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9/08/10 14:22:55수정됨
Name   droysen
Subject   6개월 정도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느낀 점들
안녕하세요. 독일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Droysen입니다.
반년 정도 전인 지난 3월에 역사를 주제로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인사를 드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홍차넷 여러분께 첫 영상을 보여드리면서 여러가지 조언도 듣고 격려도 받았었는데요. 6개월 정도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그동안 제가 영상들을 만들면서 느꼈던 점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1. 영상을 만드는 일은 삶의 활력이 된다.
서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박사과정생입니다. 박사과정생이다보니 아무래도 평소에 공부하고 있는 주제가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분들을 상대로 만드는 영상은, 당연하지만, 이렇게 한정된 주제를 다룰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상을 만들 때 두루두루 폭넓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급적이면 제가 확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역사학계의 최신 담론을 영상 내에 살짝이나마 담아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은근히 제 삶에 있어서도 활력이 됩니다.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직 수익을 가져오기는 커녕 꽤나 많은 노동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항상 보던 것만 보는 것에서 벗어나게 해주니까요. 영상을 만들게 된 덕분에, 학부 때 역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기로 결심했을 때 관심을 가졌었던 주제들도 다시 한 번 찾아보게 되고, 새로운 주제들도 찾아봄으로써 일상의 즐거움도 나름 커졌습니다.

2. 영상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시각이 넓어진다.
대학원생이나 학자의 글쓰기가 대부분 그렇지만, 매우 한정된 독자층을 대상으로 매우 한정적인 주제를 가지고 글쓰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딱히 수익을 노리고 영상을 만든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영상을 만들면 제 본업에서 하듯이 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영상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주제는 너무 어려운 주제 아닐까? 이 부분은 쓸데 없이 너무 깊이 들어간건 아닐까?
특히 재미있는 것은 영상을 다 만들고 반응을 확인할 때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비전공자가 재밌어할 것 같은 주제에 대해서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는게 참 흥미롭습니다. 아직 절대적인 시청자 숫자가 매우 적긴 하지만, 그 적은 숫자 안에서도 영상마다, 주제마다 반응이 많이 다르거든요. 어떤 주제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일반인이 봐도 재미있고 의미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사람들이 눌러보질 않고, 또 어떤 주제는 제 입장에서는 소소하게 만든 느낌인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합니다. 이렇게 제 예상과 결과가 적중하고 빗겨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게 참 재밌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하기도 하구요. 특히 유튜브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동영상마다 평균 지속 시청시간은 어떤지, 어떤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많이 이탈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더 그렇습니다.

3. 영상을 만들고 나면 은근히 뿌듯하다?
저는 박사과정생이다보니 아무래도 매우 장기적인 흐름으로 작업들을 합니다. 그런데 박사논문과는 다르게 영상은 대부분의 경우 일주일에 한 편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제 기준에서는) 매우 단기적인 작업입니다. 그래서 아직 시작한지 6개월이 조금 안됐지만, 벌써 나름대로는 20편이 넘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가끔씩은 여태까지 만들어온 것들을 그냥 쭉 보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https://imgur.com/42d8xKD
이렇게 말이죠. 게다가 천천히지만 조용히 조회수가 오르거나 긍정적인 댓글이 달리면 아무래도 사람이다보니 더 좋습니다.

결론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영상을 만드는 일이 모든 면에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제 본업과 직접적으로 겹치지는 않으면서도 관련이 있는 분야로 영상을 만들다보니 시너지효과도 있고, 작게나마 성취감도 느끼게 되니까요. 물론 거대채널을 운영중이신 분들이 보기에는 애기 장난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ㅋㅋ 그럼 앞으로 일년 후에 느끼게 될 점, 이년 후에 느끼게 될 점들을 또 나눈다는 각오로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언젠가는 박사가 되어서 유튜브를 하는 소감도 나눠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8-19 18:1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5 창작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5 Jargon 24/03/06 1189 4
    1314 창작어쩌다 보니 그림을 그리게 된 건에 대하여 61 퐁퐁파타퐁 23/07/25 2831 15
    1305 창작서울에 아직도 이런데가 있네? 7 아파 23/06/01 3705 24
    1140 창작개통령 1화 47 흑마법사 21/11/02 6072 27
    1023 창작어느 과학적인 하루 5 심해냉장고 20/10/27 4563 14
    1020 창작그러면 너 때문에 내가 못 죽은 거네 (1) 8 아침커피 20/10/19 4144 12
    1016 창작사귀지도 않고 헤어진 제 친구의 연애 아닌 연애 이야기 33 아침커피 20/10/12 6133 17
    992 창작내 작은 영웅의 체크카드 4 심해냉장고 20/08/05 4720 16
    972 창작그러니까, 원래는 4 심해냉장고 20/06/18 4729 13
    946 창작기대 속에 태어나 기대 속에 살다가 기대 속에 가다 3 LemonTree 20/04/09 4461 15
    945 창작그 애 이름은 ‘엄마 어릴 때’ 14 아침 20/04/08 4340 12
    943 창작말 잘 듣던 개 6 하트필드 20/04/04 4742 4
    916 창작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5 작고 둥근 좋은 날 20/01/29 5798 24
    891 창작은밀한 통역 3 작고 둥근 좋은 날 19/11/23 5813 23
    843 창작6개월 정도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느낀 점들 15 droysen 19/08/10 6130 20
    699 창작고백합니다 44 파란아게하 18/09/09 8051 96
    432 창작5월이면 네가 생각나. 3 틸트 17/05/14 5608 9
    398 창작옆집에는 목련이며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5 틸트 17/03/27 5384 9
    389 창작홍차의 연인 (5) - 완결 29 새벽3시 17/03/16 6299 11
    371 창작생선살 발라주는 사람 64 열대어 17/02/20 7597 19
    306 창작[한단설] 손 없는 날 2 틸트 16/11/21 6261 11
    289 창작[한단설]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8 SCV 16/10/24 6016 11
    171 창작[조각글 18주차] 궁극의 질문 9 마스터충달 16/03/13 5421 4
    168 창작[SF단편] 펭귄 밀크 11 중년의 럴커 16/03/11 6363 5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