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1/02/16 10:45:44
Name   주식하는 제로스
Subject   일용근로자 월가동일수 기준 축소에 반대한다
*뉴게에 적었다가 수정, 추가하여 옮깁니다.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67959

종래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등에 있어서 근로자가 근무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 얻지 못한 소득을 의미하는 일실수입 산정시 월 가동일수는 22일로
인정되었습니다.

말하자면 1달동안 입원했어도 그 기간동안 일할 날은 22일이지 30일이 아니니까
도시일용노임 x 22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실수입으로 인정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항소부에서 이 일실수입 산정기준인 월가동일수를
22일에서 18일로 변경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우리 주4일제 인가요?)

이는 사망사고나 장해를 입었을 경우 등 신체적 손해를 당한 저임금근로자들의
손해배상액을 크게 삭감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링크 판결의 경우, 원고 A씨는 2014년 왼쪽 무릎 관절염을 수술받는 과정에서
B씨의 의료과실에 따른 신경손상 등으로 근육이 약화돼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한 채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일명 '족하수' 증상이 발생해
영구적 보행장애의 피해를 입게 되자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일실수입 6,000만원을 포함해 치료비/위자료 포함 7,800만원의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는데
항소심은 이중 일실수입부분의 계산식을 월가동일수 22일에서 18일로 변경, 일실수입을 5100만원으로
산정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오늘날 우리 경제는 선진화되고 레저산업이 발달돼 근로자들도 종전처럼
일과 수입에만 매여 있지 않고 생활의 여유를 즐기려는 추세"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이 처음 등장한 1990년대 후반 이후로 2003년 9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주 5일 근무로 변경됐고, 같은 해 11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대체공휴일이 신설되는 등 법정근로일수는 줄고 공휴일은 증가했다"

"이는 정규근로자 뿐만 아니라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단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 및 근로조건의 변화라고 봄이 타당하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더라도 도시 일용근로자와 관련된
고용형태별, 직종별, 산업별 월 가동일수는 월 22일보다 감소하고 있고,
이러한 감소 추세는 단순히 국내외 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

"근로자들의 수입은 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인데,
1995년부터 정부노임단가가 폐지되고 시중노임단가에 의해 일용노임이 산정되고,
최근 가동연한이 60세에서 65세로 상향된 점도 영향이 크다고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를 반영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단순노무 종사자 비정규근로자와
건설업 근로자의 가동일수의 평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월 18일을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로 정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중앙지법 항소부가 위와 같은 판결을 내렸는데..기분이 쎄합니다. 멀지않아 대법원에서
동일한 판결을 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군요. 저는 이에 반대합니다.

1) 근로자가 휴식과 레저를 늘리기 위해 일을 줄이는 것과 사고등으로 장해를 입거나
일을 할 수 없게 된 경우의 손해 판단을 연계시키는 것은 타당치 않고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선택]과, 할 수 없게되는 [불가능]을 구별해야)

2) 주5일제에서 판단되는 월 가동일수가 22일인 것이며, 대체휴일등이 월4일씩 될 정도로 늘어났다 할 수 없고

3)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일용근로자, 취약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통계상 월 가동일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상을
다시 취약근로자의 일실수입 산정에 불리하게 계산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 됩니다.
그런 방식으로 계산한다면 실업률이 늘어나고 백수였다면 사고를 당해도 어차피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으니
배상할 손해도 없거나, 취업가능성을 확률로서 일실수입 산정에 포함시키는 계산도 가능할 것입니다.
본래부터 '가능성'을 추정하여 인정하는 손해입니다. 현상과 일치해야할 당위가 없는 것이죠.

4) 아울러, 공식 통계상 월가동일수가 금과옥조처럼 인정되어야 할 명확성/정확성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예컨대 기존 다른 판결의 설시를 살펴보면

"일용근로자의 작업 내용이나 투입일수에 따라 사업주가 일용근로자의
근로내용 확인 신고를 철저히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확인신고가 이뤄진 사업은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가 발주한 대규모 공사인 것을 미뤄보면 C의 모든 근로내용이 신고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확인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월도 존재하는 점을 보면 실제 근로일수가 통계 근로일수보다 적다고 보기 어렵다"

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가동일수를 22일로 산정한 예도 있습니다.
일용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일수가 통계 근로일수보다 많다고 평가해도 조리/경험칙에 합당하다는 것이죠.

