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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11/30 23:29:47수정됨 |
Name | Raute |
Subject | 온천, 온천을 가보자 |
요새는 일본 패키지여행에서 온천을 포함하는 건 물론이고, 교통수단과 숙박시설 예약해주고 나머지는 개인이 알아서 가는 여행상품도 있더군요. 번역기도 많이 발전했고, 일본 여기저기에 한국어가 가득한 시대라서 일본 여행 갈 때 엄청난 마음의 준비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껄끄럽다, 뭐가 뭔지 알아야 갈텐데 암것도 모르겠다, 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온천여행의 기본적인 정보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1. 컨셉을 정하자 온천이라는 게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그냥 땅에서 물 콸콸 나오면 다 온천이다보니 동네 목욕탕부터 시작해 대도시에서 수 시간을 이동해야 갈 수 있는 외딴 온천마을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내가 어떤 여행을 할 건지부터 정해야 고르기 편합니다. 온천에 몰빵할 건지, 해수욕이나 스키 같은 레저를 같이 즐길 수 있는 곳을 갈 건지, 아니면 관광하다가 겸사겸사 들릴 것인지 등등. 간단하게 예를 몇 개 들어보겠습니다. 뉴토 (아키타) - 아이리스에서 '난 전설 따위 믿지 않아'라는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명대사가 탄생한 곳이 아키타현의 타자와호라는 호수인데, 거기서 버스 타고 또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온천마을 같은 것도 딱히 없고 7개의 료칸이 드문드문 떨어져있는 곳인지라 숙박객 전용 티켓을 사서 셔틀 버스 타고 7개 료칸 온천 순회하는 게 사실상 유일한 관광 컨텐츠입니다. 그밖에 남녀혼욕으로 유명한데 하여간 다른 거 다 제끼고 온천과 대자연을 즐기러 가는 곳이란 거죠. 이카호 (군마) - 여기도 산속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근처에 볼거리가 없진 않고, 온천마을 중심부에 있는 돌계단과 신사가 관광지로 알려져있어서 숙박객들이 낮부터 저녁까지 이곳에 모여 사진을 열심히 찍죠. 온천이 메인 컨텐츠이긴 하지만 하루 종일 온천만 하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에치고유자와 (니가타) - 도쿄에서 신칸센 타고 달려간 다음 기차에서 내리면 바로 온천마을이 나옵니다. 소설로 잘 알려진 설국이 니가타, 특히 이 일대를 가리키는 거라서(집필도 여기서 했다나요) 눈이 펑펑 오고, 덕분에 스키장이 유명합니다. 그래서 겨울 되면 스키 타고 온천 하고 스키 타고 온천 하고 이런 식이죠. 호텔 내에 라커룸이 있는 건 물론이고, 장비 배달해주기도 합니다. 키누가와 (도치기) - 근처에 있는 닛코가 동일본에서는 첫손에 꼽히는, 엄청나게 유명한 관광지라서 거기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방문하면 좋습니다. 도부철도에서 파는 패스도 아예 닛코랑 키누가와온천을 세트로 묶어놨죠. 키누가와온천 외에 닛코에서 세계유산 구역 지나서 버스 타고 더 깊숙이 들어가면 주젠지온천이나 유모토온천 같은 곳도 나옵니다. 대강 이런 느낌? 2. 맘에 드는 온천을 찾아보자 https://www.kankokeizai.com/100sen_31 관광경제신문에서 매년 연말에 발표하는 일본의 온천 100선 종합랭킹입니다. 이건 작년에 나온 거고, 최신판은 12월에 나올 겁니다. 순위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유명한 온천은 거의 다 있어요. 온천의 질, 주위 경관 등 세부순위도 있고요. 온천이름을 복사해서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대충 한국어든 영어든 이름이 나올텐데, 그걸 다시 한국 발음대로 써주면 어지간하면 온천마을조합이건 호텔이건 한국어 페이지가 나옵니다(하다못해 영어라도 나와요). 