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6/12 21:43:44
Name   꿈꾸는늑대
Subject   엄마 전화
매달 말 일, 엄마는 전화를 한다.

'아들 잘 지내지?  건강하지?, 엄마카드로 공과금 좀 내줘~ 지로용지 사진찍어서 보낼게~ 부탁할게~'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라 어떻게든 부모님에게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뱅킹을 알려드리려고 했지만, 무뚝뚝한 아들놈은 항상 화내면서 실패했고 그냥 대신 납부해드렸다.

엄마의 공과금 내달라는 전화가 올 때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네' 하고 1초 만에 종료하기 바빴고, '하..... 귀찮아... ' 하면서 결제를 했다.

그러다 나도 어떻게 하다보니 결혼을 했고, 사랑스러운 딸도 생겼다.

그 때 부터였을까, 초보 아빠는 엄마 전화가 오면 좋았고 나를 격려하는 목소리에 위안을 얻었고, 어느정도 수다도 떨게 됐다.

공과금을 내달라는 전화에 손녀 똥 치운 이야기, 밥 먹인 이야기, 목욕시킨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가족의 시더분한 일상에 엄마가 웃고 행복해하는 목소리가 참 좋았다.

일상에 지친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먼저 전화를 했다.  아들 맘을 아시는 걸까?? 아니면 먼저 전화한 아들이 이상해보였을까.. 말하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아들, 아빠 하기 힘들지??힘내~'  라는 말에 정말 힘이 났다. 그렇게 힘을 얻고 난 다시 딸의 슈퍼맨이 될 수 있었다.

내일은 오랜만에 엄마가게가 근처에 있는 거래처에 간다. 그 핑계로 엄마밥 먹어야지..

맛있게 먹고 내일도 힘내야겠다.


====================================

ps. 모바일로 그냥 작성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냥 엄마랑 전화하고 느낀 감정을 어딘가에 글을 남기고 싶었어요.

ps2. 창피해서 곧 삭제할지도 몰라요...

ps3. 정말 요새 정신없이 바빠서 힘든데.. 가족때문에 버텨지네요. 엄마 아빠 아들 딸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35
  • 지우지마세요!! 지우면 머리빠진다!! 너무 좋은글이에요
  • 이렇게 잔잔하고 좋은글은 인간적으로 지우지 맙시다!!
  • 지우지 마thㅔ여
  • 엄마는 추천이죠 ㅎㅎ
이 게시판에 등록된 꿈꾸는늑대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890 사회홍차넷 20000플 업적달성 전기 87 파란아게하 17/07/04 6496 37
11367 일상/생각주인양반 육개장 하나만 시켜주소. 9 Schweigen 21/01/24 4016 36
10525 일상/생각하루 왕복 110km 통근했던 이야기 37 SCV 20/04/23 5132 36
10432 역사오늘은 천안함 피격 사건 10주기입니다. 22 Fate 20/03/26 5609 36
9715 기타마감)강다녤 줄서면 스벅 깊티콘 주는 게시물 (추가X2) 113 tannenbaum 19/09/27 4926 36
9324 과학/기술과학적 연구의 동기부여는 시대를 어떻게 대변하는가? 25 다시갑시다 19/06/18 5403 36
9215 일상/생각홍차넷 1년 후기 8 곰돌이우유 19/05/20 5154 36
8548 사회형벌의 목적, 책임주의, 그리고 음주운전 28 烏鳳 18/11/20 6629 36
6997 과학/기술국뽕론 43 기아트윈스 18/01/25 6424 36
5020 일상/생각10 26 진준 17/02/27 4740 36
4883 기타홍차상자 이야기 :) 52 새벽3시 17/02/15 7046 36
11876 정치내가 왜 문재인을 좋아하지...? 107 매뉴물있뉴 21/07/13 5605 36
2711 역사유게에 올라온 유재흥 글에 대해 63 눈시 16/04/29 12915 36
14427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898 35
13791 일상/생각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 썼던 사람입니다 오랜만에 왔습니다 18 이웃집또털어 23/04/27 2750 35
13022 사회<20대 남성 53% "키스는 성관계 동의한 것">이라는 기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 보고서 원문 자료를 바탕으로 43 소요 22/07/25 3279 35
12524 일상/생각길 잃은 노인 분을 만났습니다. 3 nothing 22/02/18 2790 35
12278 일상/생각어느 유서깊은 양반가문 이야기. 16 Regenbogen 21/11/16 3644 35
11591 댓글잠금 사회한국 성차별 문제의 복잡성. 88 샨르우르파 21/04/18 6905 35
10178 일상/생각습관 만들기 - 2달째 후기 40 카야 20/01/14 4931 35
9731 정치내가 조국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23 그저그런 19/09/29 4967 35
9305 일상/생각엄마 전화 7 꿈꾸는늑대 19/06/12 4636 35
9184 일상/생각30대 기획자. 직장인. 애 아빠의 현재 상황. 15 아재 19/05/12 5119 35
6359 일상/생각학력 밝히기와 티어 29 알료사 17/10/01 6095 35
5034 기타[마감] 홍차상자 우편배달 이벤트 (지방 한정) 74 새벽3시 17/02/28 5405 3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