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3/08/19 19:38:02
Name   양라곱
Subject   내가 집에서 맛있는 하이볼을 타 먹을 수 있을리 없잖아,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탐라 술쟁이입니다. 질게에 올려주신 먹이님 하이볼 질문 글에 신나서 댓글 달았는데,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서 살을 조금 더 붙여서 아예 티탐글을 하나 팠습니다. 물론 맛있는 술에 맛있는 탄산 섞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신경써서 조금 더 맛있게 먹어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시작 가이드입니다.

하이볼은 보통 협의로는 [위스키 + 탄산수]를 지칭하지만, 광의로는 [고도수의 기주 + 탄산수] 조합을 모두 하이볼로 부릅니다. 즉,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진토닉이나 잭콕 같은 녀석들도 모두 하이볼의 일종입니다. (물론 식당가서 하이볼 시켰는데 진토닉 나오면 좀 짜증나긴 합니다. 아니 진토닉이라고 정확하게 써놓던가!)

그래서 오늘은 개인적인 추천 몇 개를 곁들인, 하이볼을 집에서 맛있게 타먹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아래의 준비물을 챙겨서 따라하신다면, 그럴 듯하게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없으시다면 대체품을 사용하셔도 됩니다만, 약간씩 맛이 아쉬워지실 겁니다.

사실 제가 알고 있는 칵테일 및 위스키 언저리의 지식들의 대부분은 유튜브 채널 주락이월드와 주류학개론에서 배운 것들입니다. 그러니 평소에 술 관련 유튜브를 챙겨보시는 분들이라면 [거 다 아는 얘기구만] 싶으실테니 가볍게 읽어주십시오 ㅎㅎ

참고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하이볼은 바에서 전문가가 직접 말아주는 하이볼입니다. ^_^b

https://youtu.be/tC77rHCSSbg

-------------------------------


1. 준비물 : 크고 단단한 얼음, 스터링 스푼(없으면 쇠젓가락), 하이볼 글라스(없으면 대충 아무 컵)


(1) 무조건 얼음은 크고 단단하게

- 좀 신경써준다 하는 칵테일 바에 가서 하이볼을 시키면, 사진처럼 기다란 사각기둥 형태의 얼음 하나를 씁니다. 쉽게 녹지 않아서 하이볼이 밍밍해지는 걸 막아주고, 얼음이 오래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집에서 저런 얼음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 저는 다이소에서 대충 [5센치 정도 되는 각얼음] 트레이 사서 얼리는데, 이정도면 훌륭하구요, 편의점 [돌얼음]도 늦게 녹아서 괜찮습니다. 최악은 정수기 얼음이나 간 얼음입니다. 다른 것들은 대충 양보할 수 있는데, 얼음은 신경써주시는게 좋습니다.

(2) 바 스푼 (없으면 쇠젓가락)

- 실험실이나 칵테일 바에서 볼 것 같은 길다란 스푼입니다. 하이볼을 만들 때 잘 섞어줄 수 있습니다. 대충 25센치 정도면 괜찮고, 지금 쿠팡에서 3천원 언더입니다.
- 없으면 쇠젓가락으로 대체 가능합니다만, 뒤에서 설명할 하이볼 섞는 방법을 따라하시기는 어렵습니다.

(3) 하이볼 글라스 (없으면 대충 아무 컵)

- 손잡이 없는 긴 유리잔 형태나 손잡이 달린 두꺼운 맥주잔 형태, 혹은 구리잔과 같은 녀석들이 좋습니다. 사실 재질보다는 용량이 더 중요한데 인터넷의 레시피들이 대충 탄산음료 fill-up 이래 나와있어서, 도대체 이게 얼마나 따라 마시라는거지 싶습니다. 하이볼 글라스가 있으면 레시피 보고 따라하면 대충 간이 맞습니다.
- 다만 넙적한 머그컵류보다 [길쭉한 녀석]이 좋습니다. 잔이 길어야 상대적으로 탄산을 더 오래 잡아둘 수 있습니다.
- 대충 아무 컵으로 대체 가능하며, 어차피 개인 입맛에 맞게 타먹으면 되니 기주/탄산음료 비율은 시행착오를 통해 입맛에 맞추셔도 무방합니다.