예를 들어 1위 군마현의 쿠사츠온천을 찾아봅시다. 草津를 구글에서 쳐보면 Kusatsu라든지 구사쓰라고 나올텐데 구사쓰온천이라고 검색하면 군마현 관광홈페이지와 쿠사츠온천조합의 홈페이지 한국어판이 나옵니다. 뭐 한국어판의 퀄리티는 천차만별입니다만 대강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냥 막연하게 이걸 다 뒤지고 있자면 굉장히 피곤하고 짜증날테니 근처 공항에 한국 직항편(전세기 제외) 있고, 렌트카를 쓰지 않고도 불편하지 않은, 여행 거점에서 전차/버스로 한 방에 갈 수 있으면서 2시간 이내로 가능한 온천들만 찝어보겠습니다. 당연하지만 저도 대부분 아직 가보지 않고 찾아만 봤던 곳들입니다. 벳푸/유후인/노보리베츠는 우리나라 패키지가 남아도는 걸로 알고 있어서 생략. 02 게로 (기후) - 쿠사츠, 아리마와 함께 일본 3대온천으로 불린 전통의 명소. 나고야에서 기차로 환승 없이 1시간 50분쯤 걸립니다. 04 이부스키 (가고시마) - 모래찜질이 유명하고 한국에서도 핫플레이스 취급해주는 느낌? 가고시마공항에서 버스로 가도 되고, 가고시마시에서 기차로 가도 됩니다. 다만 여기는 역까지 가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은데 역 앞에 온천마을이 몰려있는 구조가 아니고, 관광지랑 유명 료칸이랑 떨어져있습니다. 05 아리마온천 (효고) - 일본 3대온천이자 도고, 시라하마와 함께 3대고천(古泉) 중 하나. 싸게 가려면 간사이 스루패스를 이용해서 고베에서 전철이나 버스로, 고베는 안 들리면서 한 방에 가고 싶으면 오사카역이나 교토역에서 고속버스 타면 됩니다. 06 도고 (에히메) - 아산의 그 도고온천이 아닙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로 마츠야마에서 가면 됩니다. 근데 요새 인천-마츠야마 직행이 줄어든 걸로... 11 와쿠라 (이시카와) - 일본 최고의 료칸으로 유명한 카가야가 와쿠라온천에 있습니다. 카나자와에서 기차로 1시간이고, 하드코어하지만 도쿄에서 야간버스 타고 자면서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12 하코네유모토 (카나가와) - 우리나라에선 흔히 하코네온천이라고만 하는데 하코네 지역 안에 온천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특히 유명한 게 이른바 하코네7탕, 그중에서도 하코네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하코네유모토인데, 신주쿠에서 특급열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13 타카야마 (기후) - 기차로 도야마역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도야마는 직항편이 에어서울 하계편밖에 없습니다. , 나고야역에서는 2시간 20분 정도. 여기는 온천 자체도 유명하지만 1시간 거리에 세계유산 시라카와고가 있어서 세트메뉴로 도는 느낌? 19 자오 (야마가타) -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곳인데 야마가타는 직항편이 없고, 센다이역에서 고속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다만 편수가 너무 적어서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야마가타까지 간 뒤 거기서 노선버스 타는 게 나을지도요. 21 나루코 (미야기) - 보통 나루코온천이라고는 하는데, 각각의 기차역마다 온천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차로 갈 거면 센다이에서 출발해 후루카와에서 한 번 환승을 해야하고, 센다이역에서 직행 고속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22 우레시노 (사가) - 사가현이 우리나라에서 엄청 마이너한 동네이긴 한데 이 온천은 꽤 평이 좋던 걸로... 사가공항에서 차량 운행하는데 예약제이고, 1시간 정도 걸립니다. 23 아키우 (미야기) - 주로 센다이에서 많이들 가는 온천. 