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1/20 09:31:34수정됨
Name   자크
Subject   좋은 꿈이었다, DRX.
이대로 DRX를 보내기에 1년동안 받은게 많다고 생각해서 마음의 짐을 좀 덜고자 고맙다는 글을 써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DRX.
소년 만화에서 나올법한 팀과 함께 했던, 꿈결 같은 1년의 시간이었다.


탑솔러 도란
‘씨맥 사건’-’도란 징계’ 로 이어지며 씨맥과 함께 손잡고 DRX 합류할 때부터
좋으나 싫으나 화제의 중심에 오르내리던 탑솔러.
더샤이, 너구리를 솔킬내면서도 익수에게 솔킬당하며 허구헌날 실력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선수.
언뜻 보면 눈에 띄는 캐릭터가 아닌것 같다가도, 요상하게 팬들에게도, 팀원들에게도 웃음벨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뿜어내던 -탑-.
스프링 담원과의 플옵 5차전에서 막픽으로 도렐리아를 박아버리던 그 패기는 올해 가장 인상깊은 모습중 하나였다.



정글러 표식
몇달 전까지 멸망전 참가하는 BJ 였던 내가 이 세계에서는 1군 프로게이머?
기용부터 파격적이었고, 그만큼 1년내내 Overated 와 Underated 를 오갔던 정글러.
하지만 DRX의 멤버 중 1년동안 가장 두드러지게,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선수.
특유의 친화력과 인싸력으로 굴곡때마다 팀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던 분위기 메이커.
‘너가 패배에 몇퍼센트 기여한것 같아’ 부터 롤드컵에서 보여준 화려한 리신 당구킥까지,
소년만화라는 DRX의 스토리라인에서 없어서는 안될 재능형, 성장형 인싸 캐릭터.



미드 쵸비
‘우리 미드 쵸비’. 그 뿌듯함 느껴지는 한마디만으로도 설명되던 DRX 의 에이스.
DRX 가 단지 독특한 캐릭터들로 화제만 일으키는 팀이 아닌, ‘강한 팀 DRX’ 의 면모를 과시하게 한 1등공신.
‘이번엔 같이 롤드컵 가죠’ 라는 씨맥과의 약속을 결국 지켜낸, DRX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
실력은 애초부터 워낙 뛰어나서, 오히려 멘탈과 마인드의 성장이 눈에 띄었던 선수.



원딜 데프트.
백마디 칭찬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DRX의 대들보. DRX 의 주장.
천둥벌거숭이같은 팀원들을 너그러이 받아주면서도,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리더십과 실력을 가졌던 DRX 의 중심.
현실에서는 조용조용한 캐릭터지만 게임에서는 상대방을 쳐죽이는 무호흡 딜링머신.
화려한 경력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워크에씩과 겸손함을 겸비한, 팬들도 팀원들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선수.



서폿 케리아.
‘역대급 천재 괴물’ 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DRX의 서폿.
어처구니 없이 어린 나이이면서도 명확하고 단호하게 오더를 내리며 무시무시한 피지컬을 자랑했던 선수.
DRX 멤버 중 기대치보다 가장 의외의 실력을 보여주어, 데뷔 시즌이었던 LCK 스프링에서 ALL-LCK First 팀에 빛나는 서폿.
하늘같은 대선배인 데프트와 갓 데뷔한 막내 케리아의 바텀듀오가 보여주는 게임 내적, 외적 케미는 DRX 가 가진 팀웤과 실력의 구심점이 되어줌



감독 씨맥
그리핀 시절부터 성적으로, -무-로, 경질로, 카나비 사건으로, 도란 사건, 재판으로 온갖 화제를 뿌리고 다닌, 팀보다, 선수보다도 화제가 되는 스타 감독.
광대같은 모습과 허술함으로 부끄러움을 유발하지만, 허울없이, 격식없이 승리를 위해서 선수들과 같은 눈높이로 부대끼는 그 열정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게 함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기 원했지만 어쩔수 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감독,
DRX를 이끈다기보다는 DRX와 하나가 되기를 원했던 감독.
롤드컵때 정장 입고 헤드셋 끼고 밴픽하는 그 모습 보고 싶어서 얼마나 오래 기다렸던지. 그리고 그 모습 보여줘서 너무 좋았다.


1년간 DRX를 응원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다. 굳이 하나하나 들춰서 미안하지만... 
스프링 막판에 설해원에게 굳이 한판 내줘서 3위로 떨어져서 힘들었고
스프링 플옵에서 T1에게 져서 울어 한없이 울면서 힘들었고
MSC때 2승 잘 따놓고 징동에게 연패해서 탈락해서 힘들었고
써머 결승에서 담원에게 져서 결국 무관을 벗어나지 못해 힘들었고
롤드컵 조별때 결국 TES 를 못잡아서 힘들었고
롤드컵 8강때 결국 담원에게 무릎꿇어서 힘들었다.
참 1년간 힘들게 힘들게 응원했던것 같다.

