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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2/28 19:35:13
Name   meson
Subject   민주당은 불타고 있는가
대선판은 여전히 치열합니다. 하지만 윤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레임덕은 없습니다. 여당이 180석입니다. 대선후보 지지율보다 대통령 지지율이 더 높습니다. 명실상부한, 역대급으로 비호감인 대선입니다. 문이 오바마라고 치면, 트럼프와 힐러리의 싸움을 보는 기분이네요. 그런데 누가 트럼프죠? 인물로는 윤이고, 형세로는 이일 텐데, 크크.

이 복잡기괴한 상황에, 민주당은 빌런입니다.
여당 후보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야당에게는 물리쳐야 할 악적이죠.
대통령은 좋아도 민주당이 싫다는 사람들이 있고, 인물은 여당이 나은데 민주당은 못 봐주겠다는 유권자들이 있습니다. 죄다 무능하다는 사람도 많죠. 원래부터 야당 지지자였던 분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정권 교체든, 정권 심판이든, 이런 여론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조국부터였을까요? 아니면 탈원전 논란을 접한 뒤부터일까요? 마음속에 민주당과 현 정부에 대한 프레임이 짜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림파’입니다. 꺼내놓고 보니 너무 잘 들어맞아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더군요.

감시자 위치일 때는 약간의 미비점만 보여도 득달같이 비판하더니, 정작 자신들이 집권하니까 빈틈이 훨씬 많습니다. 사림 이야기입니다.
검증된 절차를 무시하고 인맥과 학연으로 감투를 남발해서, 실무 경험이 일천한 비전문가가 주요 정책을 담당합니다. 사림 이야기입니다.
구태 무리와 싸운다는 이념에 사로잡혀서, 자신들과 싸우면 전부 적폐로 보입니다. 비판을 수용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사림 이야기입니다.
예전 놈들은 부정부패를 해도 뒤처리는 숙련된 솜씨였는데, 자신들은 해도 어설프게 해먹으면서 깨끗한 척을 합니다. 사림 이야기입니다.

더 있습니다.
어제 길가에서 보니 윤을 국민이 키웠다지만, 사실은 민주당이 키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쭙잖게 조국수호를 외치면서 질 싸움을 걸었던 것도 민주당이고, 검찰과 여론을 등에 업은 윤을 괘씸죄로 털어내려다 역풍 맞은 것도 민주당입니다. 조국만큼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고요? 말이야 바른 말이죠. 근데 그걸 알면 실드는 왜 쳤답니까?

이런 정당이 총선에서 대승했다는 것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물론 코시국이라는 큰 변수가 있었고, K방역이 참 시기적절하게 포텐을 터뜨리면서 ‘어? 외신이 칭찬하네? 정부가 잘하는 건지도?’라는 국뽕 분위기가 휘몰아쳤으니 이해 못할 일도 아니지만요. 그런데 그게 민주당의 공이었나요? 아니죠. 야당이 못했고,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갔기 때문이었죠.

그럼 무슨 공이 있나요? 군대에서 스마트폰을 쓰게 해준 건 기억나네요. 그리고 또,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시켰죠. 근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였나 그건 파토나지 않았나요?
이 이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블랙리스트를 비판하면서 검열을 확대했던 것, 부동산을 폭등시킨 것, 중국에 저자세로 나가는 것, 성별갈등에서 한쪽과만 소통하는 것 등은 공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이대남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면서 여성표 많이 챙기긴 했나요? 정의당 좋은 일 해준 게 아니고요?

그 업보가 지금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당 대선후보인 윤에게 정권의 대항마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민주당이고
원래 진보 지지층이던 2030을 보수로 돌아서게 만든 것도 민주당이죠.
방역 실드도 이제는 약발 다 떨어졌고요.

그런데, 판세가 이런데, 민주당은 불타고 있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꼬리에 불 붙은 소처럼 뛰어다니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지옥불 앞에 가만히 앉아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의지의 문제인지 능력의 문제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여당후보의 논란에는 실드를 치고 야당후보의 의혹을 보면 네거티브를 발동하고는 있죠. 안 하느니만 못한 것 같아서 문제지만요.

그래서 요즘 정치판을 보면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당대표의 지도를 조금만 벗어나도 개그맨이 되는 윤, 파면 팔수록 무시무시한 이, 수습을 시도할수록 헛발질이 난무하는 민주당까지 어디 하나 믿음직한 쪽이 없어요. 보다 보면 피식하기는 하는데 여기서 더 좋아했다가는 큰일 날 것 같습니다.

역사가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코미디로 반복된다고 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던가요? 그 말이 참 와닿는 요즘입니다. 탄핵정국 바로 다음 대선이 이 모양이라는 점에서요.
원조 박통은 좋든 싫든 거인이었고, 그 최후도 비극이라면 비극이었죠. 하지만 두 번째 박통은? 온갖 조롱과 비난 속에 풍자와 해학을 양산하면서 쫓겨났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었고, 그 생애 끝자락의 비극은 지금도 뭇 사람들의 가슴 한켠을 울리죠. 하지만 현 정부는? 온갖 조롱과 비난 속에 풍자와 해학을 양산하면서 끝나지 않을까요.

물론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촌극으로 다 털어내고 가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요. 부채감과 만가에 기댄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쌓아가는 정치를 위해서는 그게 더 낫겠죠. 한국의 전성기는 방금 지났다지만 기분 탓으로 치면 되고요.
이제... 우리나라 정치사가 남긴 앙금, 더 있나요?

만약 더 있다면, 뭐가 됐든 좋으니 좀 태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잿더미가 양분이 돼서 또 거목이 자라나겠죠.

어떻게 마무리할까 하다가 인용문을 가져와 봤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입니다. 2007년 발언이니 맥락은 다르지만, 지금 상황에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86정치인들이 정치를 계속하고 싶으면 대중 속으로 뛰어들어가 국민에게 왜 민주개혁정부가 재창출돼야 하는지를 직접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전라도와 경상도, 농촌과 도시를 가릴 것 없이 배낭을 메고 뛰어들어서 국민을 만나 잘못한 것은 사과하고 앞으로 이렇게 해나가겠다고 설명하면 86정치인들에 대해 국민이 기대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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