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3/15 06:23:50
Name   하얀
File #1   1fab945664d849156b5445f0c165326f6afd5ce1.jpeg (453.6 KB), Download : 13
Subject   던 월(Dawn Wall) - 결정적 순간의 선택 (스포가득)


어제 오전에는 던 월(Dawn Wall)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뻔하게 흘러갔어요. 꿈이 있었고 어려움이 있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고 꿈을 이뤘다.
그 틀에서 늦된 아이가 등반에서 의미를 찾으며 자라서, 원래도 뭐 하나에 몰입하는 끼가 다분했는데 현실의 고통 속에서 더욱 더 암벽 등반에 몰두하는 이야기였어요.

요세미티의 거대한 수직 화강암석 엘 캐피탄(El Capitan), 그 바위산에서 가장 가파르게 수직으로 떨어지는,  914m의 ’여명의 벽(El)’.
아무도 오른적 없는 그 벽을 보고 꽂힌 ‘토미 콜드웰’은 함께 등반할 파트너를 찾습니다.

그는 ‘케빈 조기슨’을 만났고 두 사람은 수 년을 그 벽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합니다.
그리고 2014년 12월 27일, 드디어 그 벽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자유등반에서는 안전 로프의 길이 때문에 등반로를 20~50M의 ‘피치’라는 구간으로 나눕니다.
여명의 벽은 총 32피치로 그 중 15번 피치는 정말 짚을 곳이라고는 아무데도 없는 극악한 구간입니다.

토미는 어렵사리 그 구간을 통과하고, 그 다음 난코스인 16번 피치를 아래로 빙 돌아가는 코스를 통해 넘깁니다. 그리고 쭉 올라가 고대하던 와이노타워가 있는 20피치까지 오릅니다. 이제 그 정도로 어려운 구간은 남아있지 않지만 벌써 2주 가깝게 절벽에 매달려 먹고 자는 생활은 체력을 점점 앗아가지요. 그 상황에서 파트너인 케빈은 7일간 아무리 도전해도 15번 피치를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케빈은 토미의 성공을 위해 자기 자신은 뒤로 물러서려고 합니다. 토미의 가족과 친구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빨리 케빈이 포기해서 2007년부터 더 긴 세월 준비해 온 토미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토미를 망치지 말라구요.

토미는 와이노타워에서 기로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는 혼자 올라가지 않겠다고 선택합니다. 그는 완주만을 기다리는 언론을 포함한 아래 세계와의 통신을 끊습니다. 핸드폰을 떨어뜨렸거든요. 모두 그게 실수였다고 생각하지 않죠. 그리고 절벽에서의 하루하루를 만끽하며 케빈을 돕습니다. 며칠이 걸려도 상관하지 않겠다면서 케빈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하죠.

저는 그 순간 자연 풍경이나 보려던 이 영화에 집중했고, 영화를 다 보고 난 어제 하루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그 순간으로 돌아갑니다.

케빈과 같이 오르겠다고 선택한 후의 토미는 참으로 편안해 보였습니다. 절벽에 해가 비추는 그 순간을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늦되게 자라 몰두할 것이 이 것밖에 없던 그는 자신의 선택이 파트너를 살리고 자신을 살리는 선택인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케빈은 결국 15번 피치를 성공하고, 토미가 빙 돌아간 16번 코스도 돌지 않는 짧은 구간으로 성공해냅니다. 그리고 2015년 1월 14일, 두 사람은 같이 정상에 오릅니다. 그건 영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케빈의 얼굴빛과 말투가 아주 어려운 도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낸 사람의 것이었거든요. 정상을 딛는 마지막 순간 두사람은 힘껏 포옹합니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결정적 순간의 선택이 그 사람의 인생을 지배하는데, 그 순간이 왔을 때 그걸 모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순간은 그 이후 그 사람의 표정, 태도 그리고 남은 인생을 결정짓죠.

그래서 전 궁금해요. 그 결정적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저는 그리고 당신은?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384 요리/음식소고기 타다끼를 만들어 봅시당~~ 13 whenyouinRome... 20/03/15 10941 27
    10383 영화던 월(Dawn Wall) - 결정적 순간의 선택 (스포가득) 하얀 20/03/15 6335 6
    10382 의료/건강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코로나 확진자 추이 5 손금불산입 20/03/15 4692 1
    10381 음악[팝송] 라우브 새 앨범 "How I'm Feeling" 1 김치찌개 20/03/14 4306 0
    10380 방송/연예게임방송국 OGN이 위기에 빠진 이유 16 토끼모자를쓴펭귄 20/03/13 6119 4
    10379 역사인도에 대하여 6 Fate 20/03/13 5515 18
    10378 IT/컴퓨터무료 편집툴 리뷰로 시작된 잡썰 8 한아 20/03/13 6224 9
    10377 스포츠[오피셜] NBA, 코로나 여파로 시즌 중단 선언.jpg 김치찌개 20/03/13 3706 0
    10376 스포츠[오피셜] MLB 스프링 트레이닝 취소&개막 최소 2주 연기.jpg 김치찌개 20/03/13 4666 0
    10375 일상/생각다음을 떠나는 이유 20 쿠쿠z 20/03/13 4851 1
    10374 일상/생각코로나 주저리 주저리(뉴스에 짤 추가) 8 하트필드 20/03/13 5846 2
    10373 창작초상화 그려 드립니다. 33 한썸머 20/03/12 4582 8
    10371 일상/생각열정과 냉정사이 - 거리두어 생각하기 2 에피타 20/03/12 4245 5
    10370 정치일본의 검사억제 표준 - 일본의 여론 53 코리몬테아스 20/03/11 6150 20
    10369 게임레전드 오브 룬테라 스마트폰 버전이 공개? 유출? 되었습니다. Leeka 20/03/11 4215 1
    10368 오프모임[마감] 3월 13일 금요일 7시 압구정 곱떡 벙개 56 카야 20/03/11 5943 4
    10367 사회빌게이츠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NEJM 기고문 (시론) 15 Zel 20/03/11 5088 13
    10366 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2) - 남자가 엉덩이로 느끼면 이상한가요? 34 호라타래 20/03/11 5994 12
    10365 의료/건강닭 대신 꿩...? 마스크 대신 방독면을 착용한 후기. 9 Xayide 20/03/11 4574 1
    10364 일상/생각시작도 못하고 과외 짤린 썰 (2): 끝날 때 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4 이그나티우스 20/03/10 4532 3
    10363 도서/문학삼체(스포) 3 알료사 20/03/09 5213 6
    10362 일상/생각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여러 생각 12 inothershowes 20/03/08 4375 7
    10361 정치이데올로기라는 종교 10 류아 20/03/08 4476 5
    10360 일상/생각악플러가 되어보았던 경험 21 불타는밀밭 20/03/08 4626 4
    10359 음악[팝송] 뉴 호프 클럽 새 앨범 "New Hope Club" 김치찌개 20/03/08 3848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