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10/22 17:20:22
Name   shadowtaki
Subject   가정법원에서 바라본 풍경들
평생 법원과는 상관없을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벌써 법원이 두번째다.
형사사건의 피고로 법원에 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야하나?
이혼소송의 피고가 되어 첫번째 조정기일에 출석을 했다.
오전 10시 30분,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하여 법정 앞을 살펴보았으나 변호사님이 보이지 않는다.
사무실에 전화하고 기다리는 동안 법정 문 앞에 당일의 송사가 표시되고 있는 화면이 있다.
대충 세어 보아도 30~40건 쯤 되는 것 같다.
한 명의 판사가 하루에 이만큼을 담당해야 한다면 판사님은 내 이야기를 얼마나 읽어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러는 사이 법정 안에서 변호사님이 나오신다. 같이 법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직도 내 사건의 앞앞 사건이 심사중이다.
판사님은 면접교섭 여부, 양육비 지급 여부, 일은 하고 있는지 원,피고에게 묻고 대답은 변호사가 한다.
원고인 엄마는 아이를 보여주지 않고 있고 이혼을 원하고 있다. 피고인 아빠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판사님은 소송이 오래 걸리니 일단 아이를 아빠에게 보여주라고 권고하시고 다음 기일을 잡는다. 그리고 종료.
이번 사건은 어떤 사건인지 모르겠지만 당사자 없이 변호사들만 출석을 했다.
여자쪽 변호사는 나이 지긋한 남자 변호사고, 남자쪽 변호사는 갓 30을 넘긴 듯한 여자 변호사이다.
판사님은 똑같이 면접교섭 여부, 양육비 지급 여부, 소득여부를 물었다.
여자쪽 변호사는 대답에 막힘이 없다. 남자쪽 변호사는 의뢰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남자가 불쌍하다.
판사님은 이런저런 조사 명령을 내리고 다음 기일을 잡는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린다. 피고 ㅇㅇㅇ. 피고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할퀴어 놓는다.
판사님께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똑같이 면접교섭, 양육비, 소득, 이혼의사 등을 묻는다.
간단한 답변이 끝나고 원고쪽에서 재산조사, 소득조사, 가계조사를 요청한다.
판사님은 이러한 조사에 대해 명령을 내리고 다음에 보자신다.
나는 이혼의사가 없지만 이러한 조사들이 이뤄지는 것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변호사님은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사라고 하시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변함없다.
그리고 다음날.
상대가 주장하는 바를 반박하는 자료를 찾고 있다.
배려받지 못한 결혼생활을 했다고 하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구글 타임라인을 뒤져가며 지난 기간동안 친가 방문횟수와
처가 방문횟수를 세아리고 있다. 처가를 많이 갔었던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세어놓고 보니 4년간 우리집은 19번 갔는데
처가는 75번을 갔었다. '왜 이렇게 살았지?'라는 후회와 함께 이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며 이런거 세면서
사느니 그냥 죽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혼인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연락이 없었다는 증거를 반박하기 위해 내 핸드폰의 통화기록을 뒤지며 예전 기록을 찾기 위해
통신사를 찾았다. 그런데 통신사는 통화기록을 성공한 발신만 그것도 1년 기간만 보관한다고 한다. 처음 알았다.
뭔가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 통화내역이 주르륵 나오는데 다 교차조사해서 만들어진 자료인가 보다 했다. 그럼 내가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지 라는 고민과 함께 다음으로 넘어갔다.
신혼집을 혼자 장만했다는 것을 증빙하기 위해 결혼전에 살았던 집의 등기부등본을 떼고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기록과
당시 제출했던 신혼집 전세계약서 사본을 어렵사리 구했다. 10년전 자료들인데 보관하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또 한번 이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과 함께 그만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이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엇을 어떻게 더 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28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30 사회생계형 범죄자를 위한 출퇴근 교도소를 맹근다고 합니다. 3 NoviPo 18/09/14 6059 0
    7960 여행(스압, 데이터 주의) 오키나와 여행기 ~첫째 날~ 8 소라게 18/07/27 6059 18
    7931 일상/생각일주일간 컴퓨터 사려고 했던 이야기 6 2032.03.26 18/07/24 6059 2
    5293 기타[오피셜] 스타크래프트1 리마스터.jpg 28 김치찌개 17/03/26 6059 7
    11378 게임반지원정대 젠지를 학살하는 쵸비 히스토리 1 Leeka 21/01/25 6058 3
    10482 음악밴드 SHISHAMO를 소개합니다 15 이그나티우스 20/04/10 6058 7
    3221 게임[하스스톤] 재미로 살펴본 고대신 카드팩 개봉 결과 4 모선 16/07/07 6058 3
    9461 음악[클래식] 비발디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1악장 ElectricSheep 19/07/20 6057 0
    8090 일상/생각두번째 책을 만들며... 10 커피최고 18/08/22 6057 18
    10939 일상/생각회사일기 - 1 2 Picard 20/09/08 6056 1
    8724 육아/가정우산보다 중헌 것 5 homo_skeptic 19/01/04 6056 12
    838 기타스페인 시골마을 부동산 전체가 2억 4천만원 5 눈부심 15/08/25 6056 0
    10615 오프모임[오프모임]5/29일 금요일 가로수길 리북집 7시반 55 소주왕승키 20/05/23 6055 5
    8705 방송/연예2018 연예대상 SBS 7 헬리제의우울 18/12/30 6053 12
    12194 일상/생각가정법원에서 바라본 풍경들 6 shadowtaki 21/10/22 6052 28
    10047 음악[팝송] 더 스크립트 새 앨범 "Sunsets & Full Moons" 김치찌개 19/12/03 6052 0
    1739 일상/생각짤막한 사랑 15 나쁜피 15/12/09 6052 0
    7853 육아/가정엄마 배속의 아기는 아빠 목소리를 좋아한다 합니다 4 핑크볼 18/07/15 6051 2
    12379 일상/생각코로나19 무서워요... 흑; 22 *alchemist* 21/12/24 6050 26
    10867 경제intel 풀매수 당겼습니다 7 보리건빵 20/08/17 6050 0
    11881 생활체육골프입문기(3, 필드에서의 팁들) 6 danielbard 21/07/13 6050 4
    4604 의료/건강부부/커플의 관계 - 테크노퍼런스 8 Liebe 17/01/12 6050 0
    1775 창작소바 한그릇 12 Beer Inside 15/12/15 6050 1
    10273 오프모임2020년 2월 22일 19시 노원역 엉터리 삼겹살 2시국 번개 40 알료사 20/02/08 6049 8
    9676 역사거북선 기록 간략 정리 21 메존일각 19/09/17 6049 1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