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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0/06 20:51:20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선조의 음식, 나폴레옹의 음식

도루묵이란 어떤 일이 잘 진행되다가 망쳐 버리거나 꼬여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상황이 되었을 때 많이 쓰이는 말입니다. 음식이나 역사이야기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도루묵의 어원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파죽지세로 왜구가 한양까지 밀고 올라오자 선조는 신하들과 몽진을 떠나게 됩니다. 아무리 임금의 피난길이라지만 도망치듯 급하게 떠나다보니 음식재료까지 챙기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식사 때가 되면 그 지역에서 흔한 것을 재료로 해서 수라상을 올리곤 했습니다. 어느 날 선조는 지금까지 먹어 본 적이 없는 생선 반찬을 먹게됩니다. 그 생선이 너무 맛있어서 신하들에게 생선의 이름을 물었고 '묵'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게되지요. 선조는 빼어난 맛에 비해 이름이 초라하다 생각해 생선의 배가 하얀 것을 보고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습니다. 그때부터 묵은 은어라고 불리게 됩니다. 그 후 전쟁이 끝나고 선조가 한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전쟁 후 고생길에 맛있게 먹었던 은어가 생각난 선조는 그것을 반찬으로 올리라 명했습니다. 그러나 오랜만에 먹어본 은어는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던 시절에 먹었던 생선을 산해진미가 지천인 시절에 다시 먹으니 맛이 그 시절만 못했겠지요. 그래서 선조는 이 생선의 이름을 '은어'에서 다시 '묵'으로 하라고 명합니다. 즉, 임금이 하사한 이름인 '은어'에서 다시 천한 '묵'으로 됐다고 해서 '도루묵'이라 불리게 됩니다. 원래는 도로묵이이었는데 발음상 도루묵으로 변한 것이지요.


프랑스의 나폴레옹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일화가 전해집니다. 나폴레옹이 마렌고 지방에서 주둔할 때의 이야깁니다. 전쟁터라 황제라도 별로 먹을 게 없었습니다. 황제의 전속요리사는 가진 재료를 다 털어 확인해보니 닭과 브랜디, 새우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결국 이걸 다 넣어서(요리하다 답이 없을 때 가진 재료를 다 때려 넣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별 차이가 없나봅니다.) 닭찜을 만들게 됩니다. 나폴레옹은 호구지책으로 만들어낸 이 요리를 각별히 맛있어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파리로 돌아와서 전속요리사에게 전쟁터에서 맛있게 먹었던 닭 요리를 다시 만들 것을 명합니다. 나폴레옹의 경우 선조와는 다르게 다시 만든 이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마렌고 치킨요리는 지금도 이탈리아의 피에몬테나 롬바르디아 지방의 식당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황제가 즐겨먹었던 요리인 탓인지, 만들기 쉽고 편한 가정식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고급호텔식당에서 제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끝이 좋으려면 사람을 잘 만나야하는 것은 음식도 예외가 아닌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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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zurespace
    그것은 치킨이기 때문이지요

    선조도 닭요리를 먹었다면 반응이 달랐을 것입니다...?
    마르코폴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는군요. 사람이 치킨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치느님이 사람을 선택하는 거죠.
    치킨은 승리의 상징. 패배해 도망치는 왕에게 몸을 바칠 치킨은 세상에 없습니다.
    헬리제의우울
    재료 클라스가 다른데...
    마르코폴로
    쪼잔하게 나중에 이름까지 바꿔버리는 걸로 봐선 재료보단 인간의 클래스 차이가 더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흐흐흐
    Vinnydaddy
    차이는 나폴레옹은 자기가 선택해 전쟁터에 나선 것이니 보급이 다소 되었을테고 그래서 요리 퀄리티가 좀 있었을 거고, 선조는 도망치듯 떠났으니 재료고 간이고 없었으니 시장이 반찬 말고는 요리의 퀄리티는 거의 없었던 차이겠죠?
    마르코폴로
    생각해보니 다른 재료가 없어서 저 위에 사진처럼 그냥 구워서 먹었을 수도 있겠네요. 생맥주만 있었어도 나중에 술안주로 후하게 대접받았을 것 같은데 안타깝네요.
    Vinnydaddy
    생맥주! 캬~ 야밤에 맥주 당기게 만드시는군요
    마르코폴로
    전 생맥주는 아니지만 캔맥주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흐흐흐 최근에는 맥주를 거의 안마셨는데 오랜만에 먹으니 알딸딸합니다.
    눈부심
    시장이 반찬, 고생이 반찬.
    꿈도 반찬이에요. 제가 대빵 큰 팬케잌을 맛있게 먹는 꿈을 꾸자마자 팬케잌을 당장 먹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절박함을 느끼고 얼른 식당 가서 사먹었거든요. 같은 맛은 아니었으나 팬케잌이 한동안 정말 좋더라고요.
    darwin4078
    그거 팬케익 식당 사장님이 미스터 코브 시켜서 눈부심님 인셉션 당한 거일지도 몰라여...
    그렇다고 해서 이름까지 원상복귀 시키다니... 선조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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