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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4/05 00:56:42
Name   알료사
File #1   카덴지안진마.png (86.2 KB), Download : 5
Subject   (스타1) 최강자와 어울리기 - 같이 놀자 !


타임라인에 아메바 꼴찌 우힝과 돌맹이 꼴찌 황토의 사연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꼴찌에게는 꼴찌의 애환이 있다면 1등은 1등 나름의 고민이 있습니다.

스타1 전 프로게이머 서지수는 사업,결혼,가사,육아 등등으로 꽤 오랜 기간 마우스를 잡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장기를 활용하고 세상에 보여주라는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로 머뭇거리며 래더를 하고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다시 복귀한 스타판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져 있어 서지수는 들뜨고 즐거워졌습니다.

스1 초창기 시절, 조잡하고 초라했던 여성리그가 그나마 폐지되고 강제로 남성리그에 편입되어야 했던 서지수에게

스타 출시 20년 만에 처음으로 도래한 전무후무한 여성 스타의 중흥기는 흥분될수밖에 없는 일이었지요.

비록 대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하고 체계적이지도 않은, 난잡하게 흩어져 있는 개인방송 BJ들간의 게임이고

선수들 개개인의 면면을 살펴봐도 대부분 아마추어거나 이제 막 스타를 시작한 초보 게이머들이었지만

경기력을 따져도 상위권 게이머들은 이미 초창기 여성리그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상태였고

중하위권 게이머들의 열성은 오히려 방송적인 면에서 더 주도적으로 판을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BJ들을 후원해주는,그 BJ들의 숫자만큼 존재하는 <회장님>들과 <열혈>들의 전폭적인 지원은 게이머들이 방송을 전업으로 삼아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었어요.

스타가 망하고 아기 낳고 돌아와 보니 최소한 여성스타판에 한해서는 천지개벽이 일어나 있었던거죠.


하지만 신나서 함께 어울리는 것도 잠시, 서지수의 마음은 곧 무거워집니다.

아마추어들이 참가하는 여성 스타대회에 전 프로인 서지수가 끼어들어도 되느냐는 문제로 팬들의 여론이 엄대엄으로 나뉘어버린거죠.

엄대엄이란 절반이 서지수를 거부한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서지수에게 큰 부담이었어요.

도재욱은 유튜브에서 서지수의 여성리그 참가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지만, 반대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https://youtu.be/iWKlNwcobhg


도재욱의 생각은 '만약에 여자대회에 서지수를 빼야 한다면 남자대회에서도 이영호를 빼야 한다. 잘한다고 대회에서 열외되는건 잘못된거다' 라는 거였고, 반대파들의 생각은 '이영호라 하더라도 70%의 승률이고 같은 프로간의 게임이다. 서지수는 단 1패도 불허하는 100%의 승률에 아마추어와 초보자들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다'라는 거였죠.


이렇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김철민은 <여성 종족 최강전>에서 서지수 참가 여부를 테란팀 주장에게 선발권을 주는 방식을 택해 화살을 비껴갑니다. 내가 뽑는거 아니다, 나에게 뭐라 하지 말라, 라는겁니다ㅋ  

테란팀에서는 당연히 승리를 위해 서지수를 팀에 참가시켰고, 서지수가 전승으로 팀을 이끄는 가운데 팀은 결승에 진출합니다.

서지수가 자신의 강력함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반대파들의 목소리는 거 보라면서 높아질수밖에 없었고,

이에 상처받은 서지수는 방송에서 여성대회에 참가하는것을 다시 생각해 보겠다며 물러섭니다.


이때 서지수 방송에 스코틀랜드 BJ 카덴지가 들어와 한글로 채팅을 칩니다.


지수 여성리그 와라, 난 안져.



뒤이어 열린 종족최강전 결승에서 저그팀 주장 '또봉순'은 첫 상대로 서지수를 지목합니다.

승자연전 방식인 종족최강전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상대를 지목하는 방식이고, 여태까지 프로토스팀과 저그팀은 꼭 서지수를 맨 마지막에 지목했어요. 서지수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0패를 면하기 위해서는 다른 테란 플레이어들이라도 먼저 이겨놔야 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또봉순이 서지수를 처음으로 지목한것은, 우리 저그팀의 4코인을 모조리 서지수를 이기기 위해 투입하겠다, 라는 각오였고.

4명의 저그팀 멤버들이 마지막 대장 카덴지를 남겨두고 3패를 하는 와중에,

2경기에서 서지수에게 도전한 게이머는 저그팀의 6개월차 막내 '푸린이' 였습니다.

푸린이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저글링과 뮤탈로 서지수의 앞마당을 두드렸지만 역시 월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서지수는 핵을 발사해서 신예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걸 보여주려 합니다.

그런데 누클리어 런치라는 메세지가 뜨자 서지수의 앞마당을 공격하던 푸린이의 뮤탈이 핵이 떨어지는 지점으로 날아가 모두 폭사해요.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푸린이가 방송감이 있네, 어차피 진거 그냥 gg치고 안나가고 핵 터지는거 멋있게 연출하려고 뮤탈 전부 가서 죽어주네, 라고 생각했지만,

푸린이의 개인화면은 전혀 다른 진실을 담고 있었죠.

https://youtu.be/CLcippowGNU


푸린이는 핵이 떨어지는 순간 필사적으로 뮤탈을 컨트롤해 핵탄두를 일점사합니다...  (애도...)  당연히 이런게 될 턱이 없고 핵폭발과 함께 gg를 치고 나가는 푸린이의 표정은 방송연출따위를 염두에 둔 그것이 아니었죠.  푸린이는 이기려고 게임한거고 져서 분했던겁니다. 현역에서 남자 게이머도 이겨본 서지수한테  이제 6개월차인 자신이 지는게 당연하다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푸린이의 시도는 스타 20년 보는동안 살다살다 핵탄두 일점사하려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팬들에게 '큰웃음'을 선사했지요.


그렇게 0:3으로 셧아웃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출전한 저그팀 대장 카덴지와 서지수의 게임이 진행됩니다.

https://youtu.be/6kzh85S1t5g



영상 제목에 스포가 있죠?


그렇습니다. 졌습니다. 서지수가. 그녀는 무적이 아니었어요. 그녀도 집니다.


서지수를 이기는데 모든것을 쏟아부은 카덴지는 바로 다음 상대 '다린'에게 패배하며 4:1로 테란이 우승했지만 도전은 이제 시작되었어요.


사실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팬들의 우려와는 달리, 여성 게이머들에게 서지수는 <우리를 학살하고 우리만의 세계를 망치려는 사람>이 아닙니다.  서지수는 여성 게이머들의 동경이고 이상이고 따라가고 싶고 닮고 싶은 존재입니다. 이미 카덴지 이전에 다른 여BJ '남덕선'이 최초로 서지수의 앞마당을 들어올리며 가능성을 보여준 적이 있었고, 준결승에서 탈락한 프로토스팀 선수들도 서지수를 <날빌>로 상대하지 않았어요. 압박을 하고 멀티를 먹고 물량을 뽑고 정면대결했습니다. 서지수의 게임이 있으면 너도나도 옵저버를 보려고 방에 들어오고 들어오지 못한 BJ들은 '도방'을 해서라도 서지수의 게임을 방송하며 언젠가 자신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 더 위로 올라가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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