2. 기주도 취향껏. 탄산음료도 취향껏.

(1) 기주: 고도수의 증류주면 모두 가능합니다. 블렌디드/싱글몰트 스카치, 아이리쉬 & 버번 위스키, 꼬냑/브랜디, 진, 럼, 보드카, 고도수 증류식 소주 등등.. 취향껏 드시면 됩니다.

- 그래도 제 개인적인 추천은.. 페이머스그라우스(2만원대 블렌디드), 탈리스커 10년(7만원대 싱글몰트), 에반윌리엄스(3만원대 버번), 비피터(2만원대 진) 정도입니다. 자기 취향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참고로 위에 소개해드린 위스키들은 모두 대형마트나 트레이더스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비싼 기주를 쓸 수록 맛있긴 하지만, 저는 조니 블루로 하이볼 타먹을 재력은 되지 않습니다..)


(2) 탄산음료: 탄산 들어간 음료수면 모두 가능합니다.

- 토닉워터(진로, 캐나다드라이 등)
- 탄산수(페리에, 초정, 싱하 등. 우측으로 갈수록 탄산강도 강해짐)
- 콜라(코크, 펩시, 제로펩시 등)
- 진저비어(분다버그)
- 진저에일(캐나다드라이) 등

- 개인적인 비추는.. 환타나 미린다같은 녀석들은 위스키 하이볼에 안 어울립니다. 산미나 가향은 라임과 레몬으로 맞춥시다.


(진저에일도 좋지만, 생강향을 좋아하신다면 진저비어도 드셔보세요. 술 안타고 그냥 먹어도 맛도리입니다.)


3. 생레몬, 생라임은 퀄리티 업에 매우 도움

- 당연히 번거롭고 가격이 들지만, 생레몬, 생라임을 짜서 넣고 안넣고는 하이볼 퀄리티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시판 레몬즙이나 라임즙으로 대체가 가능하긴 하지만, 신선한 그 맛은 대체 불가입니다. 동네에 작은 과일가게가 있어서 한알씩 판다면, 줍줍해옵시다.



4. 하이볼 만드는 법

(1) 제일 쉬운 버전 : 잔에 얼음을 넣고 기주와 탄산수를 때려넣고 섞어 먹습니다. 굳

(2) 호들갑 떠는 버전

[1]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을 [가득] 채웁니다. 바스푼으로 얼음을 다섯바퀴 정도 돌려서 잔을 칠링한 후, 녹은 물을 버립니다.
[2] 기주를 글라스에 붓습니다. 얼음 위로 끼얹어도 괜찮습니다. 레몬즙이나 라임즙을 넣을거라면, 이때 넣어주시면 좋습니다. 위스키는 13.5바퀴, 꼬냑/브랜디는 20바퀴 바스푼으로 돌려줍니다.
[3] 탄산음료를 fill-up 합니다. 이때 [얼음에 탄산이 직접 닿지 않게] 부어줍니다.
[4] 위스키 하이볼은 2.5회, 꼬냑/브랜디 하이볼은 3회 저어줍니다.
[5] 취향에 맞게 가니시로 마무리합니다.

(2)-1. 호들갑의 이유 (TMI. 스킵하셔도 됩니다)

