해가 없다면 개념어들을 이해하는 데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순 있지만 (표상/감성 등) 문장이 괴상하다는 느낌은 없어요. (개념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다는 전제 하에) 홍차넷 티타임 애독자들은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독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그때 무엇이 주어고 무엇이 목적어인지 확실하게 드러나니까요.

백종현 역은 가독성에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예요. 이 외에도 지난 백여 년간 한국 뿐 아니라 동양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해오던 특정 번역어들을 (제가 보기에) 별다른 근거 없이 폐기하고 잘 맞지 않는 새 용어들을 창조함으로써 학계와 강단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지요. 이와 같은 사정으로 인해 백종현의 번역본은 사실 그가 [서울대 교수만 아니었다면] 어찌어찌 자연도태되었을 것인데, 그런데 하필이면 그가 서울대 철학과 성골이었던 덕분에 많은 철학과 강의실에서 반강제로 교과서가 되어버렸고, 그래서 비서울대 학자들은 칸트철학 강의를 새로 시작할 때마다 약 1시간을 번역어간의 차이점을 설명하는데 허비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혼란상과 불만이 누적되다보니 백종현 역을 뒤집을 더 나은 번역본을 내서 백종현이 선택한 새로운 번역어들을 사멸시켜야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번 논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 인하야 여기서 우리는 칸트 전문가들 사이에 그어진 상당히 뚜렷한 학벌전선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백종현 및 그를 옹호하는 기고문을 올린 전대호는 모두 서울대 출신인 반면 백종현의 번역을 문제삼은 이종훈, 이충진, 김상봉이 각각 성대 성대 연대 출신이라는 건 재밌는 포인트지요.

물론 이종훈, 이충진, 김상봉이 사감으로 백종현을 공격하고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냥 객관적으로 봐도 저들의 비판이 백종현의 반론보다 더 타당해요. 다만 그들의 마음 속에 서울대 성골러를 향해 유효타를 날리면서 느끼는 뜻모를 쾌감이 없을 거라곤 생각치 않습니다 ㅎㅎ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851019.html


위의 기사는 오늘 열린 9라운드 입니다 ㅋ

제가 어디서 논어맹자 번역이라도 했는데 누가 저렇게 쎄게 때리면 저 기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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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락 설명 감사합니다.
  • 와,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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