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3/13 23:40:13
Name   토끼모자를쓴펭귄
File #1   3.jpg (232.0 KB), Download : 11
Subject   게임방송국 OGN이 위기에 빠진 이유


https://youtu.be/VujOrMG1mrg


위는 관련한 김성회의 g식백과 영상입니다. OGN이 몰락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위 영상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저의 말을 일부 붙여서) 요약해서 써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1. OGN이 주로 다루었던 게임들을 보면,
스타크래프트1 - 이미 리그 중단 막바지에 대회 스폰서가 한동안 잡히지 않을 정도로 몰락하고 있었음. 각종 경제적 지표가 쭉쭉 빠지고 있는 상태라 지속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스타크래프트2 - 스2 팬들에게 큰 상처를 준 여러가지 일이 있었고 이것이 OGN에 호의적인 여론을 많이 깎아먹었다.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 이스포츠 대회는 본질적인 구도상 그 주도권이 방송사가 아닌 게임사에게 있는 것이고, 게임사가 리그를 자신이 직접 열기를 원했고 또 리그의 한국 중계권마저 따지 못하고 다른 방송국으로 넘겼다.
배틀그라운드 - 배그는 스타1나 롤처럼 무대를 크게 차려놓고 비장하게 임해야 하는 거라기보다는 소소하게 몇몇 인터넷 스트리머들이 좌충우돌 부딪히는 소소한 재미로 하는 건데 기성 리그처럼 진행하는 것이 긍정적인 반향이 있을 수 없었다. 이 게임은 100명 정도의 여러 사람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난장판이라 임요환, 페이커 등등의 큰 스타가 탄생하기가 힘들다.

2. 명색이 이스포츠 방송국이지 사실 다루는 게임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스타1 전성기때는 주구장창 스타1 리그와 기타 파생되는 스타1 프로그램들만 틀어놨고, 롤 때는 또 롤 관련해서만 틀어놨다. 그런데 이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 다른 게임에 대해서 시도를 안해본 것이 아니다. 다만 시청률이 너무 안 나와서 손해만 보고 가망도 없어보이니 지속할 수가 없었다.

3. 아무래도 TV에 나오는 기성 방송국이다 보니 방송심의도 빡세게 신경써야 하고 인터넷 방송처럼 자신을 좀 놓고 프리~하게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정치적 드립이 있다고 빼고, 광고성이라고 빼고, 약한 수준이라도 욕을 했다고 빼고.. 그런데 게임 플레이는 그런 격식차린 양반들이 하는 거라기보다는 pc방에서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헛소리 해가면서 개싸움하는 맛으로 하는 게 크니 기성 방송보다는 인터넷 방송이 더 잘 맞는다.

4. 기성 방송국은 새로운 시도를 할때 규모와 퀄리티가 큼직해야 하고 자본이 많이 들어서 아무래도 몸을 움츠리게 되고 보수적으로 할수밖에 없다. 반면 1인 스트리머 방송국은 이것저것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시도해도 소소해서 돈이 그보단 적게 들고 실패 리스크가 적으니 더 여러가지 모험을 해볼 수가 있다. OGN 방송국 스스로가 잘못을 한것도 있지만, 결국 broadcasting하는 대세가 TV보다는 유튜브인 것이고 게임방송이 여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인 것이다. 그래서 OGN이 플레이플인가 뭔가 하나 만들어보려고 하다가 잘 안되어서 접었다.



여기부터는 제 개인 생각.

