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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10/22 17:04:57
Name   기쁨평안
Subject   고대 전투와 전쟁 이야기 - (5) 철, 철, 철
0. 들어가며

최초의 철기는 히타이트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히타이트는 구약성경에도 나오는데요. "헷 민족"이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이 자신들의 가족묘지로 쓸 동굴을 매입할 때 이 헷 사람들에게서 구매를 합니다.

또, 유명한 이스라엘의 왕인 "다윗"이 스캔들을 일으켰던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가 바로 "헷 사람"이었습니다.
(다윗과 밧세바 사건은 https://redtea.kr/?b=12&n=268 글 참조 바랍니다. 쿠..쿨럭)

각설하고.,,

사실 역사의 흐름이 석기 - 청동기 - 철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청동기는 약간 후지고, 철기야 말로 최고의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 당시 제련술로는 청동기나 철기나 강도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철은 더 고온에서 녹기 때문에 만들기도 어렵고, 부식도 너무 잘 되어서 유지 보수도 어렵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간 이유는 청동을 만드는 구리와 주석의 매장량이 희귀했기 때문입니다.


위 이미지는 저의 지난 글에 달아주신 '다시갑시다'님의 댓글인데요. ( https://redtea.kr/?b=3&n=8376&c=116161 )
저기서 위로 갈수록 매장량이 높은 건데요. 철(Fe), 구리(Cu), 주석(Sn)을 보시면 철은 매우 흔한 금속이고, 주석은 아주 희귀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매장량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 댓글에서 말씀해주신대로, 구리와 주석이 워낙 희귀했기 때문에 이를 교역하는 매우 긴 거리의 루트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어떤 이유로('바다민족의 침입'이라고 하나 워낙 기록이 부족해서 정확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망가지면서
어쩔수 없이 철기를 쓰게 되었다고도 하네요.

아무튼.

철은 구리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녹습니다. 그래서 온도를 높이려면 화로에 숯을 넣고 풀무를 이용해서 산소의 유입량을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고대에는 풀무라는 기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정도 높은 온도를 만들어낼 수가 없었는데요.

위 히타이트 국가의 수도는 하투샤 라는 곳있데, 고산시대에 위치한 이곳에는 때때로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히타이트인들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대규모 용광로들을 설치하고 그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풀무로 대신삼아 철을 녹여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히타이트 인들의 주신은 폭풍의 신 테슙이라고 합니다. 그들에게 철을 녹일 수 있는 바람이 바로 신이고 종교였던 것이죠.


<히타이트의 주신, 폭풍우의 신 테숩>


1. 철을 뽑아내봅시다.

철은 녹이 슬기 쉬운데요. 이걸 화학식으로 표현하자면 산화철(FeO2) 입니다. 그냥..철은 산소랑 결합해 있는 걸 워낙 좋아하는 거죠.
그래서 자연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철은 모두 다 붉은 산화철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철을 제련하는 것은 이 FeO2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미디어의 영향으로 철을 만든다고 하면 이런 철광석을 고온에서 녹여 철물을 만든다음 부어서 굳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정도까지 고온으로 올리는 기술은 중세 정도나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면 어떻하느냐?

이 산화철에다 탄소를 때려박습니다.

그러면 [FeO2 + C = Fe + CO2  (Profit!)] 이 됩니다. 참 쉽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숯을 때려넣은다음 온도를 겁나 올리면 된다는 거에요.
이렇게 하면 1200도 정도만 올리면 철 속에 있는 산소들이 다 빠져나와 탄소랑 결합해서 이산화탄소가 되어 날아간다는 거죠.

이렇게 하고 나면? 남아있는 건 순수한 Fe 철덩어리만 남습니다. 대박이죠? 이런걸 직접환원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철이라는 고체금속 속에 숨어있던 산소가 기체가되어 빠져나가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철 덩어리 안에는 수없이 작은 기포 구멍들이 엄청 많이 생겨버린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철을 그대로 무기로 만들으면? 실전에는 한번 부딪히자마자 바로 깨져버립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이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기포들이 숭숭 뚤린 철을 대장장이가 망치를 가지고 겁나 두들겨댑니다.
죽어라고 계속 두들기는 거죠. 그래서 대장장이의 실력은 얼마나 이 기포를 최대한 다 빼내고, 또 얼마나 철을 균일하고 튼튼하게 만드는지에 달려있었던 거죠.

죽어라 두들겨서 납작해지면 다시 그걸 접어서 불로 달군다음 다시 두들기고, 또 접고 또 두들기고 이렇게 해서 쓸만한 철을 만들어내는 거죠.
이렇게 하면 연철(Wrought Iron)이 됩니다. 순수한 철이죠. 이 철은 상당히 무른 편이어서 청동이랑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기 철기시대에는 과연 청동기로 만든 무기보다 우월했는가를 생각해보면 물음표가 많이 생긴다고 해요.
다만 청동보다 구하기가 쉽다보니, 결국 경제성을 따지게 되어 철기가 널리 쓰인거라고 합니다.

2. 철을 녹여봅시다.

앞서 말한 연철은 만드는 과정이 너무 노동력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걸려서 경제성이 떨어졌는데요.
점차 풀무라던지 제련기술이 발달하면서 충분한 고온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용광로에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어서 철을 얻는 방법이 등장하게 됩니다.