- 기본적으로 하이볼은 온도가 높아지고, 얼음이 많이 녹으면 맛이 없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얼음은 아끼지 않고 가득 넣으시는게 좋고, 잔을 먼저 시원하게 칠링해주면 좋습니다.
- 기주를 넣고 먼저 얼음에서 스터를 해주면, 향과 맛이 먼저 풀어진다고 영상에서 설명합니다. 사실 현상에 대한 원리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했을 때 맛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경험), 스터 해주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이 때, 쇠젓가락이면 자꾸 헛돌아서 기주를 정확하게 스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바 스푼이 하나 정도 있으면 좋습니다.
- 탄산음료가 갓 꺼낸 얼음에 직접 닿게 되면, 거친 얼음 표면에 의해서 탄산이 훨씬 빨리 빠져나가게 됩니다. 우리의 목적은 탄산을 최대한 오래 가두어 놓고 즐기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최대한 얼음을 피해서 기주에 직접 탄산을 부으셔야 합니다.
- 탄산음료를 채운 후에는 너무 과하게 저어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면 개복치 같은 탄산이 또 빠져나갑니다. 부드럽게 3바퀴정도 돌려서 섞어주신다 생각하시면 되고, 아니면 얼음을 살짝 들썩여주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5. 개인 추천 레시피
- 아래는 개인 추천 레시피입니다. 사실 거의 주 3회 이상 집에서 하이볼을 말아먹기는 하는데, 맨날 마시는 놈만 마셔서 경험이 적은 편입니다. 질게의 먹이님 글에 가시면 많은 분들의 레시피가 공유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1) 버번콕 : 버번위스키(에반윌리엄스, 잭다니엘, 야칠101, 야칠 야생종 등. 우측으로 갈수록 비싼놈) 30~45 mL + 제로펩시라임 fill up.
- 개인평: 든든한 국밥같은 녀석.. 운동하고 맥날 치즈버거랑 맨날 같이 먹던 녀석.. 생각보다 콜라에 카페인 많아서 밤에 잠못들게 한 녀석.. 제로펩시라임이 자체 라임향이 있어서, 추가적으로 라임즙 안 넣어주어도 상큼하게 터질 수 있습니다.

(2) whenyouinRome님 사모님 레시피 : 문경 바람 30-45 mL + 토닉워터 + 레몬즙 or 생레몬 스퀴즈.
- 개인평: 제가 탐라공식 하이볼로 부르는 녀석인데 진짜 맛도리입니다. 문경 바람이 K-깔바도스라고 할 수 있는데, 니트로 마실 때에는 좀 꿉꿉한 사과향이 강한 것에 비해 하이볼로 타면 사과의 달콤함 + 레몬의 상큼함만 남아서 아주 기분좋게 마실 수 있는 여름용 하이볼입니다.


(오미나라 증류소 많이 사랑해주세요. 레시피 허락해주신 롬님 감사합니다 <3)

(3) 꼬냑진저하이볼 : 꼬냑 또는 브랜디(저는 꾸브아지에 VSOP 씁니다) 30-45 mL + 분다버그 진저비어 fill up. 최근 2주 동안 저를 책임진 맛도리 녀석입니다. (2)번이랑 비슷한 결인데, 꼬냑 자체의 강한 포도향이 진저비어의 생강에 전혀 안밀리고 둘이 아주 훌륭하게 하모니를 냅니다.


(이번 여름 원픽 꼬냑진저하이볼. 코르크 바사삭해먹은 꾸브와지에를 아주 훌륭하게 먹고 있습니다.)

(4) 탈리스커하이볼 : 탈리스커 10년 30-45 mL + 플레인 탄산수(저는 초정 씁니다) fill up + 통후추 그라인딩 2번. 요즘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성비라고 생각하는 탈리스커 10년이고, 하이볼로 말아먹으면 확 올라오는 피트의 풍미와 후추의 스파이시함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이 녀석은 단 맛이 섞인 탄산음료는 안어울리고, 레몬이나 라임을 넣어도 애매합니다. 플레인 탄산수가 제일 적절합니다.

(5) 진토닉 : 진 30-45 mL + 토닉워터 fill up. 진은 정말 온갖 종류의 것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해먹어 드셔보시면 좋습니다. 다만, 주니퍼베리를 원료로 하는 진의 특성상, 공통적으로 솔잎향이 납니다. 솔잎향을 싫어하시면 진토닉 말고 다른 하이볼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진은 비피터(무난), 탱커레이 넘버텐(상큼), 헨드릭스(오이&장미), 시타델 등입니다.