버스로 갑니다. 27 운젠 (나가사키) -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풍광이 아름다운 곳인데, 천주교 박해하던 시절 열탕으로 고문하던 곳이라 순교자 기념비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나가사키에서 버스로 약 1시간 40분. 32 아타미 (시즈오카) - 수도권 사람들이 즐겨찾는 바닷가 온천. 다니는 기차가 참 많습니다. 34 키누가와 (도치기) - 닛코와 세트로 묶이는 온천. 키누가와 직행 열차도 있는데 2시간하고 조금 더 걸립니다. 42 스카유 (아오모리) - 핫코다산에 있는 온천으로 황당할 정도로 엄청난 폭설로 유명합니다. 아오모리에서 버스로 1시간 10분 정도. 47 이사와 (야마나시) - 야마나시 하면 후지산인데, 온천은 후지산 근처가 아니라 여기가 제일로 꼽힙니다. 도쿄 신주쿠에서 기차로 1시간 40분 정도. 61 고라 (카나자와) - 하코네 온천 중 하나로 원래 하코네7탕에는 못 들어간 곳인데 현재는 고급 료칸/호텔이 즐비합니다. 67 에치고유자와 (니가타) -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 20분이면 갑니다. 73 카와구치코 (야마나시) - 후지산 근처의 후지5호 중 가장 유명한 곳으로 외국인들이 바글바글한 관광지입니다. 기차로 갈 수도 있긴 한데, 고속버스로 가는 게 더 편합니다. 75 이토 (시즈오카) - 이즈반도 동쪽에 있는데, 아타미를 지나 여기까지 오는 특급열차가 있습니다. 81 유가와라 (카나자와) - 아타미 앞에 있는 동네입니다. 유황냄새가 진동을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라듐이 특징인 온천도 있고, 불투명을 넘어 탁한 온천수가 특징인 곳도 있고 다들 특징이 제각각입니다. 그리고 가는 게 좀 귀찮아서 빼먹은 동네가 있는데 일단 1위 쿠사츠는 신주쿠에서 고속버스로 한 방에 가지만 4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오래 걸려도 괜찮다, 혹은 1-2번 환승은 괜찮다 하시는 분들은 좀 더 꼼꼼히 보시면 되겠습니다. 3. 숙소를 물색하자 http://www.ryoko-net.co.jp/?page_id=149 이건 여행신문에서 발표하는 호텔/료칸 100선입니다. 역시 종합 / 모테나시(접대) / 요리 / 시설 / 기획으로 세부순위가 있습니다. 상위권에 있다고 다 비싼 것만은 아닌데, 물론 비싼 곳도 있지만 이코노미급이 잘 구비되어 있어서 평범한 금액에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가령 탐라에서 몇 번 언급되던 9위 하쿠스이칸은 예전에 노통이 한일정상회담 할 때 묵었던 곳으로 가고시마현을 대표하는 네임드 료칸입니다만 제일 저렴한 플랜은 식사 다 포함해서 2인 35만 정도로 가능하거든요. 뭐 인터넷 리뷰 엄청나게 좋지만 순위권에 아예 이름 못 올리는 곳도 있으니 꼭 순위권을 고집할 필요는 없고 그냥 체크한다 정도로... 예약은 호텔 홈페이지에서 직접 하거나 아고다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게 되는데, 간혹 호텔 홈페이지가 제일 싼 경우도 있습니다. 어차피 숙소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욕탕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호텔 홈페이지는 한 번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호텔 홈페이지는 한국어판도 있는 곳, 번역기로 대체하는 곳, 한국어를 아예 볼 수 없는 곳이 있는데 お部屋/客室(객실), 温泉/お風呂(욕탕), 料理(요리), 館内施設(관내시설) 정도 체크하시면 됩니다. 저는 露天風呂(노천온천)이 없으면 동네 목욕탕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걸 꼭 체크하고 갑니다. 남들하고 같이 하고 싶지 않다거나 자녀가 어려서 소란피우는 게 걱정이다, 이런 분들은 貸切風呂/別湯(전세탕) 확인하시면 되고요. 아니면 개인욕탕이 객실에 딸려있는 비싼 방 고르시면 됩니다. 예약사이트는 일본이 낯설 때만 해도 아고다를 썼는데, 지금은 자란넷만 쓰고 있습니다. 