좋았던 기억이라면
역시나 가장 좋았던건 써머 플옵에서 젠지와의 마지막 5차전, 기적같은 바론 한타가 아니었을까.
‘꿈이 아니야’ 라는 표식의 환호는 아직도 귓가에 어른거린다.
그 외에도 수많은 승리와 환희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순간들이 다 켜켜이 쌓여서 DRX 를 만 있지만 역시나 롤드컵 확정했던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거 말고도 좋았던 기억이 너무도 많다. DRX 멤버들이 같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는것도 좋았다. 
하나하나 독특한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서, 그 끈끈한 케미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제 꿈이 끝났다.


마치 좋은 꿈을 꾸다가 일어난 기분이다.
다만 잠자고 일어나서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꿈이 아닌,
어렴풋이 기억나면서 좋은 기분이 드는, 그런 꿈을 꾸었다.
이제 선수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꿈결처럼 그렇게 2020년의 DRX라는 팀도 시간속으로 흩어져 가는 것만 같다.

2020년 DRX를 리그 3위 - 2위 - 롤드컵 8강이라는 숫자로 정리하면
결국 그렇게 끝났다. 성공하지 못했다. 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정리하면 좀 서글프긴 하다. 많이 아쉽고...

하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그냥 그 DRX를 응원하면서 보냈던, 그 시간 자체가 나에게 너무 좋은 시간들이었다.
응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 팀이었다.
그만큼 멋있고, 매력적인 팀이었다.
그렇게 꽉 채워진 1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해 보았을 때, 그 자체로 잊지 못할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고맙다, 그리고

좋은 꿈이었다, DRX.







8
  • 반짝반짝 빛나는 여섯 명 모두 계속 빛날 수 있기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99 일상/생각kbs의 저널리즘 토크쇼 j : 유튜브 악마화하는 언론의 장삿속 을 보고 8 토끼모자를쓴펭귄 20/02/17 6602 4
8563 일상/생각홍차넷엔 안 계실 초보 운전자들께 드리는 말씀 41 메존일각 18/11/26 6602 13
11155 게임좋은 꿈이었다, DRX. 7 자크 20/11/20 6601 8
10166 방송/연예연말 박진영 콘서트 짧은 후기 3 Leeka 20/01/08 6601 0
2183 요리/음식상상초월 먹방 10 눈부심 16/02/06 6601 0
4978 IT/컴퓨터AMD 대란?.. 짤 하나로 설명해보기 16 Leeka 17/02/23 6599 2
10596 정치오늘자 김어준 생각(뉴스공장 오프닝) 33 공기반술이반 20/05/19 6598 0
9313 역사불운한 재상 자파르 5 치리아 19/06/13 6598 7
2325 기타[불판] 필리버스터&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26> 60 위솝 16/03/01 6598 0
10142 일상/생각사랑하는 감정이 잘 들지 않는 이성친구와의 관계 7 신나라 20/01/02 6597 2
10221 도서/문학<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스콧 스토셀 4 환경스페셜 20/01/25 6597 6
8701 의료/건강심리학의 중대한 오류들 13 파랑새의나침반 18/12/29 6596 2
2021 과학/기술지루함에 대한 과학적 고찰 29 눈부심 16/01/13 6596 1
2199 음악천재는 악필이다?? 13 표절작곡가 16/02/11 6595 4
979 일상/생각아이고 의미없다....(8) 8 바코드 15/09/13 6595 0
7789 육아/가정엉뚱발랄 콩순이를 혹시 아십니까 26 얼그레이 18/07/04 6594 5
10659 오프모임낼 저녁 포더킹 같이 하실분?[마감] 15 간로 20/06/07 6593 0
2015 기타[불판] 최근 뉴스&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신문 <5> 72 위솝 16/01/12 6593 0
726 음악Shawn Colvin - Sunny came home 2 새의선물 15/08/04 6593 0
8015 기타러시아와 미국의 전술 교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16 기쁨평안 18/08/08 6592 27
9715 기타마감)강다녤 줄서면 스벅 깊티콘 주는 게시물 (추가X2) 113 tannenbaum 19/09/27 6591 36
9295 오프모임[수정] 6/13(목) 광주광역시 번개입니다. (수->목) 34 메존일각 19/06/09 6591 5
625 정치'농약 사이다' 피의자 수상한 행적…영장에서 낱낱이 드러나 6 블랙자몽 15/07/21 6591 0
13135 과학/기술마름모는 왜 마름모일까? 30 몸맘 22/09/05 6589 21
3423 영화엉엉 28 절름발이이리 16/08/02 6589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