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11/10 19:51:28
Name   저퀴
Subject   배틀필드 V 리뷰
배틀필드 5를 플레이했습니다. 멀티 플레이는 많이 하지 않았으니 길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전 오리진을 통해 PC로 플레이했고, 참고로 지금까진 오리진 엑세스 프리미어에 가입하지 않으시면 플레이하실 수 없습니다.

먼저 싱글 플레이 캠페인부터 이야기해보죠. 1부터 캠페인 모드는 워 스토리라고 부르죠. 워 스토리의 시작은 꽤 장대하게 시작했으나, 그 끝은 우스꽝스럽습니다. 한낱 개인을 비참하게 만들 거대한 전쟁을 다루는 방식은 영화로 치자면 람보 2를 능가할 정도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 기준에는 못 말리는 람보 수준입니다. 세 가지의 이야기 중에서 프랑스 식민지 병사의 이야기만이 인상적이었고, 노르웨이 레지스탕스의 이야기는 진부한 레벨 디자인이 다 망쳐놨으며, 마지막으로 플레이해본 영국 코만도의 이야기는 만들다 말았다를 넘어서 만들지도 않았다에 가깝습니다.

배틀필드 1도 이랬습니다. 한낱 개인이 모든 걸 박살내는 평범한 영웅담으로 점철되어 워 스토리를 망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배틀필드 5는 한 발 더 나아가서 혼자서 모든 걸 해냅니다. 전작은 허수아비 전우라도 보였지, 이번에는 엄호하겠다고 말한 후에 총 한 발 쏘지 않는 NPC의 대사를 들어가면서 혼자서 전투기와 전차까지 동원된 독일군을 몰살시킵니다. 콜 오브 듀티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게임 내적으로는 무성의할 정도로 단순하게 '알아서 목표 지점까지 이동하고 잠입해서 목표를 완수하던가, 아니면 다 죽여서 끝내던가 마음대로 하세요'의 반복입니다. 중간중간 들어간 짧은 컷신은 어색하고 적군을 전멸시킨 주인공이 텅 빈 건물을 몰래 잠입하는 연출을 보면 대충 만들었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무엇보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건, 2차 세계 대전의 하나의 전선이나 하나의 사건만 다루는 게임이 아닌데 어째서 이 거대한 전쟁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미국과 소련이 나오지도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건 배틀필드 1보다 더한데, 그래도 배틀필드 1은 아라비아의 로렌스처럼 유명한 소재는 워 스토리에 있었거든요.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4가 싱글 플레이 캠페인을 빼버렸던 게 화제였죠. 제가 볼 땐 아주 약간의 서사만 존재하는 블랙 옵스 4의 튜토리얼이나 배틀필드 5나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워 스토리 내에서 훌륭한 건 게임 내용과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음악 밖에 없습니다.

멀티플레이는 컨퀘스트와 오퍼레이션 모드란 토대로 굴러가고 있고, 대부분은 배틀필드 1에서 완성된 것을 그대로 수용한 후속작이란 걸 감안하면 따로 언급할만한 변화도 적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의 탄약 소지량 감소는 이걸 협동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저는 탄약이나 붕대를 나눠주는 것 따위가 협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까지 분대 플레이와 개인 플레이 모두 적정한 선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배틀필드 5에 와서는 분대 플레이를 안 하면 하지 말란 식의 방향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전작에 비하면 현장의 효과음이 꽤 부실하게 들릴 때가 있어요. 연출로는 주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 캐릭터가 넘어지는 소소한 추가점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니 의아하더군요.

