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애들 치고 많은 것도 아니라지만 제 딸은 어린시절의 저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여러 군데의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대체로 불평 없고 재미있어서 하는 것도 꽤 되지만 문득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만들어 보았습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대량의 심심한 시간으로부터 나온다고 믿고 있지만 맞벌이 신세라 ...

https://soundcloud.app.goo.gl/twz6e

1.
피아노 학원 마치고 나오면
줄넘기 학원 수업이 끝나면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고
다시 영어 수학 국어
환한 대낮에 건물을 들어가
환한 달님이 떠오를 때까지
떠날 수 없는 학원의 미로
2층 4층 5층 3층

저기 밖엔 뭐가 있는 지 또 없는 지도
노는 아이들 왜 웃는 지도 모른 채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다른 건 오직
시간표 책가방 선생님

2.
어려운 것들 익숙할 만 하면
낮선 사람들 친해질 만 하면
이제 다른 걸 배워야 할 시간
발레 미술 바이올린
방학이 되면 학원도 늘어나
비슷한 건데 시간만 늘어나
아침에 나가 해 저물 때까지
특강 캠프 집중과정

내가 이런 걸 왜 하는 지 해야 하는 지
내가 좋아하는 게 뭔 지도 모른 채로
작년과 올해와 내년이 다른 건 오직
시간표 책가방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