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5/10/21 19:18:51
Name   Picard
Subject   우리 회사 대표는 징역을 살까?
얼마전에 중대재해사고가 났습니다.

십여년전에 3년 연속으로 중대재해사고가 난적이 있어요. 그때는 중처법이 강화되기 전이라서, 공장도 안세우고 공장장은 불기소, 안전팀장이 집유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에 사고난 라인 3주 세우고 노동부 특별검사로 탈탈탈 털리고 있습니다.

누가 사람 죽으라고 안전투자 안하고 안전비요 집행 안했겠어요?
‘아니 하지 말라는게 아니라, 내 말은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는거지’
이런 말을 하시니 분은 결재라인에 없어서 이번에도 조사 한번 안 받으셨습니다.

저희 공장에도 꽤 큰 ESS가 있는데 몇년전에 ESS 화재 크게 났을때 화재확산 방지 설비를 설치하겠다고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그분은 ’내가 하라고는 했는데, 이렇게 많이 들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이 없어요?’ 라고 했고 당연히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얼마전에 국가정보지원센터인가에서 배터리 때문에 불났다니 공장장은 우리 ESS 괜찮냐? 라고 하는데 다들 ’저번에 올렸다가 까였는데 다시 올리면 뭐라 하지 않을가요?‘ 하고 넘어갔습니다.

중처법 강화 이후 안전관리시스템이 생겼는데, 이 시스템대로 하면 사무직과 현장 반장들은 일을 못하고 내내 공사현장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2시간마다 인화성 가스 누출을 체크해야 입력해야 하는데, 누출탐지기가 1대 있습니다. 안전팀장에게 ’이게 말이 됩니까?’ 했더니 ‘야야.. 누가 진짜 하래? 그냥 대충 넣어‘ 라고 하더라고요. ‘이러다 사고나면 제가 책임지는거잖아요?‘ 했더니 웃으면서 도망갑디다.

안전관리시스템을 법규에 맞게 만들어진 걸 사왔거든요. 우리 회사 현실에 전혀 안 맞으니 ‘대충 넣어‘ 라는 상황이 되는거죠.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되려면 결국 돈과 사람인데 돈은 아끼라고 하고 사람은 갈아넣으려고 하면서 ‘의도적이 아니었다’ 가 과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죽으라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죽으면 할 수 없지 뭐‘ 라고 생각하는 것도 과실로 봐야 할지 의문입니다.

안전관리를 위해 노조가 없는 사무직들은 갈아 넣지만 조합원인 현장 계장, 반장들은 나몰라라 합니다. 결국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데, 사람을 줄이는 ’무인화, 자동화‘ 에만 돈을 쓰려고 합니다. 차라리 AI 로봇이 도입된다면 사람은 안전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같은 공단에 있는 대기업은 안전팀만 수십명이고 그래도 사고가 나는 판인데.. 저희는 한손에 꼽으니까 이분들도 서류작업만 합니다. ‘현장을 어떻게 안전팀이 다 돌아봅니까. 실무부사에서 해야지‘ 라고 하는데 실무부서도 뭐 인원이 남아 도는게 아니니.. ‘대충 넣어.. 찡긋‘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넘어 가는거죠. 사고가 날때까지.

얼마전에 화재가 났는데, 그 사업장에 소방차를 새로 샀거든요. 그런데 밤중에 화재가 나서 소방차를 돌릴 인원이 없어서 119를 불러서 껐습니다. ‘내가 119 부르라고 수억 들여서 소방차를 사준건가?’ 라고 하시더라고요.
‘소방차는 사줬지만 소방차를 운용할 인력을 뽑는건 허하지 않으셨다.‘

한번의 과실치사로 15년형이 누군가에게는 가혹해보일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의 기업인들은 목숨값이 비싸다고 생각해야 돈을 씁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가 작은 회사라 이런게 아니에요. 이재용이든 최태원이든 다 똑같다는데, 손절하고 남겼다가 이제 이익보고 있는 제 삼전주식 10주를 겁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5-11-05 09:49)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4
  • 중처법 비긴즈…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11 정치/사회한미 관세협상 요모조모 (1) 10 소요 25/11/17 863 15
1510 일상/생각아빠랑 결혼만 안 했어도...! (남편: ???) 11 CO11313 25/11/16 1209 15
1509 일상/생각내가 크던 때와, 내 아이가 크기 시작한 때의 이야기 9 Klopp 25/11/12 904 12
1508 기타뉴욕 시장 조란 맘다니의 승리 연설문 7 골든햄스 25/11/07 1395 5
1507 체육/스포츠JTBC 마라톤 후기 및 근황 7 Omnic 25/11/02 1053 14
1506 문화/예술2025 걸그룹 5/6 8 헬리제의우울 25/11/02 919 20
1505 기타반야심경과 금강경의 지혜로 입시 스트레스를 헤쳐나가는 부모를 위한 안내서 3 단비아빠 25/10/28 1124 6
1504 기타요즘 단상과 경주 APEC 4 김비버 25/10/30 1125 13
1503 기타3번째의 휴직 기간을 시작하며 2 kaestro 25/10/30 1006 6
1502 일상/생각우리 회사 대표는 징역을 살까? 3 Picard 25/10/21 1737 14
1501 정치/사회민속촌은 국립이 아니다. 10 당근매니아 25/10/20 1617 4
1500 일상/생각여러 치료를 마쳐가며 2 골든햄스 25/10/19 1138 24
1499 여행시안(장안) 혼여 후기 10 온푸 25/10/17 1391 10
1498 경제보론-증여받은 현금은 과세되나? 13 택시기사8212 25/10/16 1286 9
1497 경제증여시 비과세되는 경우를 ARABOZA 7 택시기사8212 25/10/15 1392 15
1496 음악루저갬성 뮤지션의 내맘대로 계보 7 당근매니아 25/10/14 937 10
1495 꿀팁/강좌스마트폰 한글 자판 가이드 9 반대칭고양이 25/10/09 1316 12
1494 일상/생각(스압)첫글입니다. 육군 병과별 가족사진 모음 8 바지가작다 25/10/08 1170 7
1493 체육/스포츠도쿄6대학야구리그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9 길을 잃다.. 25/10/07 945 7
1492 기타육아 회복 시간 8 CO11313 25/10/03 1232 31
1491 일상/생각매끈한 이상과 거친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기 2 하마소 25/10/01 1218 8
1490 일상/생각15kg 감량하고 10km 달리기 완주하기까지 24 kaestro 25/09/22 1706 37
1489 기타50개월 어린이(?) 유치원 적응기 11 swear 25/09/22 1308 15
1488 기타노란봉투법 (안)간단 정리 2 당근매니아 25/08/26 1953 35
1487 일상/생각염화미소와 알잘딱깔센의 시대 8 루루얍 25/08/21 2070 15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