* 사족을 붙이자면, 남성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는 평균적으로 여성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를 상회합니다.
종전에는 넉넉한 근로일수- 22일 인정되어 큰 쟁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18일을 기준으로 다툼이 일어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논변이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5) 굳이 말한다면, 도시일용노임 기준 손해배상이 실제 피해자의 수입보다 많은 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피해발생시 배상판결에서 위자료나, 소송비용이나, 기타 산정하기 어려운 손해들이 충분히 배상되고 있었습니까?
법정에서 명확한 계산을 하기 어려운 손해는 항상 존재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추정치가 항상 고려되기 마련입니다.
일실수입의 가동일수 판단에 다소 피해자에 유리한 추정이 존재한다한들 기타 산정되지 못한 손해들이
넘치게 보전되어왔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가끔 이야기합니다만 부조리와 부조리가 상쇄되어 조리를 이루는 일은
있기 마련이고 그 와중에 한쪽의 부조리만 제거하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입니다.

---
결과적으로, 가동연한이 60->65세로 연장되어 증가한 손해배상액에 비해
모든 피해자의 월가동일수가 22->18일로 변경된 결과 사고발생시
취약근로자/파트타임근로자/미취업자들에게 인정될 피해배상액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도시일용노임이 적용되지 않을 고소득자들에게는 아무 문제없는 일이지요.
월평균소득을 입증함으로써 월가동일수 산정따위는 필요가 없으니까요.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3-02 08:0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9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85 기타왜 범행일이 아니라 판결일로 집행유예 처벌이 달라져요? 6 집에 가는 제로스 22/04/15 3352 26
    960 일상/생각웃음이 나오는 맛 13 지옥길은친절만땅 20/05/17 4068 11
    736 기타이야기의 마무리 44 지금여기 18/11/27 5903 50
    168 창작[SF단편] 펭귄 밀크 11 중년의 럴커 16/03/11 6441 5
    362 일상/생각엄마. 16 줄리엣 17/02/09 4861 27
    215 경제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과 금융에 관한 이야기. 11 줄리 16/06/10 8995 23
    1071 정치/사회우간다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과 난민사유, 그리고 알려는 노력. 19 주식하는 제로스 21/03/17 4547 32
    1061 정치/사회일용근로자 월가동일수 기준 축소에 반대한다 7 주식하는 제로스 21/02/16 4200 19
    1240 체육/스포츠북한산 의상능선 간략소개 9 주식못하는옴닉 22/09/25 3328 16
    817 과학0.999...=1? 26 주문파괴자 19/06/14 6073 19
    775 과학수학적 엄밀함에 대한 잡설 29 주문파괴자 19/03/05 8256 18
    667 여행서울 호우캉스 호텔 결정 로직 43 졸려졸려 18/07/25 7024 15
    225 요리/음식아빠요리 만들기 -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기 위해 필요한 도구 24 졸려졸려 16/06/29 6848 5
    263 게임[삼국지 영걸전] 1599 클리어 기념 팁 + 후기와 기타 등등 이야기 37 조홍 16/09/09 13489 8
    37 게임독수리의 눈으로 입문자를 노리는 HOMM3 소개 (1) 기초 14 조홍 15/06/22 18338 0
    1170 정치/사회러시아와 우크라이나, 3개월의 기록들 4 조기 22/02/25 3245 14
    824 일상/생각20년전 운동권의 추억 36 제로스 19/06/27 6449 23
    760 정치/사회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 소송의 경험 3 제로스 19/01/18 4957 19
    741 정치/사회세계1% 연구자 논란 22 제로스 18/12/06 7314 21
    626 문화/예술북유럽 신화 한토막 - 블랙기업 아스갈드 편 12 제로스 18/05/04 6984 10
    1142 경제최순실로 인해 불거진 ODA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6 정중아 21/11/08 4112 17
    973 일상/생각자격은 없다. 101 절름발이이리 20/06/22 7810 42
    153 과학왜 최근에 빌 게이츠,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등 많은 유명인들이 인공지능을 경계하라고 호소하는가? 47 절름발이이리 16/02/12 8873 7
    231 기타올바른 '판단-해석'을 위하여 11 전기공학도 16/07/10 5183 6
    907 게임2019년 좋았던 게임과 별로였던 게임 뽑기 6 저퀴 20/01/07 4625 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