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12/21 22:05:55
Name   温泉卵
Subject   홍차넷 아바타 온천 - 2
1. 아바타 후기


전망으로 홍차넷 어르신들을 사로잡았던 D온천에 다녀왔습니다. 정확히는 도쿄로 돌아온 게 아니라 지금 다른 동네 호텔에서 뒹굴거리고 있긴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온천 체험하고 왔다는 게 중요하지. 거두절미하고 여기가 어디냐 하면 나가노현 벳쇼온천의 나카마츠야입니다.

https://www.nakamatuya.com/lang/ko_nakamatsuya.html

사실 여기는 마지막에 깍두기로 넣은 곳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인드로 관동 + 야마나시 + 나가노에 있으면서 세금 합쳐서 2만엔 이하로 석식까지 나오는 료칸을 찾았었고, 선택지가 너무 많다 보니 어디를 갈까 하다가 홍차넷에 떡밥이나 던져보자 하는 마인드로 아바타 얘기를 꺼낸 거였거든요. 선택지가 수십개쯤 있다보니 이걸 뭘로 추릴까 하다가 생각난 게 네이버에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는 곳이었고, 5개 다 추렸다 싶었던 상황에 알고 보니 하나가 다음 블로그에 올라와있어서 네이버 검색에도 뜬다는 걸 확인하고 여기를 급하게 대타로 넣었죠. 사실 일본어 홈페이지를 완벽하게 번역해둔 건 아니지만 나름 한국어 페이지가 깔끔하게 있는 곳인데도 네이버 후기가 없었던 건 좀 의외였습니다. 여기 옆 료칸은 후기 되게 많았거든요.

먼저 벳쇼온천에 대한 얘기부터 하면 작년에도 올해도 온천100선에서 66위를 기록한 곳으로 역사가 꽤나 오래되었고 인지도도 나쁘지 않은 온천입니다. 우에다역에서 한 3-40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낮에 우에다를 보고 들려도 되고, 근처에 '신슈의 가마쿠라'라고 불리는 시오다다이라가 있어서 거기를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후술하겠지만 온천에서 관광버스를 운영합니다). 온천마을 내에는 신사와 절이 있어서 구경하기 좋고, 150엔 내고 이용할 수 있는 외탕(外湯)도 세 개가 존재합니다.

자동차는 구글지도 찍으면 되니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도쿄에서 대중교통으로 방문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케부쿠로(여기가 기점이라 젤 편합니다)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벳쇼온천으로 직행하는 방법으로 4시간 정도 걸리고 편도 3500엔입니다. 다른 하나는 신칸센을 타고 우에다역까지 간 뒤, 거기서 우에다 전철을 이용해 가는 방법으로 도쿄-우에다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가격은 편도로만 6000엔이 넘어가긴 하는데, 여행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은 JR동일본의 17000엔짜리(일본에서 사면 18000엔) 나가노-니가타 패스 들고 여행하면 되니까 고신에쓰 지방을 여행한다면 오히려 신칸센 타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고속버스로 이동해서 체크인만 하고 마을 한 바퀴 돌았고, 1박 후 우에다 전철을 타고 우에다역으로 갔습니다.


버스로 가든 기차로 가든 어쨌든 언덕은 좀 올라가줘야합니다. 근데 별로 경사가 심하진 않아요. 그리고 료칸에 따라선 배웅 나오기도 할 겁니다.


이게 제가 머문 나카마츠야의 외관입니다. 거의 30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자랑하는데(아마 벳쇼온천에서 가장 오래됐던 걸로) 이런 료칸들이 다 그렇듯 건물은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이고 인테리어를 일본풍으로 꾸며뒀습니다.


이건 마을 지도인데 볼거리로는 키타무키칸논(北向観音), 안라쿠지(安楽寺), 죠라쿠지(常楽寺) 세 곳의 절이 유명합니다.


키타무키칸논인데 이 앞에는 작은 상점가가 있습니다.


안라쿠지의 상징인 팔각삼중탑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국보라고만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일본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옛 팔각탑으로 꽤나 귀중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국보겠지만... 관람료 300엔인데 탑도 웅장하고 그거 보러 가는 숲속길이 아름다워서 돈 하나도 안 아까웠습니다.


혼자 동떨어져있는 죠라쿠지. 관람료 100엔인데 알아서 양심껏 내라고 봉납함이 앞에 있습니다. 사무실에 방문해서 돈 내고 박물관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아무도 없어서 단념.


이건 돌아오는 길에 들렸던 카페인데 난로 오랜만에 봐서 신기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료칸 얘기를 해보죠. 여기 가장 큰 특징은 방 뿐만 아니라 복도까지 죄다 다다미를 깔아놨다는 겁니다. 그래서 건물 들어가자마자 신발부터 벗습니다. 신발 들어서 신발장에 넣으려고 하면 그냥 두라면서 말리는데, 손님께서 그런 거 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런 것도 있겠지만 방 호수에 따라 신발을 정리해두는 거 같았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가족여행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건데 이건 외국인 입장에서 크게 체감하기 힘든 영역이니 패스.


1층 카페인데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매점은 기념품 코너와 군것질 코너로 나눠놨는데 합쳐봤자 이 정도 크기.



그래도 객실은 그렇게 좁지도 않고, 적당히 운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옆에 화장실과 욕실이 딸려있는데 어차피 욕실은 쓸 일 없으니 제끼고 화장실 꽤나 깔끔, 세면대쪽도 깔끔.