(언젠가 바에서 마신 진토닉. 집에서 말아먹는 것도 좋지만 바에서 제대로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외에도 맛있는 하이볼은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덮어놓고 술 사다보면 저처럼 오픈한 보틀만 십 수병이어서 현타를 맞이하게 되니, 바에서 여러 종류로 트라이 해보시고 괜찮은 녀석을 한 병 쟁여두는 것도 매우 좋은 선택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안 하겠다는 뜻) 술 관련해서 글을 몇 개 써보겠습니다. 홍차넷 공식 바텐더님이 계셔서 공개처형 당할까봐 두렵긴 한데, 저도 배우면 좋은거니까요 하하

그럼 하이볼과 함께 시원한 늦여름밤 되세요!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8-28 21:4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8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다음번엔 바이볼도 소개해주세요
  • 정보추
  • 몰트가 들어가는 건 무적권 춫천easy
  • 무리가 아니었다?!
  • 감사합니다
  • 大하이볼의 시대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44 일상/생각비오는 숲의 이야기 38 하얀 23/12/14 2862 56
1343 정치/사회지방 소멸을 걱정하기에 앞서 지방이 필요한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42 Echo-Friendly 23/12/05 4007 18
1342 일상/생각이글루스의 폐쇄에 대한 잡다한 말들. 10 joel 23/12/03 2789 19
1341 꿀팁/강좌스몰웨딩 하고싶은 티백들에게-1 31 흑마법사 23/11/30 3068 23
1340 경제주식양도소득세 정리(2022. 12. 31. 법률 제19196호로 일부개정된 소득세법 기준) 7 김비버 23/11/22 2773 8
1339 체육/스포츠JTBC서울국제마라톤 후기 10 영원한초보 23/11/09 2253 22
1338 기타2023 걸그룹 5/6 5 헬리제의우울 23/11/05 2512 12
1337 일상/생각적당한 계모님 이야기. 10 tannenbaum 23/10/30 2813 48
1336 여행북큐슈 여행기 1 거소 23/10/15 2302 9
1335 역사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알기 위한 용어 정리. 2편 6 코리몬테아스 23/10/14 2589 12
1334 역사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알기 위한 용어 정리. 1편 17 코리몬테아스 23/10/12 3010 27
1333 일상/생각살아남기 위해 살아남는 자들과 솎아내기의 딜레마 12 골든햄스 23/10/01 3372 20
1332 일상/생각나의 은전, 한 장. 6 심해냉장고 23/09/30 2821 24
1331 꿀팁/강좌귀농하려는 청년들에게 (시설하우스 기준) 18 바이엘 23/09/27 2924 8
1330 일상/생각아내는 아직 아이의 이가 몇 개인 지 모른다 2 하마소 23/09/25 2789 21
1329 기타여름의 끝자락. 조금 더 자란 너 7 쉬군 23/09/14 2327 26
1328 과학체계화된 통빡의 기술 - 메타 휴리스틱 13 서포트벡터 23/09/14 3084 26
1327 문학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폴 콘티 골든햄스 23/09/14 2386 19
1326 일상/생각현장 파업을 겪고 있습니다. 씁슬하네요. 6 Picard 23/09/09 3151 16
1325 정치/사회구척장신 호랑이 포수 장군의 일생 3 당근매니아 23/09/05 2616 16
1324 일상/생각경제학 박사과정 첫 학기를 맞이하며 13 카르스 23/08/29 3796 32
1323 영화콘크리트 유토피아 - 각자에게는 각자의 하느님이 6 골든햄스 23/08/27 2607 12
1322 요리/음식내가 집에서 맛있는 하이볼을 타 먹을 수 있을리 없잖아,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24 양라곱 23/08/19 3932 28
1321 일상/생각뉴욕의 나쁜 놈들: 개평 4센트 6 소요 23/08/16 2678 20
1320 경제사업실패에서 배운 교훈, 매출 있는 곳에 비용 있다 7 김비버 23/08/12 3575 28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