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lestinian National Authority, PA)

PA를 말하기에 앞서, 전 글에서는 PA와 파타를 동의어로 썼는 데요. 이는 PA 수립 이후 파타가 곧 자치정부 였기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이해 없이 파타와 자치정부를 나눠 쓰는 것이 오히려 혼동을 부르기 때문에 그렇게 썼지만, 이제부터는 구분하도록 하겠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95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자치권이 인정받고, 이들의 자치권 행사의 결과로 탄생한 정부입니다. 현재는 가자지구의 현 상황으로 인해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만을 대표합니다. 오슬로 협정 당시 팔레스타인 측 당사자가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 이며, PLO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다양한 무장단체, 정치단체들의 연합입니다. 그리고 이 PLO에서 주도 세력이 바로 파타이며 현재는 정치정당입니다. 자치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자치정부 의회와 행정부의 권력은 파타가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용어를 엄밀히 따지면 PA는 파타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치정부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파타가 곧 자치정부 집권세력이었며, 파타와 하마스를 중심으로 자치정부가 쪼개지고 파타의 자치정부만이 국제기구의 인정을 받는 상황이라 파타가 곧 자치정부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협상에 앞서, 이스라엘과 PLO는 상호간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93년 '이스라엘-PLO 상호 인정 각서'(Israel–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 letters of recognition)'를 나누었습니다. 협상을 하려면 당연히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하니까요. 이걸 기점으로 PLO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PLO 나 혹은 PA 또한 하마스처럼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고 멸망시키려는 테러단체이다!' 란 몇몇 친이스라엘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93년 이후, 30년 동안 PLO와 PLO가 협상 당사자로 구체화한 PA는 공표한 바에 따라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을 목표로 한 조직입니다.

PA는 현재 오슬로 협정에 따라 A,B,C 세 구역(Area)으로 나누어진 서안지구 중 A 구역과 B 구역에서 자치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A 구역에서는 자치정부가 행정과 치안을 모두 담당하며, B 구역에서는 자치정부가 행정을,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치안을 담당합니다. C 구역은 이스라엘 군정이 행정과 치안을 모두 담당하며 정착촌은 C 구역에만 존재합니다. 서안지구 전체에서 A 구역은 약 18%, B 구역은 22%, C 구역은 60%입니다. A 구역은 협정에 의해 '원칙적'으로 이스라엘 군경이 진입할 수 없으나, 2차 인티파다(00-02년) 기간 동안의 테러행위에 대한 치안활동을 명목으로 이스라엘은 협정을 어기고 A 구역에서 치안활동을 벌이기 시작했고, 현재는 주기적으로 진입하는 중입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B,C 구역에서의 군사활동을 오슬로 협정에 따라 '당사자와 합의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 주요한 근거이며, 서안지구 점령의 적법성을 보장해준다는 주장의 근거로 쓰이기도 합니다.

6. 가자지구 철수.  

오슬로 협정 이후, 가자지구의 영공과 영해, 그리고 정착촌 일부는 이스라엘이 관리하고, 가자지구 영토의 대부분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의해 통치되었습니다. 당시에도 가자지구-웨스트뱅크 사이의 이동권 제약과 정착촌과 치안보장을 이유로 한 이스라엘의 분리벽은 존재했으나, 2차 인티파다 당시 이스라엘의 분리시설과 가자지구 내 검문소와 여러 인프라는 상당수 파괴됩니다.

그리고 2차 인티파다 이후, 리쿠드당 이스라엘 총리 샤론은 2004년 '가자지구 철수계획'을 공식적으로 추진합니다. 이 계획은 실행 전까지 구체화 될지 여부에 많은 의구심이 있었으나, 2004-05년 기간 동안 5번의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표결과 2번의 내각 각료 표결 과정에서 정착촌 주민 보상방안, 철군방안, 예비승인, 철군승인 등의 여러 의제 투표에서 부결과 가결을 거쳐 2005년 8월 최종적으로 입안되고 2005년 12월, 가자지구 내 정착촌과 군경 철수가 완료됩니다.

