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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7/30 00:42:51
Name   OSDRYD
Subject   레전드가 되는 길: 이경규 vs 최양락
옆동네에서 보았던 '걸그룹 포인트가드론'을 보고 하나 써봅니다.

저의 개그취향은 이경규보다는 최양락입니다만, 1980년대 이후로 단 한명의 레전드 개그맨을 꼽으라면 저는 이경규를 꼽습니다. (제가 꼽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요...)

MBC에서 같은해에 데뷔한 둘의 커리어를 쭉 살펴보면 초반은 최양락의 압승입니다. 최양락은 초반에 MBC에서 KBS로 이적하면서 '쇼비디오자키, 유머일번지'의 에이스로 등극하고 최고 인기를 누리는 반면, 당시 이경규는 주병진의 사이드킥으로 '일밤'의 보조출연자 정도 였습니다. 그러던중 91년 SBS개국과 함께 KBS, MBC 개그맨들의 이적하게 되고, 주병진씨가 사업상 하차하면서 이경규는 일밤의 메인호스트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SBS로 이적한 최양락은 '좋은 친구들'을 진행하지만 완만한 하락세를 보입니다.

그렇게 상승세의 이경규와 하락세의 최양락, 두사람의 그래프가 그랜드 크로스를 이루고 난뒤에는 이경규는 98년 정상의 인기에서 홀연히, 일본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오면서, '일밤-건강보감, 전파견문록, 느낌표'등등을 히트시키는 와중에 최양락은 좋은 친구들에서 하차하면서 절치부심하고 2001년 MBC에서 '알까기'를 시작하며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나 싶다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종영되면서 MBC 라디오로 넘어가게 됩니다.

저는 바로 이시점, 2000년대 초반 부터 둘의 위상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고 보는데, 최양락의 개그스타일은 듣는 사람의 호흡을 뺏어서 긴장을 고조시키다, 막판에 반전시켜 웃음을 유발하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이 특징은 결국 매너리즘에 빠져서 단기로는 빵빵 터지지만, 자기 복제를 몇주하다가 관객이 예측하기 시작하면 결국 길게 이어지지 못하는 반면에, 이경규는 중간에 많이 말아먹기도 했지만 일본 개그 스타일을  본인이 해석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내거나 만들진 않더라도 새로운 흐름에 놀랍게 적응을 잘 해냅니다.

그러한 적응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본인의 '규라인'이라 불리는 '가능성 있는 제자를 알아보는 안목과 훌룡한 튜터링 그리고 제자들과의 피드백을 통한 본인 스스로의 발전'입니다. 규라인을 개개인을 분석해보면, 두부류로 나누어지는데 이경규에게 수비뿐만 아니라 약간의 공격까지할 수 있는 강호동, 박명수, 정형돈, 김구라등과 수비만 담당하느라 공격까지는 차마 시도하지 못하는 이윤석, 윤형빈등으로 나누어집니다. 보통 공격능력을 갖추어야 추후 독립진행이 가능한 정도가 됩니다. (하산이라고 해야 하나?)

이경규세대의 개그맨(최양락, 이봉원, 김정렬등)들은 끼리끼리 코너를 짜서 무대에 올라가는 꽁트코미디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게 되고, 서로 익숙한 팀만으로 움직이게 되니, 꽁트안에서도 대부분 공격:주인공-수비:서브주인공는 정해져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그의 패턴이 반복되고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게 되면 종영되고 다시 새로운 코너를 짜게 됩니다.

그에 비해, 이경규는 꽁트에서 버라이어티로 옮겨가면서 특성상 매주 다양한 게스트가 참여하고, 녹화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서, 꽁트처럼 역할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간과 상황에 따라서 게스트간에 공격과 수비역할을 번갈아서 맡게 됩니다. 여기서 최양락과 비교해서 이경규의 강점이 나오게 되는데, 이경규가 자기중심, 공격일변도만의 개그맨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프로그램에서는 인상쓰면서 '내위주로 안하면 녹화안해!'라고 하지만 그게 당연히 진심일리 없습니다. 진심이었다면 저런말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나가면 되지요.)

버라이어티는 1시간 내내 1명이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게스트와 공수를 주고 받으면서 긴 시간을 공수교대등을 통해서 짧은 호흡으로 나누어서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바로 그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동기 개그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어서 같이 출연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서운함을 표시하는 동기 개그맨들은 잘나갈때 자기들은 모른체 하고, 규라인만 꽂아주었다고 엄청 디스하지만, 이경규 개그의 특성상 본인이 '꼰대' 역할을 맡고 있는데 비슷한 포지션 중복으로 쇼의 밸런스를 망가트릴 수 없습니다. 굳이 필요하다면 조형기 같이 나이는 본인보다 많지만 허술함이 많아서 공격할 여지를 많이 두는 포지션이 더 유효합니다.

위에서는 존칭을 생략했지만 저는 이경규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쇼의 성공을 위해서 주변인들에게 듣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설사 그 프로그램을 말아먹더라도 기죽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프로정신은 정말로 대단하고 존경합니다. 그리고 제자를 키우고 제자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고, 그 제자의 성공을 질투하지 않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선생'으로서의 모습 또한, 꼭 닮고 싶은 부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ZJAxUcLh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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