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8/05 02:52:51수정됨
Name   저퀴
Subject   영화 익스팅션: 종의 구원자를 보고
https://www.netflix.com/kr/title/80236421


최근에 본 넷플릭스 영화 상당수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번에 본 익스팅션이 그 중에서 으뜸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별로였네요. 특히나 SF 장르는 대부분 번뜩이는 상상력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렵고, 자극적인 소재만 꺼내온 팝콘 무비만 연이어서 보는 것 같았는데 익스팅션은 그 정점을 찍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마이클 섀넌의 '테이크 쉘터'처럼 진행됩니다. 주인공은 악몽에 대해 믿음을 가지나, 가족은 불신하며, 이로 인해서 가족 간의 갈등이 점점 커지죠. 그러나 테이크 쉘터와 다르게 이런 갈등은 진짜로 외계 침공이 시작되면서 의미를 상실하고 묻힙니다. 이 때부터 영화는 보란 듯이 주인공 가족 외의 등장 인물은 몽땅 퇴장시키곤, 폐쇄된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가족의 생존 서스펜스로 뒤바뀝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는 주인공을 뺀 나머지 가족을 플롯에 종속시키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고정시켰기 때문에 오로지 주연을 맡은 마이클 페냐만 활약할 수 있는 영화가 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막판에 이르면 초반부의 악몽처럼 잠깐씩 나왔던 암시를 끄집어내면서 거대한 반전을 보여주려 하는데 이게 최악이었습니다. 좋은 반전이란 건 처음 맡아보는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것처럼 의미를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영화 내내 슬그머니 나와야 하는데 익스팅션의 반전은 기계적으로 꺼낸 초반부의 암시를 중반부까지 무시되다가 짜잔하며 나열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하나의 반전을 위해 짜여진 대부분의 설정은 물론이고, 등장 인물의 행동마저 작위적일 뿐더러, 이 영화가 SF인 이유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SF라고 해서 모든 게 용납되는 게 아니며, 익스팅션처럼 활용하면 억지스러울 뿐입니다. 만일 이 영화가 좀 더 긴 드라마였다면 납득할만한 구성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1시간 35분짜리 영화다? 반전 하나로 모든 게 용서될 수 없어요. 

결국 이 영화는 소품 하나하나까지 촌스럽고, 어디서 본 것 같은 클리셰의 연속이며, 자극적인 소재로 꽉꽉 채워넣은 전형적인 넷플릭스산 B급 영화입니다. 전 당분간 넷플릭스에서 SF 영화는 다 거르려고요.



9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2 정치택배의 반송사유 16 Leeka 15/08/03 6563 0
    11819 철학/종교바라는대로 되는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16 right 21/06/25 6562 3
    10226 일상/생각딸 자랑할 겁니다. 5 집에가고파요 20/01/26 6562 14
    1720 음악코찔찔이 시절이 생각나는 음악 5 Beer Inside 15/12/06 6561 1
    12032 기타남자바지3종(청바지,검은바지,베이지면바지) 입는방법에 대한 연구 16 흑마법사 21/08/31 6560 13
    8303 기타나의 첫번째 건물 구입및 매각기 14 HKboY 18/09/30 6560 3
    1698 기타오늘 커뮤니티 베스트 & 실시간 검색어 요약 정리(12/3) 4 또로 15/12/03 6560 6
    10752 정치양출제입적 사고의 문제와 참담한 결과. 5 존보글 20/07/05 6559 13
    8002 영화영화 익스팅션: 종의 구원자를 보고 5 저퀴 18/08/05 6559 9
    723 음악Tom Odell - Another Love 6 새의선물 15/08/04 6558 0
    11291 기타윤석열 징계 절차적 하자에 대한 검토 (상법과 다른 이유 추가수정) 14 사악군 20/12/29 6557 8
    9721 일상/생각타로 AMA, 그 이후(타로 보신 분들께 드리는 부탁말씀 포함) 24 T.Robin 19/09/28 6557 14
    11560 정치[똥글 주의] 재보궐 선거 후기 42 피아니시모 21/04/08 6556 4
    2305 음악탁월한 해석 - Twenty One Pilots의 Stressed Out 2 눈부심 16/02/28 6556 2
    12439 기타[홍터뷰] 예고편: 영업왕 다람쥐 44 토비 22/01/14 6555 71
    5669 영화[스포주의] 뒤늦은 에이리언: 커버넌트 감상후기 및 에이리언의 정체에 대한 3 우주견공 17/05/18 6555 0
    3479 IT/컴퓨터홍차넷 서핑용 모니터 구매후기 17 졸려졸려 16/08/08 6555 0
    11439 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10) - 성노동에는 기쁨이 없는가? 36 소요 21/02/21 6554 18
    9370 오프모임7월 9일 부산 (펑) 20 다람쥐 19/06/30 6554 4
    8788 꿀팁/강좌영어권 현지 방송을 들어보자 - inner circle편 2 Darker-circle 19/01/22 6554 7
    10265 스포츠[MLB] 다저스-보스턴-미네소타 대형 삼각 트레이드.jpg 2 김치찌개 20/02/05 6553 0
    9884 일상/생각자동차 이야기 (잡담에 가까운 글입니다.) 34 Liquid 19/10/24 6553 9
    1991 방송/연예응팔 남편 이야기 13 Leeka 16/01/10 6553 0
    10708 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6) - 좋거나, 나쁘거나, 미운 폴리아모리 33 호라타래 20/06/23 6552 11
    7668 게임[Plants vs. Zombies] 식물vs좀비 모바일 무과금 모든 업적 공략 #2 4 Xayide 18/06/12 6550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