다음은 욕탕인데 전세탕은 따로 쓰지 않고 기본탕만 이용했습니다. 남탕과 여탕이 나뉘어져있는데 교대 시스템이 없습니다. 보통 남탕과 여탕의 구조가 다르기 떄문에 오후에는 남탕이 A탕, 아침에는 여탕이 A탕 이런 식으로 바꾸는 곳들이 많은데 여기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교대가 없고, 그래서 여탕은 제가 모르겠습니다만 견본 사진으로는 남탕보다 여탕 쪽이 좀 더 좋아보였습니다.

건물 사진 보고 눈치 빠른 분들은 짐작하셨겠지만 여기 온천의 전망이라는 건 산속에 나무탕 만들어둔 게 아니고, 그냥 건물 꼭대기층에 목욕탕 만들어둔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온천 특유의 분위기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위의 견본 사진에서는 탕 내에서도 전망을 감상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남탕에서는 불가능했습니다. 유리가 완전히 투명하지 않은데다가 온천 연기가 자욱하다보니 제대로 안 보여요. 위치에 따라서는 달이나 별은 볼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기대하는 그런 전망은 불가능합니다. 탕 들어가지 않고 내려다보고 있는 거라면 몰라도요.



탕 내부에서는 당연히 촬영 금지이니 실제 사진은 아니고, 위에껀 온천마을 걷다가 찍었던 사진인데 이렇게 비스듬한 구도가 아니라 정중앙에서 내려다보는 뷰입니다. 아래는 제 방에서 찍은 야간 사진인데 이것보다 좀 더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 그래서 우에다 시의 야경이 그럭저럭 보이긴 합니다.

그밖에 유황온천이라서 유황냄새가 좀 나긴 하는데,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라서 오히려 야외에 있으면 별로 안 납니다. 환기가 잘 안되는 실내쪽이 냄새가 더 강해요. 탕 들어가기 전에 자판기 코너가 있는데, 물과 각종 차를 뽑아마실 수 있는 기계도 있습니다. 이건 무료.




저녁 밥상인데 빼먹은 게 있긴 하지만 뭐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이코노미 스타일이라고 해야하나... 엄청 맛있진 않지만 정갈하고, 은근 양이 많았습니다.


가장 맘에 든 건 아침밥이었는데, 요새 덩치 있는 료칸들은 죄다 바이킹(뷔페) 굴리거든요. 근데 여기는 정갈하게 아침밥 나오고 맛도 좋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대나무 통에 들어있는 건 야채인데 그 밑에 온천수 부어서 열기로 데워 먹습니다.

그외에 방에 있는 안내책자를 보시면 이런저런 관광상품에 대한 안내가 있는데 마츠모토-나가노 이동하는 건 사실 크게 메리트가 없을 거 같고 유람버스가 괜찮습니다. 아침에 버스 타고 시오다다이라를 구경한 다음(입장료는 개인부담), 우에다 전철의 역에 내려주거나 벳쇼온천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요금은 1000엔인데 4명 이상부터 운행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인원이 모자라서 포기해야 했고요. 다만 온천마을 전체에서 4명이라서 주말에 시도한다면 확률이 꽤 높을 거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벳쇼온천 료칸 나카마츠야 후기였습니다. 사실 여기가 벳쇼온천에서 가장 좋은 료칸이냐 하면 그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여기랑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료칸이 몇 개 더 있는 걸로 기억하거든요. 온천도 기대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고 딱히 좋은 점수를 주기도 어렵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타입인 규모 크고 화려한 시설을 갖춘, 노천온천에 힘을 꽉 준 료칸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별로냐 하면 그건 또 아니였어요. 엄청 칭찬할 만한 건 없지만 딱히 모난 곳도 없고, 무난무난하면서 다들 친절하고, 그리고 온천마을로서 벳쇼온천은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었고요. 제가 벳쇼온천을 또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행을 데리고 가게 된다고 치면 굳이 무리해서 다른 료칸에 도전하기보다는 그냥 여기 재방문할 거 같습니다. 괜찮았어요. 사실 요새 채용공고 보고 검토중이던 료칸이 여기 바로 옆이었던지라 노동자 신분으로 벳쇼온천에 갈 가능성도 있어보이긴 합니다만...


2. 다음 목적지
처음에는 매 달 이걸 반복해볼까 했는데 그러다가 제 지갑과 통장이 각혈하고 쓰러질 거 같고, 또 매번 적절한 온천을 고르고 갔다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서 여행 주기는 부정기로 할까 합니다. 근데 제가 다음주에 장기여행을 가거든요. 이거까지 갔다오면 한동안은 버로우 타야할 거 같아서 이번에는 투표로 뽑힌 온천에 다녀오는 게 아니라 제가 가려고 예약해둔 곳 중 하나의 후기를 올리는 것으로 할까 합니다. 이번에는 방식이 조금 다르기도 하고, 두 곳이 워낙 스타일이 다른 곳이라서 그냥 홈페이지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A https://the-maple.jp/arima/
B http://www.tsuruyahotel.co.jp/


p.s. 사진 올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다음에는 그냥 블로그 링크 올려두고 간단 요약만 할까 생각중입니다 흙흙

* 토비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1-01 14:3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2
  • 춫천
  • 리뷰는 추천.
  •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당.
  • 온천은 추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8 기타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841 31
1417 기타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624 31
1416 기타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904 20
1415 기타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1733 18
1414 기타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931 36
1413 기타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4 심해냉장고 24/10/20 1545 40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1848 16
1411 기타『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942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218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074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412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041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1976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593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439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1906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685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581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2787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1860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079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1929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076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649 29
139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4 danielbard 24/05/13 2051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