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4/27 07:52:18
Name   사이시옷
Subject   왜 또, 매킨토시


전 오래 전부터 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앱등이라는 표현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사용하고 있으니 진성 애플 팬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90년대 학교에서 쓰던 것이 처음이었으니 어느새 사용한지 20년은 넘은 것 같네요.

대학 시절 제 맥북을 본 지인들은 왜 맥을 사용하냐곤 묻곤 했어요.
"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프로그램이 많아."
"윈도우보다 관리가 쉬워"
라고 답하곤 했죠. 하지만 사실 뭔가 특별해 보이고 싶어서 썼음을 고백합니다. 헤헤헤. 사과 마크도 멋있고 비싼 물건이잖아요. 뭔가 있는 '척'하기엔 딱이었죠.

그리곤 그 당시 케이머그, 맥주 같은 매킨토시 커뮤니티 오프모임에도 기웃기웃거렸었죠. 맥을 전문 작업용으로 사용하는 어른들 틈에 있다보면 나도 전문가가 된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맥을 사용하는 것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2000년대는 액티브엑스의 시대였으니까요. 인터넷 뱅킹뿐만이 아닌 전반적인 인터넷 사용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전 겜돌이였던지라 맥북은 그다지 쓸모가 없었어요. 그래서 늘 맥은 저에겐 장식품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물건이었죠.

나름 활용을 해보겠다고 개인 데이터 베이스 관리 프로그램인 데본싱크도 열심히 써보긴 했지만 공부에 관심없는 20대 초반에겐 개인용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은 너무 거창했습니다. 그래서 맥북은 결국 비싼 허세용 일기장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그리고 곧 맥북은 중고로 팔려 저의 술값이 되버립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블랙베리병과 마찬가지로 맥에 대한 뽐뿌는 주기적으로 저를 찾아 왔습니다. 그래서 계속 사고 팔고 사고 파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죠. 얼마 전 제가 소유했던 맥과 애플 디바이스 리스트를 만들어 본적이 있는데 꽤나 길더군요. 저에겐 결코 가볍지 않은 액수가 들어간 건데 리스트를 보니 마음이 흐뭇해졌습니다. 흐뭇할 일은 아닌거 같은데 아무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요즘 또 중고 마켓에서 맥 매물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완벽히 작동하는 고사양 해킨토시을 쓰고 있건만 왜 저는 지금 또 다른 맥을 찾아다니고 있을까요? 얼마 전에 맥북 프로를 팔아서도, 맥미니를 팔아서도, 아이패드 프로를 팔아서도 아닐겁니다. 결국 저에게 매킨토시란 읽고나면 인생에 대해 뭔가 알 것 같고 업무 잘알이 된 것 같은 느낌같은 느낌을 주는 자기계발서 같아요.

그래서 오늘도, 어쩌면 앞으로도 쭈욱 매킨토시의 유혹에 끌려다닐 것 같습니다.


P.S.: 그래서 작년부로 애플 주식을 사모으는 애플 (소)주주가 되었읍니다. ^^ 애플 화이팅!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547 게임동물의 숲을 즐기면서 적는.. 소소한 팁들 8 Leeka 20/05/04 5761 1
    10546 게임스승보다 먼저 우승하는 제자?. 중체정 카나비 LPL 우승 달성!! 1 Leeka 20/05/04 4433 0
    10545 기타구몬 일어 4A부터 2A까지 일지 대충 정리 8 수영 20/05/03 5866 7
    10544 사회현대사회의 문제점(1) 23 ar15Lover 20/05/03 7617 9
    10543 기타할아버지 이야기 10 私律 20/05/03 4841 16
    10542 도서/문학많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것 같은 책들을 소개합니다. 7 化神 20/05/02 4914 15
    10541 일상/생각큰고모님 4 Schweigen 20/05/02 4608 26
    10539 기타제가 쓰고 있는 스크린 캡처 프로그램.jpg 11 김치찌개 20/05/01 4922 2
    10538 일상/생각한국인이 생각하는 공동체와 영미(英美)인이 생각하는 공동체의 차이점 14 ar15Lover 20/05/01 5492 4
    10537 일상/생각불나방(上) 3 시뮬라시옹 20/05/01 3490 4
    10536 오프모임[모임후기] 나루님의 즐거운 샤슬릭벙 17 오디너리안 20/04/30 4398 10
    10535 일상/생각언젠가 만날 너에게 쓰는 편지 5 化神 20/04/30 3994 8
    10534 의료/건강수도권 코로나 확진자 추이 업데이트 (4/27) 3 손금불산입 20/04/27 4481 0
    10533 오프모임4/29(수) 동대문 러시아거리에서 샤슬릭을! 68 나루 20/04/27 5364 7
    10532 일상/생각왜 또, 매킨토시 21 사이시옷 20/04/27 4534 0
    10531 게임지금까지 해봤던 플스 독점작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 (노스포) 13 Velma Kelly 20/04/26 5222 3
    10530 영화영화 사냥의 시간을 보고 13 저퀴 20/04/25 5818 3
    10529 일상/생각하천을 보다가(19금,성범죄, 욕설이 섞여 있습니다) 2 하트필드 20/04/25 4698 1
    10528 문화/예술일요일(4월 26일) 조성진의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라이브 주소입니다 3 이그나티우스 20/04/25 3767 8
    10527 정치윤석열 검찰 vs 청와대 현재 대결 구도 39 토끼모자를쓴펭귄 20/04/24 5311 1
    10526 스포츠시대의 변화를 느끼다 9 안경쓴녀석 20/04/24 4429 2
    10525 일상/생각하루 왕복 110km 통근했던 이야기 37 SCV 20/04/23 5598 36
    10524 일상/생각이사 후기 16 한썸머 20/04/23 3758 0
    10523 스포츠[MLB] 보스턴 레드삭스 사인훔치기 징계발표 7 안경쓴녀석 20/04/23 3799 0
    10522 사회[번역-뉴욕타임스] 삼성에 대한 외로운 싸움 6 자공진 20/04/22 4340 2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