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3/01/22 00:10:42
Name   BitSae
Link #1   https://neetpeople.kr/
Link #2   https://neetconnect.kr/
Subject   니트라이프 - 1. 새로운 땅에 한 발을 내딛다.
안녕하세요. 빛새입니다.

음벙과 타임라인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도움을 받았던 니트생활자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께서 이곳에 관해 관심을 두셨기 때문에, 두 편에 걸친 '니트라이프' 시리즈로 티타임에 올립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담았기 때문에 두서없이 글을 썼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들어가며, 자만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던 2021년.

2021년 2월, 저는 학사 6년, 휴학 1년, 석사 2년, 도합 9년 만에 대학교 문을 나서고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도망가듯 얻은 학위지만 석사까지 마쳤으니 금방 취업할 줄 알았고, 자신만만하게 취업준비생의 삶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오만했던 걸까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던 저는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부산 밖을 벗어나기 싫었고, 잘 모르는 분야는 싫었고, 뭐해서 저해서 싫었다 보니 선택의 문은 좁았습니다. 서류전형을 통과해 겨우 면접에 들어갔을 때도, 제대로 발표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희와 함께할 수 없습니다.'는 얘기만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좋아하는 것도 없었고, 뭘 잘해야 할지도 몰라 막막했고, 주변의 시선에 눌려 위축되다 보니 자신감은 땅으로 꺼졌습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곳이 지뢰밭처럼 느껴졌기에 어느 순간부터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누구나 다 한다는 국취지도 '취업상담사가 나를 괴롭힐 거야'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시도하지 못했죠. (DC 특유의 감성을 제하더라도, 인센티브 때문에 지원자를 괴롭힌다는 얘기가 있었음)

취업시장에 나간 2021년은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아무런 무기 없이 맨몸으로 총탄이 난무하는 전쟁터에 나갔으니, 당연히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죠. 이러다간 정말 죽을 거 같다는 느낌이 너무나 세게 들었던 저는, 2022년 한 해를 온전히 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1:1 심리상담과 니트생활자 프로그램 참여라는 투 트랙을 가동했습니다.

2. 니트생활자? 그게 뭐죠?

지금까지 저는 별다른 설명 없이 이 글에서 '니트생활자'라는 생소한 개념을 계속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문단에서는 니트생활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제가 이곳을 알게 된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니트생활자는 일하지도, 교육받지도, 직업훈련을 받지도 않는 만 18세~39세 니트(NEET) 청년들을 이어주는 비영리 스타트업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공백기를 무업 기간으로 재정의하고, 이들의 일상 회복과 사회 진출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인과 기업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니트생활자가 2022년에 주관했던 프로그램은 총 3가지입니다. 각 프로그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비수도권 거주자였기 때문에 니트오피스는 참여하지 못했고, 1년 동안 나머지 두 프로그램에 발을 들였습니다.)

1. 니트컴퍼니 - 참여자는 12주 동안 일상을 회복할 자그마한 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온라인상에서 인증한다. 이 프로그램은 서로 격려해주면서 낮은 단계의 연대감을 형성한다.
2. 니트인베스트먼트 - 참여자는 12주 동안 일정 금액을 나눠준 뒤, 각자의 도전과제를 알아서 수행하고 발표한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인 지원을 통해 무업 청년이 자신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게끔 격려한다.
3. 니트오피스 - 참여자는 10주 동안 주 1-2회 서울 소재 오프라인 사무실에 직접 나와 다양한 업무와 활동을 수행한다.

[이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프로그램의 특성 차이 때문에 작년 전반기에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이걸 알게 되었냐고요? 저는 재작년 여름에 공개된 카카오TV '톡이나 할까'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렇게 해서 힘들었구나,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쯤은 저기에 합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구직 활동을 그만둔 지 3개월이 지난 작년 4월에 이곳에 발을 들였습니다.

3. 2022년 상반기, 함께 갈 줄 알았으나 혼자서 버텨야 했던 4개월

니트생활자에 대한 정보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는 이곳의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한가할 때는 니트생활자 프로그램이 이미 진행중이었고, 제가 구직활동을 할 때는 새 멤버를 모집하는 바람에 서로 많이 엇갈렸습니다. 반년 넘게 기다린 2022년 4월, 저는 마침내 니트생활자가 주관하는 '니트인베스트먼트 1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Zoom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했고, 수많은 사람이 한 화면에 보였을 때는 이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12주 동안 해 나갈 내 일을 설명하고, 중간점검을 하고, 7월 중에 발표회를 하면서 프로그램이 마무리될 때까지 쓸쓸히 홀로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앞에서도 살짝 얘기해드렸지만, 제가 신청했던 니트인베스트먼트는 참가자의 일상 회복이 아니라 이들의 사회 진출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간의 네트워킹이 아니라 각자의 능력 발현에 집중하는 분위기였어요. 취준 생활 1년을 하면서 너무나 외로웠는데,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조금 나중의 알게 되었지만, 니트인베스트먼트 참여자 중 일부는 이미 2020~21년에 진행된 니트컴퍼니에서 서로 친해졌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잘 지냈던 거 같아요.)