단 자란넷은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이 다르기 때문에, 번역기를 쓰더라도 일본어판을 쓰는 게 좋습니다. 도저히 모르겠다 싶으면 뭐 저한테 물어보세요(...) 꼭 체크하셔야 하는 건 식사 유무인데 素泊り(스도마리)라고 해서 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플랜도 있거든요. 근처에 규모 있는 온천마을이 있어서 밖에서 사먹을 수 있거나, 아니면 관내에 라멘 가게나 이자카야가 있는 곳에서 굴리는 플랜입니다. 당연하지만 식사를 안 하면 가격이 크게 깎이고, 특히 석식 가이세키요리만 빠져도 훨씬 저렴해집니다. 저는 웬만하면 가이세키 먹는 편이긴 한데, 입맛에 안 맞더라 하시는 분들은 스도마리 혹은 아침 바이킹(뷔페)만 하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예요. 덧붙여 저녁/아침에 남탕/여탕이 바뀌는 곳이 많은데 당연히 욕탕의 구조도 달라지기 때문에 온천욕을 적어도 저녁에 1번, 아침에 1번 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고 식사 후에 들어가시진 마시고요. 그리고 호텔이면 몰라도 료칸은 1인 여행을 고려하지 않은 곳이 많아 홀로 가더라도 싱글룸이 없어 트윈룸을 써야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4. 안전 문제 저는 후쿠시마 원전 근처, 그러니까 후타바나 미나미소마 같은 곳을 제외하면 방사능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을 겁니다. 가이세키요리는 최소한 메인요리만큼은 그 지역 농수산물을 사용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에 식품 섭취에 의한 방사능 피폭이 우려되신다면 일부 지역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WTO에서 패소하긴 했지만 현재까지 정부에서는 8개현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금지하고 있습니다. 농산물은 13개현 26종 금지였는데 폐지됐다는 기사는 못봤습니다. 중국은 10개현에서 식품 전면수입금지였는데 오늘 우리나라에선 금지하지 않았던 니가타산 쌀 수입을 허가했습니다. 대만이나 미국은 이것보다 범위가 좁았고, 러시아는 약간 좁은 대신 야마가타현 수산물 추가, EU는 검역만 할 뿐 금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오모리, 이와테, 미야기, 야마가타, 후쿠시마, 이바라키, 도치기, 군마, 치바, 사이타마, 카나가와, 야마나시, 나가노, 시즈오카 총 14개현을 피하시면 되겠습니다. 또다른 문제로 지진이 있습니다. NHK에서는 진도5약부터 긴급지진경보를 내보내고 특별방송에 들어가는데 올해 11번 있었고, 그중에서 유명 온천지역까지 그 정도의 지진이 난 건 한 번도 없었을 겁니다. 지금 기상청 데이터베이스 확인해보는데 홋카이도 대지진 때도 노보리베츠 온천마을 쪽은 크지 않았던 것 같고요. 하지만 지진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100% 안전하다는 말은 못합니다. 사실 지진보다도 지진에 딸려오는 쓰나미가 진짜 문제인데,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터지면 일본의 태평양쪽 해안가는 쓰나미로 박살날 예정입니다.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 중 쓰나미가 빠르게 다가올 예정인 곳은 벳푸, 이부스키, 유가와라, 시라하마, 그리고 시즈오카현 전역입니다. 바다가 전망이 좋긴 한데 그만큼 위험합니다. 뭔가 마지막에 급분싸하게 만드는 TMI까지 적었나 싶긴 한데 아무튼 어지간한 건 다 적은 거 같네요. 기타 궁금한 거 있으시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 토비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12-10 22:5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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