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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7/31 14:59:32수정됨
Name   AGuyWithGlasses
Subject   [사이클] TDF 상금 이야기 (1) - 자전거 선수는 얼마나 버나요
이번 주제는 사이클을 모르는 분들도 관심을 많이 가질 분야일 거 같습니다. 자기랑 상관없는 남의 연봉 이야기는 잘 먹히는 법이죠ㅋㅋ 그리고 이에 곁들여 잘 이야기되지 않는 주제를 여러 개 건드려볼까 합니다.


연간 열리는 모든 사이클 대회 중에 가장 큰 규모인 투르 드 프랑스가 끝났습니다. 사실 그냥 가장 큰 규모가 아닙니다. 전 세계의 단일 스포츠 대회로만 놓고 봤을때 투르 드 프랑스는 올림픽과 월드컵 다음 가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길거리에 운집한 갤러리만 대회 당 천만 이상, 시청자 수는 10억이 넘어가는 엄청나게 큰 대회죠. 7월 내내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돈을 미친듯이 쓰고 갑니다. 그것도 프랑스 방방곡곡에... 피레네와 알프스는 겨울엔 스키장, 여름엔 TDF와 각종 사이클 동호인 대회 등으로 돈을 엄청 만지므로 지역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자기 마을 TDF에 넣어달라고 난리도 아니죠... 사이클 업계에서도 투르 드 프랑스 하나만 차지해도 1년 농사 다른 걸 압도하는 수준이니 그 위용을 짐작할 만합니다.

이러한 투르 드 프랑스인데,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상금은 얼마나 될까요? 마침 어제 투르 드 프랑스 상금 합계가 나와서 소개드립니다.



총상금 22만 5천 유로, 한화 약 29억 6천만원입니다. 어제인가 포트나이트 세계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자 상금이 300만 불이라고 했었죠? 그 16살 친구가 투르 드 프랑스 24개 팀이 번 상금보다 더 많이 가져갔네요. 안그래도 외국 웹에서도 이 둘 비교해서 거의 가루가 되게 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투르 드 프랑스가 돈이 안 되는 대회냐? 대회를 주관하는 회사인 ASO는 직원 300명 정도 되는 회사인데, 투르드 프랑스, 부엘타, 크리테리움 도피네, 빠리 루베 등등 여러 대회를 열면서 2016년 기준 2억 2천만 유로의 매출, 4600만 유로의 영업이익을 내는 부채 0의 회사입니다. 재작년 주주들에게는 총 3천만 유로의 배당을 해주었구요.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투르 드 프랑스의 우승자인 에간 베르날이 받은 상금이 50만 유로입니다(저기 표에 나오는 이네오스의 상금에 합산된 겁니다)... 각 저지 보유자가 5만 유로를 가져가고, 스테이지 우승, 각 스테이지별 중간 스프린트, 산악 포인트 등에 조금씩 상금이 가산되서 저런 규모가 됩니다. 총상금은 애초에 저렇게 딱 정해져 있고, 각 부문별로 선수들이 차지해서 가져가는 거죠.

웃긴건... 저 액수도 해당 선수들이 다 가져가는 건 아닙니다. 저기에서 선수노조 운영비를 7% 떼고, 반도핑위원회 기금에서 2%인가 떼고, 개최지의 지역 사이클 협회가 3%를 떼고 사이클링 서비스 사(월드 투어 팀 절반 이상이 이용하는 회사로 각종 월드투어의 상금 분배와 잡수익 등 배분 담당)에서 3% 떼고 벌금있으면 또 떼고... 결정적으로 세금을 25% 가량 뗍니다-_-;;
대충 다 제하면 저 상금에서 한 60% 남습니다. 거기에서 또 팀 운영비를 1/3 떼면 40% 남죠. 그 40%를 n빵, 그랜드 투어는 8명이니 8등분한 5% 남짓을 가져가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선수 A가 월드 투어 팀인 카츄사-알페신 소속으로 뛰어서 이번 투르를 뛰었다면 3주간 그 고생을 하고 한 900유로 가져가는 거죠. 여기도 1000유로 세대?

투르 드 프랑스가 이 지경이니 선수들의 주 수입원은 극히 일부 선수의 개인 스폰을 제외한다면 연봉이 주가 됩니다. 그러면 사이클 선수들의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요? 우선 현재 UCI에서 정한 최저연봉은 연 38000유로 정도입니다. 한화 약 5천만원이죠.

2015년 영국 스포츠 언론인 스카이 스포츠의 기사에 의하면, '월드 투어급 팀의 '신인급 선수들은 대충 최저연봉에서 5만 파운드 정도의 돈을 받는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10만 파운드, 약 1억 4천만원의 연봉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팀을 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개인 수상을 조금 하고 어느정도 연차가 쌓여서 중견급 도메스티크가 되면 약 14만에서 40만 파운드 정도, 2억에서 5억 7천만원 가량의 연봉이 되는 거죠. 여기까지도 팀 내에서 한 열 명도 안 될 겁니다.

이제 톱급 도메스티크가 되거나, 보조 리더를 할 정도 되면 갑자기 90만~150만 파운드로 펑 뜁니다. 물론 이쯤 되면 사이클 판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기가 생깁니다. GC리더급은 팀 사정마다 조금씩 다른데 150만~300만 유로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리스 프룸과 같은 GC선수나 피터 사간같은 최인기 스프린터들은 연봉만 400만 유로에서 600만 유로 정도로 추정되는데 여기쯤 오면 개인 스폰도 어마무시하게 붙고 해서 자세히는 아무도 모르죠.

개인적으로는 테니스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테니스는 랭킹이 100위권 밖으로 밀리면 생활이 힘들어집니다. 대회 상금이 지난 10년간 드라마틱하게 올랐다고는 하는데 그건 atp 1000 이상급 대회에 해당하고 현실적으로 ATP 500만 해도 Top 30급 외의 선수가 우승할 확률이 굉장히 낮습니다-_-;; 가끔 페더러 같은 선수가 500까지 내려와서 쓸고 갈 때도 있는데 이러면 참... 테니스는 팀과의 계약관계가 없고 투어 비용도 자기가 다 알아서 해야 해서(사이클도 부대비용이 많긴 한데 적어도 유럽 밖으로 자주 나가진 않죠) 체류비 내고 코치 고용하고 세금 때고 그러면 1년에 십만불은 우습게 씁니다... 200위권 밖 선수는 현실적으로 상금으론 버는 돈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톱급 선수들은 어마무시한 돈을 벌어서 자전거 따위입니다만 그런 선수는 여기나 저기나 극소수죠.

반면 자전거는 가끔 체불되는 사고가 있기는 한데 그래도 먹고 살 수 있는 최저선의 돈은 나옵니다. 물론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 사이클 계의 불합리한 계약체계, 임금 체불 사고, 각종 괴롭힘 등의 이야기가 올해 한번 사이클링뉴스에 선수들의 폭로로 공개된 적이 있는데, 참 뭐랄까 어딜 가나 저런 게 있구나 싶긴 하더군요... 하나만 소개해 드리면, 중간에 계약서가 바뀌어서 7월 이후의 연봉이 절반으로 깎여버린다던가 하는 게 있습니다-_-;;
90년대에는 제가 랜스 암스트롱 글에서도 밝힌 적이 있지만 도핑을 거부하면 계약서가 처음부터 2장이 있는데 도핑을 안하는 조건으로 연봉이 0 하나 빠진 계약서를 줬었다고 합니다. 참 뭐랄까...


여기까지의 모든 글은 '남성' 사이클계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2)에서는 여성부에 관한 이야기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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