무엇보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를 모두 통틀어서 따질 수 있는 문제점은 기술적인, 미술적인 문제가 아닌 그 이전의 성의가 없어보이는 데에 있습니다. 제가 앞서서 배틀필드 5에는 미국과 소련이 나오지 않았다라고 언급했죠. 이건 멀티 플레이에서 그대로 적용됩니다. 아주 노골적으로 대부분의 무기가 배틀필드 1의 재탕입니다.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배틀필드 1은 오스만 제국이나 이탈리아도 멀티 플레이에 나왔죠. 그런데 5는? 영국군과 독일군만 나옵니다. 전 네덜란드군이나 프랑스군이라도 나올 줄 알았어요. 타이드 오브 워란 사후 지원 계획에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캠페인, 게임 모드, 아이템을 추가해준다고 하기야 하죠. 그런데 그건 나중 일이고요. 그렇다고 사는 사람이 돈을 덜 내고 게임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거에요. 조삼모사에 불과하죠. 출시 시점에서 배틀필드 5의 멀티 플레이 컨텐츠는 배틀필드 하드라인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간단합니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거 아니면 배틀필드 5는 나중에 하세요. 워 스토리는 이 게임을 살 이유가 될 수 없고, 멀티 플레이는 타이드 오브 워로 배틀로얄 모드라도 나오고 나서 사도 늦지 않을 것 같네요.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55 음악 [프로젝트 시민합창단 모집] 12월21일 헨델 '메시아', 하이든 '천지창조' 1 비누남어 19/07/20 5869 0
    2722 도서/문학HBR - 10 must reads 피터드러커의 글 중에 4 까페레인 16/05/01 5870 0
    3500 일상/생각이 모든 기억이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12 이젠늙었어 16/08/12 5870 8
    4293 기타장미 세 송이 68 민달팽이 16/12/04 5870 10
    8344 창작존재와 무국 7 quip 18/10/09 5870 13
    9914 일상/생각이직하려 생각하니 착잡합니다. 9 당나귀 19/10/29 5870 1
    10997 오프모임책모임) 10월 11일 일요일 오후3시 상수역 포에트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39 알료사 20/09/27 5870 5
    11546 오프모임[다이어트 실패 벙] 5월 1일_마감 56 사요나라 21/04/04 5870 4
    12189 창작와클 클래스 계급 그려보기 18 흑마법사 21/10/19 5870 8
    11682 스포츠축구로 숫자놀음을 할 수 있을까? 두번째 생각, 축구 통계의 어려움. joel 21/05/17 5871 5
    8027 도서/문학독서에 도움을 주는 어플 소개 5 化神 18/08/09 5872 4
    12262 사회‘비트코인 시장’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의 이모저모 2 오쇼 라즈니쉬 21/11/10 5872 3
    689 기타북극광(오로라)에 대한 이야기 5 마르코폴로 15/07/31 5873 0
    8500 게임배틀필드 V 리뷰 3 저퀴 18/11/10 5873 2
    7142 오프모임홍차상자털이 오프모임 30 무더니 18/02/21 5874 1
    10099 스포츠아스날의 신임 감독 아르테타의 첫 프레스 컨퍼런스 2 손금불산입 19/12/21 5874 1
    9983 기타헌법을 알아보자 (법률유보와 법치주의) 13 DX루카포드 19/11/13 5874 21
    4435 역사러일전쟁 - 쓰시마 해전 6 눈시 16/12/23 5875 8
    10119 일상/생각[펌글] 좋은게 좋은거라는 분위기가 세상을 망쳐왔다 15 Groot 19/12/27 5875 5
    11181 사회코로나시대, 아이폰으로 방문시 입장 QR코드 손쉽게 불러오기 8 Leeka 20/11/29 5875 4
    764 기타실용성이냐 스타일이냐? (Model T vs. LaSalle) 5 Neandertal 15/08/10 5876 0
    1878 기타자문단 활동을 신청해주세요. 27 Toby 15/12/29 5876 0
    6519 일상/생각독일 대학원에서의 경험을 정리하며: 5편 14 droysen 17/11/03 5876 15
    5750 방송/연예(연예, 데이터, 스크롤, 오글) 가수 벤양의 더 바이브 콘서트 후기 2탄 벤젠 C6H6 17/06/05 5877 1
    8035 문화/예술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스포츠 광고 Top 8 12 Danial Plainview 18/08/10 5877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