만드는 원리는 비슷한데요. 탄소와 결합되어 산소는 빠져나가고, 그거보다 더 고열이 도면 철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거에요.
그런데 문제는 철이 녹아서 액체가 되었다는 것은 분자간 결합이 그만큼 느슨해졌다는 건데요. 거기에 탄소가 섞여들어갑니다.
그러면 탄소가 많이 함유가 된, 철이 만들어지는데 이게 바로 무쇠(혹은 선철)입니다.

철에 탄소가 섞이면 경도가 증가합니다. 즉 단단해지는데요. 문제는 너무 단단해지면 충격에 깨져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무쇠로 만든 도구들은 단단하기는 한데, 오히려 충격을 받으면 금방 깨지는 경우가 많아요.

무쇠솥 같은 것들, 특히 솥뚜껑은 잘못 놓치게 되면 깨지기도 하고 그래요. 차력사들은 이런 점에 주목해서 무쇠 솥뚜껑을 격파하고 다니는데,
그 자체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또 막 엄청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어릴적 마징가 Z 주제가가 "힘이 쎈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중략) ~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 주먹"이렇게 되는데,
진짜 무쇠로 만들었다면 바람만 불어도 깨져버렸을 거에요.

아무튼, 그래서 무쇠로는 생활 기구는 만들어 사용해도 되지만 정작 무기로는 쓰기가 어려웠어요.
한번 충격만 주면 바로 부러지기 십상이었거든요.

그래서, 철광석의 품질이 좋지 않은 일본에서는 칼을 만들어도 칼등은 연철로 만들고, 칼날 부분은 선철로 만들어서, 칼날에서는 날카롭고 단단한 성질을 쓰고, 칼날이 받은 충격은 칼등의 연철 부분이 흡수하는 식으로 만들기도 했답니다.

바이킹 민족들은 연철과 선철을 서로 꼬은 다음 고열에서 계속 두들기는 식으로 해서 날카로움과 탄성을 유지한 검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고요.

이런 방식을 "접쇠"라고 부릅니다.


<전설적인 바이킹 명검 Ulfberht, 이런 수준의 검은 18세기에나 가능했는데 700년이나 앞선 오버테크놀러지 검이다.>

4. 탄소와 철

순수한 철인 "연철"은 강도가 높아요. 그래서 잘 안깨어지고 오히려 좀 무른 느낌이죠.
반면 탄소 함유량이 높은 "순철"은 경도가 높아요. 그래서 단단하기는 한데 쉽게 깨어지죠.

그렇다면 그 중간 어드메쯤 적정수준의 탄소를 섞는다면? 우리는 매우 강하면서도 탄성이 좋아 휘어지지도 않고 깨지지도 않는 강력한 철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적절한 탄소를 어떻게 만드느냐? 이게 문제인거에요.

고대에는 제련기술이 없으니까, 연철에다 탄소를 집어넣는 방법밖에는 없었어요. 이걸 탄소를 침투시킨다고 해서 "침탄"이라고 하는데,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겁나 두들겨 만든 연철 철괴를 숯으로 가늑한 아궁이에 집어넣고 몇주동안 계속 불을 때는 수밖에 없는 거에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강철은 엄청 비싸게 판매되었답니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기술이 쌓이면서 무쇠, 즉 선철에서 탄소를 빼내는 방법이 발명되었는데,
그건 또 산소를 때려넣는 것이에요
즉, 아까의 화학식과 비슷한데,
[Fe 와 C 의 덩어리들 + O2 -> Fe + CO2] 가 되는 거에요.

신기하죠?
산화철에는 탄소를 넣고 가열시켜 철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고
선철에는 산소를 넣고 가열시커 철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선철(무쇠)는 1,200도에도 녹는데, 연철이 되어가면 점점 녹는 점이 올라간다는 거에요. 연철은 1,500도가 넘어야 철이 녹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만드는 방법은 문제가 1,200도 되는 용광로에 무쇠를 넣고 가열을 시키면 처음에는 철이 녹으면서 탄소가 빠져나가는데,
탄소가 빠져나가면 나갈수록 녹는 점이 올라가는 거에요. 그 말은 똑같은 연료로 가열을 시키는데 시간이 지나면 철이 굳어져버리는 거죠.
그래서 1,500도까지 온도를 엄청 올려야 하는데, 그 기술력이 쉽지가 않았던 거죠. 이 기법은 서양 중세가 지나서야 가능해지게 됩니다.
동양은 한나라시절에 발견이 되기는 했는데, 탄소가 빠진 정도가 균일하지 않아서 품질은 낮았다고 하네요.



인도 지방에서는 예전부터 우수한 철광석이 나왔는데,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철괴가 "다마스커스 강"이라고 해서 엄청 유명했습니다.
이슬람에서는 이 다마스커스 강으로 만든 칼을 썼는데, 서양의 칼보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날카롭고 바위에 내리쳐도 휘거나 부러지지 않아서
십자군 전쟁때 유럽의 기사들은 '악마의 검'이라고 하며 신기해하고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특유의 물결무늬때문에 칼을 만들면 표면에 아름다운 문양이 나타나는데, 꼭 무사가 아니더라도 예술작품으로써 소장가치가 엄청 높았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런 바이킹 소드나, 다마스커스 칼이나 접쇠나 이런 것들도 다 현대 최첨단 과학으로 만든 탄소강에 비하면 품질이 엄청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고요.
지금 우리의 부엌칼을 가지고 간다면 전설상의 명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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