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11/14 11:29:37수정됨
Name   메존일각
Subject   추억의 혼인 서약서
며칠 전 집안을 뒤적거리다 아내가 혼인 서약서를 발견했습니다.
발견했다는 표현을 쓸 만큼 오래된 건 아니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건 맞아요.
오글거리지만 홍차넷에 한 번 공개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낯부끄럽지만 아래가 전문입니다. 랑은 신랑, 부는 신부, 함은 함께입니다.

---

[혼인 서약서]

랑-나 신랑 ㅇㅇㅇ은 아름다운 그대, ㅁㅁㅁ을 신부로 맞아 다음과 같이 약속합니다.
부-나 신부 ㅁㅁㅁ은 멋진 남자, ㅇㅇㅇ을 신랑으로 맞아 다음과 같이 약속합니다.

랑-첫째,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부-첫째, 언제나 진실되게 당신을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랑-둘째, 함께 다니는 것이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운동하겠습니다.
부-둘째, 꾸준히 피부와 몸매를 가꾸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겠습니다.

랑-셋째, 먹고 싶은 것을 다 사주지는 못해도 절대 굶기지는 않겠습니다.
부-셋째, 맛난 음식은 못해줄지언정 눈칫밥은 먹지 않게 하겠습니다.

랑-넷째, 적어도 하루에 세 번 이상은 당신이 웃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부-넷째, 적어도 하루에 세 번 이상은 당신에게 애교를 떨겠습니다.

랑-다섯째, 부부싸움을 100번 하더라도 100번 다 백기를 들겠습니다.
부-다섯째, 당신이 든 백기가 배려임을 알고 패자에게 너그러이 관용을 베풀겠습니다.

랑-여섯째, 아내에게 잡혀 산다며 남들에게 놀림 받아도 귀가시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여섯째, 함께 있는 것이 좋지만 당신이 야근일 땐 혼자라도 즐겁게 지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랑-일곱째, 당신 편에서 당신의 작은 고민까지 귀 기울이는 자상한 남편이 되겠습니다.
부-일곱째, 늘 당신 편에서 당신을 응원하는 현명하고 든든한 아내가 되겠습니다.

함-마지막으로, 오늘 이 순간부터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지금 이 마음 그대로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하겠습니다.

랑-싹이 나면 틈을 내어주는 흙처럼,
부-겨우내 움츠린 나무를 포근하게 스쳐가는 바람처럼,
랑-뒤에서 밀어주며 끝까지 나아가는 파도처럼,
부-거스르지 않고 한결같이  흐르는 물처럼,
함-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자연을 닮은 인연이 되겠습니다.

함-아울러,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살겠습니다.
풍요로움만을 추구하지 않고 작고 소박한 삶을 살겠습니다.

함-저희 부부는 참으로 고마우신 부모님과,
미숙한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기 위해 귀한 발걸음 해주신 하객 여러분 앞에서,
위와 같이 서약합니다.

함-2013년 ㅇ월 ㅇ일
랑-당신의 남편 ㅇㅇㅇ,
부-당신의 아내 ㅁㅁㅁ

---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닌 식상한 표현들의 나열일 겁니다.
그래도 당시엔 아내와 상의해가며 몇 십 번을 고쳐가며 신중하게 썼지요.

5년이 넘은 지금 돌이켜 보니 여전히 굳건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은 몇 가지 안 되는군요.
홍차넷 선생님들의 혼인 서약서는 어떠셨나요?

* 토비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11-29 20:0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0
  • 왠지 찡하네요
  • 백년해로는 추천
  • 너무 예쁘네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26 일상/생각. 14 우웩 16/12/19 6804 21
315 기타ISBN 이야기 17 나쁜피 16/12/02 6804 15
622 기타나는 비 오는 아침의 엄마 12 짹짹 18/04/23 6802 42
772 일상/생각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죠 (without even being asked) 10 기아트윈스 19/02/19 6799 64
728 일상/생각추억의 혼인 서약서 12 메존일각 18/11/14 6799 10
820 일상/생각전격 비자발급 대작전Z 22 기아트윈스 19/06/19 6797 50
160 일상/생각(혐, 자랑, 뱀꼬리 주의) 담배 7 이젠늙었어 16/02/24 6794 4
116 일상/생각노동자 잔혹사 12 nickyo 15/11/19 6791 15
407 일상/생각김치즈 연대기: 내 반려냥이를 소개합니다 52 lagom 17/04/06 6790 33
962 일상/생각슈바와 신딸기. 24 Schweigen 20/05/26 6785 33
665 일상/생각사라진 이를 추억하며 20 기아트윈스 18/07/19 6783 44
1101 역사왜 작은 어머니를 숙모라고 부를까. 24 마카오톡 21/06/30 6782 24
903 일상/생각[펌글] 좋은게 좋은거라는 분위기가 세상을 망쳐왔다 21 Groot 19/12/27 6771 8
450 역사6세기, 나제동맹의 끝, 초강대국의 재림 36 눈시 17/06/11 6770 13
1078 게임스타여캠) 안시성 14 알료사 21/04/05 6767 12
547 여행상해(상하이) 여행기 1 pinetree 17/11/17 6767 5
778 역사프랑스혁명과 아이티(Haiti) 독립혁명 이야기 6 droysen 19/03/13 6766 15
427 체육/스포츠스트존 확대는 배드볼 히터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12 애패는 엄마 17/05/12 6761 4
182 기타[회고록] 그 밤은 추웠고, 난 홍조를 띠었네. 43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4/12 6756 10
1047 일상/생각열아홉, 그리고 스물셋 15 우리온 21/01/01 6754 44
1130 일상/생각합리적인 약자 9 거소 21/09/19 6750 32
595 일상/생각따듯한 난제 10 Homo_Skeptic 18/02/23 6750 35
275 일상/생각[펌] 시대로부터 밀려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46 기아트윈스 16/10/06 6747 14
1042 정치/사회편향이 곧 정치 20 거소 20/12/23 6745 34
321 일상/생각. 17 우웩 16/12/12 6737 33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