OGN이 지금 왜 위기에 빠졌나?-보다 저는 OGN이 지금까지 버틴 것이 어떻게 가능했나?-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OGN은 개국 당시부터 내내 생존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스타1 전성기에 스타1 외에도 여러 RTS 게임을 키워주려고 했지만 결국 다 안되었고, 스타1 단물이 다 빠졌을때 롤이라는 새로운 먹거리가 마침 생겨난 것이 OGN의 생명을 연장시켜 준 것이죠. 아무튼 게임대회에 대한 권리가 궁극적으로는 방송국이 아니라 게임사에 있었기 때문에 존속 자체가 불안불안했습니다. 그리고 그 게임의 사이즈가 너무 작으면 시청률이 안되고 너무 크면 게임사가 그 방송국에 얽매일 필요가 없으니 그를 잡으려고 큰 자본이 들기 마련입니다. 또 큰 대회를 열면 무대도 설치해야 하고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한데 항상 자금의 압박을 세게 받고 리스크가 큰 사업이었습니다. 스1이 꽤 잘나갈 당시에도 대회 자체의 흥행을 (반진담 반농담으로) 걱정하는 이야기가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TV방송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들자 이제야 무너진 것이죠. 그래도 제가 어렸을때 수많은 게이머들이 활동하는 것을 보고 울고 웃는 장을 마련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56 꿀팁/강좌누끼 자동으로 따주는 사이트 17 토비 18/12/19 46788 6
    8578 영화IMF를 다룬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을 보고 왔습니다. 8 토비 18/11/29 3613 2
    8982 일상/생각최근에 구입한 물품들 77 토비 19/03/21 5930 0
    9146 꿀팁/강좌휴일 주말 어린이대공원, 상상나라 주차 어려울 때 11 토비 19/05/01 7606 7
    5409 경제차를 굴린지 1년, 비용을 계산해봤습니다. 10 토비 17/04/10 5551 2
    8861 의료/건강우울증에 대한 전통적 관점과 조금 다른 관점들 3 토비 19/02/14 4585 5
    11328 경제혼돈의 부동산 시장, 2021년 투자대처법 (김경민 교수) 25 토끼모자를쓴펭귄 21/01/09 4274 2
    11182 일상/생각사유리의 선택과 부작용 17 토끼모자를쓴펭귄 20/11/29 4558 2
    11178 정치저는 보이는것보다 조국이 더 폄하받고 윤석열이 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69 토끼모자를쓴펭귄 20/11/28 5608 4
    10667 정치문 대통령이 정의연-윤미향 사태에 대해 첫 입장을 밝혔습니다. 17 토끼모자를쓴펭귄 20/06/08 4554 2
    10675 일상/생각JK롤링, 해리포터·헤르미온느와 설전.."트랜스젠더는 여성 아냐" 11 토끼모자를쓴펭귄 20/06/12 6588 2
    10423 철학/종교한국 개신교와 '일부' 11 토끼모자를쓴펭귄 20/03/23 4439 5
    10396 정치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또' 분당 위기에 몰린 민생당 6 토끼모자를쓴펭귄 20/03/18 4113 0
    10380 방송/연예게임방송국 OGN이 위기에 빠진 이유 16 토끼모자를쓴펭귄 20/03/13 6036 4
    10303 정치21대 총선을 예측해보아요 8 토끼모자를쓴펭귄 20/02/17 5611 1
    10299 일상/생각kbs의 저널리즘 토크쇼 j : 유튜브 악마화하는 언론의 장삿속 을 보고 8 토끼모자를쓴펭귄 20/02/17 5252 4
    10129 일상/생각2019년 송년회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고 바로 쓰는 글 2 토끼모자를쓴펭귄 19/12/30 4634 7
    10527 정치윤석열 검찰 vs 청와대 현재 대결 구도 39 토끼모자를쓴펭귄 20/04/24 5215 1
    10721 경제124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그룹 7 토끼모자를쓴펭귄 20/06/27 4189 1
    719 일상/생각레고 빅뱅이론(21302)이 출시됐습니다. 9 15/08/04 12573 0
    8054 철학/종교대형교회를 처음 가게 됬습니다. 18 태정이 18/08/14 5388 0
    8047 기타아빠랑 또 좀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13 태정이 18/08/13 5000 2
    8092 일상/생각스타벅스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6 태정이 18/08/22 4093 4
    8074 음악하와이안 밴드 The Kalapana를 소개합니다. 2 태정이 18/08/18 3832 1
    8068 일상/생각생각이 많을땐 글로 푸는게 상당히 도움이 되는군요. 13 태정이 18/08/17 4061 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