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1/07/10 14:42:17
Name   봄과여름
Subject   남길 책, 버릴 책 어떻게 정리하시나요
가난한 대학 때는 책 하나하나가 다 소중했는데,
요즘은 넘쳐나는 책에 치여 집이 엉망이네요.
미니멀리즘에 매력을 느끼는 상태라, 책도 좀 줄이고 싶긴 한데 정말 어렵습니다.
책이란 게, 아무리 허접해 보여도
들춰보면 몇 군데는 마음에 와닿는 문단, 쏠쏠한 정보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난 자기계발서 하찮아하지' 하면서 가볍게 버리려다가도,
이대로만 하면 아침 6시 일어나 일분 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것만 같고,
'요리, 영양 따위에 시간 쓸 내가 아니지, 내가 문학사니 철학이니 뭘 알아'
하며 버리거나 중고로 팔려 하면 또 나름의 쓸모가 있어 보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푸념입니다. 제게 가치 없는 책은 어떻게든 정리하겠죠.

다만 읽고 나서 감동 받거나 소장 가치가 있어 모은 책이 문제 같습니다.
이 책들을 보며 의아한 게 '과연 지난 10년간 이 책들을 다시 읽어봤나' 입니다.
시간은 무섭게 흐르고 세상도 저도 끊임없이 변하니
지나간 자료, 지나간 책들을 다시 들춰볼 여유가 없네요. 그 사이 책들도 낡고 변색되고...
시간이 가로로 한없이 늘어진 듯, 대하소설도 읽고 옛 일기장이나 편지도 들춰보는 건
주위에 텍스트 자체가 빈곤했던 1020대나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상한 조바심이 생긴다고 해야할지,
밀려드는 자료들과 미뤄놓은 책들을 읽는 것만 해도 허겁지겁하게 되네요.
(근데 우스운 건, 이틀씩 쉬게 되는 오늘 같은 날은 불러주는 곳도, 갈 곳도 없어서 이 공백 앞에서 안절부절 못 한다는 것. 그럼에도 몇년 전만 해도 소중했던 정보나 자료들이 더이상 의미 없어진 순간들을 마주할 때면 시간의 무자비함이 무섭게 절감됩니다.)

20대 때 한 지인이 "난 정말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 아니면 안 사" 라고 다소 스노비즘을 섞어서 말한 적이 있어요.
들으면서 솔깃했는데, '소장할 가치'라는 기준점을 잡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동서양 고전으로만 구성하면 소장할 만한 책장이 된 걸까,
그런데 내가 그나마 몇 개 읽은 고전들을 다시 들춰본 일이 있나,
추억에 사무쳐 사모은 추리소설집들을 다시 꺼내봤나..
이런 의문이 문득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 제목들이 주는 권위, 표지만 봐도 있어보임, 나도 읽어봤단 말이야 하는 심리에 굴복해
절대 버리지는 않겠지요. ㅎ
모아놓으면서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나중에 은퇴하면 시골에서
이 책, 이 음악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을 거야, 인데
그때쯤에 저 책들은 변색돼서 냄새나고 사망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다른 분들은 '내 책장' 구성을 어떻게 하시는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몇 번이고 다시 꺼내 읽고 하시는지요.

(미니멀리즘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중에는 '핵심' 이나 '정수'만으로 주변을 구성해서 내가 다 통제하고 싶어하는
정리 좋아하고 꼼꼼한 기질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책장도 그 대상 중 하나겠죠)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896 의료/건강1인 가구 식생활 질문입니다. 12 불타는밀밭 22/01/27 5766 0
13012 가정/육아간이 욕조를 사고 싶습니다. 4 불타는밀밭 22/02/23 4825 0
13067 의료/건강운전을 해야 할 까 말아야 하는 지.... 11 불타는밀밭 22/03/07 5684 0
273 의료/건강아버지께 뇌 동맥류가 있답니다 7 불능 15/09/05 5136 0
30 진로편입을 준비할까 합니다. 8 불꽃늑대 15/06/02 9520 1
253 기타도서관에서 테블릿으로 인강들을수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3 불꽃늑대 15/08/26 6535 0
409 교육기계공학과 편입 면접이있습니다. 공부를 어떻게해야 할까요?? 3 불꽃늑대 15/11/02 7158 0
692 진로기계공학과 기계설계 취업할때 같은 기계계열로 되나요?? 4 불꽃늑대 16/01/05 9254 0
8586 기타적당한 가성비 소고기집 추천 부탁드립니다. 17 분투 20/01/04 4257 0
9554 의료/건강군에서 약 처방 어떻게 받나요? 15 분투 20/06/08 3675 0
12296 기타전역 후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68 분투 21/09/22 9046 0
12371 진로컴공을 복전하려 합니다. 14 분투 21/10/02 5288 0
13783 의료/건강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15 분투 22/08/23 4981 0
16347 기타마케팅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8 분투 24/12/02 2079 0
16412 IT/컴퓨터적당한 키보드 추천 부탁드립니다. 19 분투 24/12/28 2049 0
2521 과학일본 방사능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7 분노의달걀 17/03/17 4879 0
6403 기타(마시는)차알못에게 차 추천 좀 부탁드려요. 12 봄봄 19/01/27 4047 0
8574 기타개인 프로젝트 일정관리 어플 없을까요? 11 봄봄 20/01/02 7244 0
11375 연애이성에게 외적 매력을 줄 때 화장과 꾸밈의 기여도는 얼마일까요? 23 봄과여름 21/04/17 4737 4
11870 기타남길 책, 버릴 책 어떻게 정리하시나요 11 봄과여름 21/07/10 5215 0
12319 과학문과생이 우주, 양자역학을 취미로 즐길 만한 모임.. 7 봄과여름 21/09/26 5563 0
12711 IT/컴퓨터인공지능 관련 용어 좀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7 봄과여름 21/12/19 4821 0
12760 문화/예술누리호 실수가 초보적인 실수인가요? 28 봄과여름 21/12/30 5448 0
15182 기타삼국지 번역본(?) 추천 좀 부탁드려요 25 봄과여름 23/09/01 6310 0
7759 IT/컴퓨터pc 견적 문의드립니다. 3 19/08/28 3986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