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2/14 14:22:46수정됨
Name   샨르우르파
Subject   남녀떡밥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사람들의 진짜 문제.
* 주의: 이 글은 남성 현역병들의 열악한 처우, 여성들의 경력단절이나 성범죄 문제같은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을 겨냥한 게 아닙니다. (특히 넷상에서) 성별 떡밥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부류를 말합니다.  

흔히 남녀떡밥으로 불타는 사람들은 자기 성별이 가부장제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요.
여성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성들도 가부장제가 남성에게도 불리한 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성다움과 가부장으로서의 자세를 강요하고, 징병의 의무 등 남성들이 불리한 면도 떠맡았다면서.

전부 사실입니다. 가부장적 문화는 여러 병폐가 있었고 현재는 지속불가능해졌지만,
남성들이 가부장스러움을 어필하면서 여러 불리한 점을 떠맡았기 때문에 수천년 이상 유지될 수 있었을 겁니다.
신분제스러운 시스템이라 따지면 여성에 더 불리했지만, 남성이 반대급부로 많은 걸 책임지지 않았다면
여성들이 가부장제를 그토록 오래 유지되도록 암묵적으로나마 동의하지 않았겠죠.
그러면서 남녀떡밥으로 불타오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불리함이 없어진 성평등한 사회를 원합니다.

진짜 문제는,
남녀떡밥으로 불타는 사람들이 진짜 성평등을 원하는 것인가에 있습니다.
다들 성평등한 사회를 소리높여 이야기하지만, 진짜 성평등한 사회가 온다면 받아들일까요?
성평등한 사회의 여러 면모를 이야기하면 바로 감이 잡힙니다.


먼저 남성에게.
1. 성평등한 사회에서는, 여성 CEO나 상사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보게 될 겁니다. 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셨습니까?
2. 성평등한 사회에서는, 남성의 일방적인 섹스판타지나 성관계 의사를 여성에 강제하기 어려울 겁니다. 여성들도 나름의 성적 판타지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게 될 거고, 이것을 존중하기를 원할 테니까요. 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셨습니까?
3. 성평등한 사회에서는, 남자들도 지금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4. 성평등한 사회에서는, 여성이 성범죄를 주장했을 때 함부로 꽃뱀이라고 비하하는 등 2차 가해를 하지 않습니다. 그럴 자신 있습니까? 


다음으로는 여성에게.
1. 성평등한 사회에서는, 여성들도 '안보상황 등 경우에 따라' 남성처럼 징병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있습니까?
2. 성평등한 사회에서는, 결혼자금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비율을 부담해야 할 겁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3. 성평등한 사회에서는, 자주적으로 사는 대신 더 많은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4. 성평등한 사회에서는, 옛날만큼 '날 지켜줄 수 있는 마초적인 이미지'의 남성을 더 찾기 어려워질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슬프게도 남녀떡밥에 몰입하는 부류는 이런 질문에 말을 못 하거나, 이런저런 핑계로 위 제안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얘들이 말하는 성평등은 핑계고, 현실은 기성 가부장제의 부조리함을 핑계삼아 
자기 성별을 권리만 있지 헌신은 없는 특권집단으로 만들려는 부류가 아닐까?  
과거 가부장제 남성도 이 정도의 특권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신분제 하에서의 여성이 동의할 정도로는 남성의 헌신과 의무를 주장했죠.


사실 남녀떡밥으로 불타는 사람들은 이거 말고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여러 문제점들의 근본 원인은 위와 같은 마인드에 있다고 봅니다. 

점점 성평등해지는 사회에서, 의외로 변화에 제일 적응하지 못하는 부류는 이들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수정): 표현이 과격하다는 운영진의 지적이 있어서 순화했습니다. 




7
  • 동감합니다
  • 떡밥에 들어가는 떡은 밀떡인가요, 쌀떡인가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025 1
15878 창작또 다른 2025년 (3) 3 트린 25/12/04 293 2
15877 스포츠[MLB] 코디 폰세 토론토와 3년 30M 계약 김치찌개 25/12/04 217 0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8 트린 25/12/03 459 7
15875 기타유럽 영화/시리즈를 시청하는 한국 관객에 관한 연구(CRESCINE 프로젝트) 19 기아트윈스 25/12/03 567 2
15874 일상/생각큰일이네요 와이프랑 자꾸 정들어서 ㅋㅋㅋ 14 큐리스 25/12/02 958 5
15873 오프모임12월 3일 수요일, 빛고을 광주에서 대충 <점봐드립니다> 15 T.Robin 25/12/01 551 4
15872 경제뚜벅이투자 이야기 19 기아트윈스 25/11/30 1513 14
15871 스포츠런린이 첫 하프 대회 후기 8 kaestro 25/11/30 444 12
15870 도서/문학듣지 못 하는 아이들의 야구, 만화 '머나먼 갑자원'. 15 joel 25/11/27 1046 27
15869 일상/생각상남자의 러닝 3 반대칭고양이 25/11/27 700 5
15868 정치 트럼프를 조종하기 위한 계획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지만 성공했다 - 트럼프 행정부 위트코프 스캔들 6 코리몬테아스 25/11/26 905 8
15867 일상/생각사장이 보직해임(과 삐뚫어진 마음) 2 Picard 25/11/26 692 5
15866 일상/생각기계가 모르는 순간 - 하루키 느낌으로 써봤어요 ㅋㅋㅋ(와이프 전전전전전 여친을 기억하며) 5 큐리스 25/11/25 627 0
15865 경제주거 입지 선택의 함수 4 오르카 25/11/25 653 3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72 4
15863 일상/생각창조론 교과서는 허용될 수 있을까 12 구밀복검 25/11/25 1060 17
15862 기타★결과★ 메가커피 카페라떼 당첨자 ★발표★ 11 Groot 25/11/23 618 4
15861 기타[나눔] 메가커피 아이스 카페라떼 깊콘 1 EA (모집마감) 31 Groot 25/11/21 678 3
15860 일상/생각식생활의 스트레스 3 이이일공이구 25/11/20 715 1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47 7
15858 오프모임[취소] 11월 29일 토요일 수도권 거주 회원 등산 모임 13 트린 25/11/19 773 3
15857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2 2 육회한분석가 25/11/19 477 3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013 2
15854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 육회한분석가 25/11/17 565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