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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0/26 09:59:28
Name   AGuyWithGlasses
Subject   [NBA] Orlando Magic Chronicle - (3) 무능의 시작, 스러진 영웅


95-96시즌은 흔히들 시카고 불스의 72승 시즌으로 기억됩니다. 커리의 골든 스테이트가 15-16 73승을 하기 이전엔 정규시즌 최다 승리기록으로 유명했지요. 그리고 골든 스테이트는 준우승에 그치면서 아직도 역대 최강팀 중 하나라는 칭호는 사라지지 않은, 그런 해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시카고 불스는 95-96 시즌 엄청난 성적을 거두면서도 한 가지를 절대로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로 올랜도 매직에 대한 경계였죠. 지난 시즌에 2라운드에서 져서만이 아니고, 여러모로 올랜도가 시카고를 카운터칠 만한 요소가 있었습니다. 매직의 호레이스 그랜트-샤킬 오닐이라는 빅맨 듀오를 로드맨과 3명의 허약한 센터(ex 롱리신..)로 막는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었죠. 물론 백코트에서는 불스의 우위였습니다만 페니도 만만한 선수는 아니었으니... 언론들도 시즌 내내 올랜도를 불스의 대항마로 꼽았었습니다.

실제로 95-96 올랜도 매직의 성적은 60승 22패. 시카고가 워낙 뛰어난 성적을 거두어서 그렇지, 60승도 굉장히 많은 승수였습니다. 당연히 동부 2위를 차지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순항하면서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하여 리벤지 매치가 벌어지게 되었죠.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올랜도 매직은 성난 황소떼 앞에서 너무나 무력했습니다. 1차전 도중 호레이스 그랜트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전력 균형의 추가 시카고로 확 기울고 맙니다. 페니와 샤크는 불스 수비진을 맹폭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전부 한 자리대 득점도 간신히 올릴 정도로 꽁꽁 묶이면서 39점차 대패를 당해버립니다. 이후 너무나 무기력하게 올랜도는 4-0 스윕을 당해버립니다. 샤킬 오닐은 99-00 레이커스에서 첫 우승을 하기 전까지 플레이오프에서 스윕패를 당한 적이 상당히 많은데, 그 시작점이 바로 이 때인거죠. 2년차 때 인디애나에게 당한 스윕이면 몰라도 이제선 경험탓도 전력탓도 할 수가 없으니...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페니-샥 듀오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합니다.

샤킬 오닐은 이 시즌 초반 손가락 부상을 당해 첫 22경기를 결장하게 됩니다. 이 기간 페니는 팀을 17승 5패로 이끌게 되는데, 올랜도 매직의 보드진들은 이걸 보고 샤크를 과소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아 오닐 없어도 어느정도 돌아가는구나...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올랜도 지역언론들도 페니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기 시작하고, 둘 간의 프라이드가 은근히 충돌할 때마다 구단이나 언론이나 페니 편을 들어줬습니다. 올랜도 센티넬은 시즌 종료 후 지역 주민들에게 오닐을 잡아야 하는가? 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했는데, 82%가 'No'로 답했다고 합니다. 배가 불러터진... 또 다른 설문에서는 '오닐이 115mil$의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91%가 No... 거의 무슨 악담을 하는 수준이었죠.

당시 올랜도 지역지들의 오닐 까기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오래된 여자친구와 결혼할 생각도 없이 애가 있는걸 보니 애들 정서교육에 좋지 않다는 소리를 하질 않나... 오닐은 돈만 밝히는 놈이다 뭐 이런 류였죠. 페니는 페니대로 올랜도 이 구역의 리더는 나고 오닐은 나보다 돈 더 받으면 안 된다는 곤조가 있었고,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힐은 점점 통제력을 잃고 있었습니다. 구단은 이 모든 사태를 방치 or 조장중이었구요.



이 모든 것에 진절머리가 난 샤킬 오닐은 7년 121mil$에 레이커스와 계약을 하고 올랜도를 떠나버립니다. 정말 어이가 없는 사건이 벌어진 거죠.

그렇게 샤크는 허망하게 헐리우드로 떠나버리고, 96-97시즌이 시작됩니다. 페니와 앤더슨, 그랜트에 드래프트된 보 아웃로, 언드래프티 대럴 암스트롱 등으로 페니가 중심이 된 그럭저럭 로스터는 꾸려졌죠. 하지만 샤크의 빈 자리는 너무나 컸습니다. 아무리 페니가 스타라지만 페니 혼자서 모든 걸 할 수는 없는 법이죠.