그래도 혼자 버티는 기간에도 얻은 것은 있었습니다. 조금 푹 가라앉았던 대학원생 이야기를 접고, 밥을 해 먹으면서 생각나는 이야기를 정리한 새로운 브런치 시리즈를 런칭했고, 그 글 중 일부가 다음 메인에 올라가면서 조회수 10,000 이상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7월에 열린 발표회에서는 제 인생을 담은 30분 발표를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여러 성과가 막막한 니트 생활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습니다.

또한 주최측에서는 네트워킹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다른 참가자가 개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참가자가 주최한 퍼스널 브랜딩 스터디, 대본 리딩 프로그램을 무사히 마무리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혼자 버티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어야 판이 깔려도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그로기 상태가 된 제가 큰마음을 먹고 새로운 땅에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비록 처음 참여한 곳에서는 홀로 버텨야 했지만, 그래도 건진 것이 있기에 2022년 하반기에도 니트생활자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하반기 프로그램 참여 후기와 2022년 결산, 그리고 2023년 목표를 담은 2편은 2월이 오기 전에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2-04 15:5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7
  • 흥미로운 활동에 참여하셨네요 후기 기다리겠습니다
이 게시판에 등록된 BitSae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05 창작서울에 아직도 이런데가 있네? 7 아파 23/06/01 3679 24
1304 문화/예술'이철수를 석방하라' 1 열한시육분 23/05/29 2160 13
1303 일상/생각난임로그 part1 49 요미 23/05/21 3306 69
1302 일상/생각빨간 생선과의 재회 13 심해냉장고 23/05/21 2401 22
1301 일상/생각팬은 없어도 굴러가는 공놀이: 릅신이 주도하는 질서는 거역할 수 없읍니다. 8 구밀복검 23/05/20 2319 23
1300 정치/사회편향된 여론조사를 알아보는 방법 10 매뉴물있뉴 23/05/18 2251 25
1299 일상/생각널 위해 무적의 방패가 되어줄게! 9 골든햄스 23/05/07 2388 49
1298 일상/생각재미로 읽는 촬영 스튜디오 이야기. 8 메존일각 23/04/30 2386 10
1297 문학82년생 이미상 5 알료사 23/04/29 3197 22
1296 일상/생각힐러와의 만남 6 골든햄스 23/04/24 2441 18
1295 문학과격한 영리함, 「그랜드 피날레」 - 아베 가즈시게 6 심해냉장고 23/04/24 1912 16
1294 일상/생각정독도서관 사진 촬영 사전 답사의 기억 공유 19 메존일각 23/04/12 2724 14
1293 일상/생각인간 대 사법 3 아이솔 23/04/11 1988 17
1292 정치/사회미국의 판사가 낙태약을 금지시키다 - 위험사회의 징후들 4 코리몬테아스 23/04/11 2590 27
1291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2. 샐리의 짝사랑 14 서포트벡터(서포트벡터) 23/04/05 2129 12
1290 의료/건강70일 아가 코로나 감염기 9 Beemo 23/04/05 1784 6
1289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1. 원작 만화처럼 로맨스 즐기기 16 서포트벡터(서포트벡터) 23/04/03 2154 9
1288 일상/생각전두환의 손자와 개돼지 3 당근매니아 23/03/30 2637 45
1287 정치/사회미국 이민가도 지속되는 동아시아인의 저출산 패턴 30 카르스 23/03/28 4697 16
1286 꿀팁/강좌농업용 관리기 개론 8 천하대장군 23/03/23 2518 10
1285 일상/생각챗가놈 생각 4 구밀복검 23/03/25 2213 19
1284 일상/생각20개월 아기 어린이집 적응기 18 swear 23/03/21 2212 29
1283 기타아빠. 동물원! 동물원에 가고 싶어요! 27 쉬군 23/03/14 2462 61
1282 기타느긋함과 조급함 사이의 어딘가 8 하마소 23/03/08 2065 17
1281 일상/생각직장내 차별, 저출산에 대한 고민 26 풀잎 23/03/05 3245 17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