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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2/19 12:39:22
Name   Picard
Subject   소시민의 행복은 취약하군요.

예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쓴적이 있는데....

저는 고향이 서울이지만 공대를 나와서 지방소도시의 공장에 근무중입니다.
결혼해서도 주말부부하기 싫어서 아내가 회사 그만두고 내려왔어요.
지방이라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도 많지만, 장점도 많아서 적응해서 그냥저냥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큰 화두인 부동산 고민에서 자유롭습니다.
공장에서 가까운 아파트로 거주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비용이 별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거주지원 조건이 (비상시에 출근해야하는) 공장에서 20분 거리이기 때문에 직주근접이라 출퇴근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지방이라 대중교통이 열악하여 차로 다니다 보니 대중교통에 시달리지도 않고 교통정체도 없고, ..
(대신 눈오면 제설 안되서 난감... 20분 거리를 2시간 걸리기도..)

아이가 아직 어린데 학원 스트레스도 없고 그냥 동네 친구들, 어린이집 친구들이랑 뛰어 놉니다.
제 벌이로 그냥저냥 먹고 살만하니 맞벌이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고, 육아 관련 스트레스도 맞벌이 부부보다 적을 겁니다.

가끔 꼭 보고 싶은 공연이나 전시회, 이 영화는 아이맥스로 봐야된다! 싶으면 주말 하루 날잡아서 대도시 나들이 합니다.
겸사겸사 호캉스 가기도 하고요.

아이 교육 걱정은 그냥 놓기로 했습니다. 그냥 건강하고 심성 바르게 자라기만 해다오. 그럼 자기 밥벌이는 하겠지.



그런데...
제가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날 것 같다는 말이 나옵니다. 저뿐만 아니라 팀이 통째로.
저희 팀이 십여년전에는 서울 본사에 있다가 당시 사장이 '너네는 현장과 밀착해야 한다' 면서 공장으로 보낸 팀이거든요.
그 뒤에 사장 몇번 바뀌었지만, 딱히 다시 서울 복귀는 없었고 그 와중에 제가 공장의 다른 팀에 있다가 이 팀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장 바뀌고서 저희 팀을 다시 서울로 불려 올린다는 말이 자꾸 나옵니다.
일썰에는 공장장이 자기 소속이 아닌 팀이 공장에 있는걸 불편해 한다는 말도 있고, 본사에 계신 상사들이 '얘네는 본사 소속인데 왜 공장이 있어??' 하고 한다는 얘기도 있고... 둘다일수도 있겠지요.

아내는 설마 서울 발령나는거 아니겠죠? 하면서 며칠째 부동산 사이트랑 지도 보면서 한숨 쉬고 있고..
저는 혹시 서울 가라고 하면 공장에 남을수 있나 알아보는데, 딱히 제 연차에 갈만한 자리가 안보이고..

수도권쪽에 집을 얻는다고 해도 (현재는 빚 0..) 대출을 영끌 받고 뭐하고 해도 서울 본사에서 최소 1시간 이상은 떨어진 곳이 될거고.. 매일 왕복 3시간씩 출퇴근하면 아이랑 놀아줄 시간도 부족할 것 같고
역귀성으로 주말부부하자니 역시 아이가 어린게 걸리고...
어찌어찌 이사를 가더라도 회사 변덕에 따라 다시 공장으로 발령날수도 있고...
(공장 팀장님 한분도 차장 시절 갑자기 서울 발령나서 몇달동안 주말부부하시다가 서울로 이사가셨는데, 1년만에 다시 공장 발령내서 다시 주말부부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아니 애초에 여기 주말부부하느라 서울 발령 받고 싶은 사람들 쎄고 쌨는데 왜 서울 발령은 거꾸로 여기 가족들 내려와 잘 살고 있는 사람들 위주로 서울 발령 내는지... 참 미스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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