결국 이 무리한 결정 때문에 사달이 나기 시작합니다. 페니는 201cm의 장신 포인트가드였는데, 항상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몸에 굉장히 무리가 갔고, 결국 무릎 부상을 당하고 맙니다. 59경기 출장에 성적은 나쁘지 않아서 써드 팀에 들긴 했습니다만, 팀에서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었던 거죠. 그마저도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힐과 또 알력다툼이 나서 결국 힐이 경질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팀은 페니를 전혀 제어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샤크가 나간 자리를 열성적으로 채우지도 못했습니다. 아웃로는 그저 그런 선수였고, 암스트롱은 언드래프티 출신으로 이때는 그저 무명 백업 가드였을 뿐입니다. 이때까진 아직 올랜도가 FA 선수들에게 구매력이 있던 시절인데, 그걸 전혀 하지도 못했구요.

이 시즌 성적은 45-37패. 샤크의 빈자리와 페니의 부상은 전년대비 -15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되돌아옵니다. 동부 7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당시 뉴욕과 라이벌리를 씨게 세우고 있던 강호 마이애미 히트와 1라운드에서 붙게 됩니다.

이 시리즈에서 페니 하더웨이는 괴력을 발휘합니다. 1차전은 부진했으나, 2차전 26득점을 시작으로 42-41-33득점... 2차전까지만 해도 2-0으로 무난하게 스윕하리라 생각하던 마이애미는 페니 한 명에게 정말 크게 데여서 탈락을 걱정해야 할 위치까지 옵니다. 결국은 간신히 5차전에서 이기긴 했지만 페니의 이러한 대활약에 펫 라일리가 경의를 표할 정도였죠.



그렇지만 이 또한 팀이 페니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페니의 플옵 5경기 출전시간은 39-39-47(!)-48(!!)-47(!)분. 3~5차전은 사실상 경기 내내 벤치에 안 앉은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페니는 이 시즌에 무릎 부상으로 59경기만 출전했고, 201cm로 1번을 보는 선수입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무리를 한 거죠.

결국 이것이 페니의 마지막 전성기가 되었습니다.

97-98시즌 페니는 19경기 출장에 그치고, 다음 해였던 98-99(파업으로 인한 50경기 단축시즌)에는 전 경기 출장은 합니다만 클래스 자체가 내려가 있었습니다. 무릎 부상의 여파로 운동능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이 해는 시즌이 짧아서, 그래도 천부적인 센스를 십분 발휘하여 올랜도를 3위까지 올려놓습니다만, 정작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아이버슨의 필라델피아에 철저하게 당합니다. 시대의 주도권이 완전히 96드랲 세대(코비, 아이버슨 등)에게 넘어간 거죠.

이 기간동안 다른 선수들을 볼까요. 시카고에서 야심차게 데려온 호레이스 그랜트도 득점을 주도하는 성향은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 선수도 시카고 마지막 시즌 때의 모습을 올랜도에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96년도 이후로는 더 이상 좋은 수비를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평범한 파워포워드로 남게 되었습니다. 단축시즌부터 노쇠화가 왔고, 결국 시즌 종료 후 시애틀로 트레이드됩니다. 다시 올랜도에 왔을때는... 거의 퇴물이었죠.

닉 앤더슨, 데니스 스캇과 같은 올랜도의 개국공신들도 이 시점부터는 슬슬 노쇠화가 오고 있었습니다. 닉 앤더슨은 좋지 않던 자유투가 완전히 망가지게 됩니다. 이 선수를 자유투 40%대 선수로 알고 있는 올드비들이 좀 계시는데 실제로 그런 시즌이 한 차례 있었고, 40%대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60%대에 그치면서 난조를 보였죠. 파이널의 저주인가... 데니스 스캇도 203cm로 주로 4번에서 뛰다보니 피지컬이 빠르게 소모된 편입니다. 결국 단축시즌 즈음에는 전부 정리됩니다.

한마디로 올랜도 매직은 95-96 이후 선수들을 소모하기만 하고 제대로 된 보강을 전혀 하지 못한 셈입니다. 그 사이 쌍욕을 하던 샤크는 레이커스로 가 버렸고(비록 단축시즌 전까지는 거기에서도 유타에게 열심히 발리고 있었지만..), 페니는 제어도 관리도 못 해서 허망하게 스러지고, 또 플레이오프는 계속 나갔기 때문에 좋은 픽을 받지 못한데다가 그 픽들도 무의미하게 써 버려서 사실상 남는 게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세월만 허비한 거죠. 한때 파이널까지 갔던 젊고 훌륭했던 팀은 이렇게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98-99시즌 이후 올랜도는 완전한 재정비를 선언합니다. 페니를 결국 피닉스 선즈에 트레이드하고, 노장 선수들을 정리하여 완전히 팀 샐러리를 비웠죠. 구단주가 투자 의지는 있었고, 아직 올랜도 매직은 전국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샤크-페니시절의 센세이션의 온기가 좀 남아있어 인기가 있던 팀입니다. 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건은 충분했지요.

이렇게 해서 올랜도의 첫 영광의 시대는 완전히 종언을 고합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선수, 새로운 감독...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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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춫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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