철군 완료 후, 하마스 집권 전 까지 가자지구의 상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왜냐면,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지구의 영해와 영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실질적으로 장악하여 선박과 항로를 통제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가자지구 영해와 영공에 대한 권리는 오슬로 협정에 기반해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 결정의 배경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한데, 샤론 총리는 가자지구 철수계획에 연설할 때, 이 계획은 '미래에 영구적인 이스라엘의 영토가 되지 않을 지역의 정착촌 없애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이는 가자지구 철군과 동시에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 영토병합 계획을 입안하고 진행했던 것과 미루어 보면, 가자지구는 추후 병합할 예정이 없는 영토였기 때문에, 정착촌이 아직 작을 당시(가자지구 내 정착촌 주민은 약 500명) 해체하고, 역량을 다른 곳에 집중할 의도였을 뿐, '두 국가 해법'을 위한 평화적 접근은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추후 정착촌을 해체하고 이스라엘이 군경이 물러난 이후의 평화적 공존의 테스트베드로서 가자지구 철군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7. 하마스와 가자지구 봉쇄.

가자 철수 1개월 뒤인 2006년 1월에 이루어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선거에서, 하마스 정당(변화와 개혁(Change & Reform) 당)이 팔레스타인 의회 전체 의석의 44%를 차지하고 제 1당이 되며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이슬람 센터'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종교 중심 구호단체였으며, 이집트 이슬람 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하마스는 1차 인티파다를 거치며 무장운동 노선을 본격화하여 극단주의 성향을 강화해 테러 단체로 거듭나 지금에 이르게 됩니다. 초기 하마스가 이슬람 구호단체였을 시절,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를 세속주의 국가주의자들인 PLO와 갈등을 빚어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을 약화할 조직이라고 보고 지원하였습니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위험한 지 보여주는 사례죠.

하마스 강령은 지금까지도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슬로 협정에도 반대합니다. 그렇기에, 하마스의 선거 승리 이후, 이스라엘,미국,유럽연합은 자치정부에 대한 지위인정과 원조를 조건으로, 오슬로 협정과 상호인정 각서에서 명시된 당사자간의 존재할 권리(Right to exist)와 평화협상의 원칙을 존중하라고 요구하였는데, 하마스는 이는 거부하였습니다. 하마스는 11개월 간의 협상을 거쳐 하마스를 중심으로 한 내각을 구성하였고, 이런 하마스 내각이 중심이 된 자치정부에게 이스라엘과 미국, 유럽연합은 경제제재를 부과합니다.

하마스는 경제제재를 타개하기 위해 파타 당의 대통령(PA는 이원집정부제) 모하메드 아바스와 협상하여 07년 5월 파타-하마스 연합 자치정부를 구상했으나, 내외의 여러 갈등요소를 봉합하지 못하고 파국에 이르러 파타와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내전을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07년 7월 내전끝에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완전히 통제하게 됩니다. 파타는 이에 대응하여 하마스가 구성한 내각을 불인정하였고, 자치정부의 새로운 내각과 총리를 선발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현재, 가자지구는 하마스 정부가 다스리고, 서안지구는 파타의 자치정부가 다스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후 하마스가 완전장악한 가자지구에 대하여, 테러 위협에 대응해 봉쇄에 대한 명분과 필요를 모두 가지게 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공고히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창살 없는 감옥' 가자지구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하마스는 선거에서 이기고 자치정부의 내각을 구성하긴 하였으나, 팔레스타인 자치권의 근간인 오슬로 협정과 이를 위한 상호 존재권 인정을 하지 않는 상태임으로,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이스라엘과 국제사회로 부터 팔레스타인 통치기구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3년 PA가 UN 옵저버 지위를 얻음으로 인하여 팔레스타인 아랍민족의 유일한 통치기구로서 정당성은 현재 파타의 PA에게 있다고 여겨집니다.

현재 하마스 치하의 가자지구에서는 2006년 이후 선거가 열리지 않고 있으며, 파타 치하의 서안지구 역시 마찬가지라 양 정부 모두 독재상태입니다. 파타의 자치정부가 선거를 열지 않는 이유는 대외적으로는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인들의 투표를 이스라엘이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서, 파타의 자치정부가 오랜 독재동안 크게 부패했기 때문에 선거로 심판받는 것을 달갑지 않는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오슬로 협정을 준수하지 않는 정치세력이 또 한 번 부상한다면 지금 남아있는 정당성 조차 크게 흔들릴 것이란 우려도 있고요. 또한 이스라엘은 실제로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들의 투표를 막고 있으며, 대외적인 이유는 동예루살렘은 오슬로 협정에서 규정한 자치정부의 관할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동예루살렘에 대한 자치정부의 영유권 주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도 합니다.





정착촌과 돌아올 권리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이후, 오슬로 협정과 향후 해법 모델(일국 해법, 두 국가 해법, 삼 신분 해법)에 대해서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