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0/21 20:49:57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두부이야기(중국편)
두부는 기원전 2세기 무렵, 중국 한나라의 하남왕 유안이 발명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한나라 고조 유방의 손자입니다. 유안은 두유를 즐겨 마셨는데 두유로 불로장생을 위한 연단술을 행하던 중 실수로 두유에 식용석고를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그 석고에 두유가 반응하여 응고되자 거기에 착안하여 두부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중국의 화이난 시에는 맥락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버전의 두부 유래가 전해집니다. 유안은 ‘회남자’를 기술 할 정도로 도교에 정통한 인물이여서 추종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는 제자들과 팔공산에서 신선 수련을 하며 두유를 즐겨 마셨습니다. 어느날 두유에 소금을 넣어 마시다가 산에 남겨 두고 내려 왔는데 다음날 보니 두유가 서로 엉겨 있었습니다. 콩 단백질이 소금에 의해 엉기는 현상을 발견한 그는 그 것을 보고 두부를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두부가 유안에 의해 만들어 졌다는 설은 북송시대 도곡의 ‘청이록’과 명나라 이세진의 ‘본초강목’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습니다. 두 책 모두 두부는 유안이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기록을 남긴 시기인 송, 명과 한나라 초기에는 그 시차가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송나라 이전 기록의 어디에서도 두부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지요. 중국인들이 그렇게 두부를 좋아한다면 송나라 이전의 문헌에서도 두부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이 정상인데 어떤 기록에도 두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 말, 송 초 즈음에 만들어진 두부를 그럴듯한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옛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식의 스토리텔링을 한 것이라 여겨지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두부는 유목민족의 유락 문화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 졌다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보여집니다. 유목민들은 일찍이 단백질을 응고시켜 우유에서 치즈를 만드는 기술을 알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이를 이용하여 두부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당나라 때에 특유의 개방정책으로 외부문화가 많이 들어왔다는 것도 이 같은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 포도와 포도주의 양조법이 들어온 것도 당나라 시기입니다. 송나라 초기에 두부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당나라 말기나 송나라 초기 즈음에 두부가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과 별개로 ‘두부의 시조’ 유안의 전설이 내려오는 중국의 화이난 시는 지금도 두부의 본고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음력 1월에 두부 축제를 열고 있지요.(돈만 벌 수 있다면 사실 여부 따위...) 이 두부 축제는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토마티나’와 유사합니다. 토마토 축제에서 토마토를 던지듯이 사람들이 모여 서로서로 하얀 두부를 던집니다. 두부를 많이 맞으면 복을 많이 얻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하지 않고 기꺼이 맞는다고 합니다.

중국의 두부는 맛과 모양이 다채롭고 유별난 맛을 자랑하는 것이 많습니다. 현재 식탁에 오르는 두부의 종류만 150가지가 넘습니다. 두부의 모양도 파스타처럼 다양해서 실제 종류보다 훨씬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중국두부의 대표적인 요리로는 생선살 두부, 두부 국수, 게살두부가 있고 심지어 말 오줌에 절인 두부도 존재합니다. 중국사람들의 두부 사랑은 ‘백흘불염(百吃不厭),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중국인의 열 중 아홉은 두부당(豆腐黨)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 게살두부
- 취두부
- 선지가 들어간 마파두부

중국 두부는 지역적 특색에 따라 질기지만 맛이 진하고 단맛이 조금 강한 ‘북두부’와 식용 석고로 제조해 부드럽지만 고소함과 단맛이 적은 ‘남두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을 막론하고 발효된 두부는 모두 좋아합니다. 발효 두부 중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것은 일명 ‘썩은 두부’로 불리는 처우더우푸입니다. 두부를 볏짚으로 덮어 썩혀서 발효시키는데 냄새가 고약할수록 좋은 상품으로 취급 받습니다. 중국의 경우 이렇게 특이하거나 고급인 몇몇 두부의 레시피는 국가 기밀로 취급하여 유출이 불가능합니다.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33 IT/컴퓨터가성비 끝장 노트북 추천해드립니다. 14 팅핑랩썬브클 17/09/25 6672 2
    8107 일상/생각살면서 겪었던 무서웠던 경험들 9 swear 18/08/24 5882 2
    1412 기타와인 속에 별을 담다 - 돔 페리뇽 31 마르코폴로 15/11/01 13225 2
    1432 창작[조각글 2주차] 안녕,버스 7 레이드 15/11/02 8527 2
    1401 음악비라뇨... 구름만으로 만족합시다. 6 새의선물 15/10/31 8403 2
    1400 음악주르르륵 주르르륵 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6 Lionel Messi 15/10/31 10499 2
    1394 요리/음식생물학적 방법과 화학적 특성을 이용한 디저트와인 7 마르코폴로 15/10/30 13474 2
    1360 영화(스포) 현전불가능한 대상에 대하여 : 베넷 밀러 <폭스캐처>(2015) 9 구밀복검 15/10/28 10298 2
    1345 일상/생각누드에 대한 단상(후방주의) 54 눈부심 15/10/26 25935 2
    1311 요리/음식두부이야기(중국편) 24 마르코폴로 15/10/21 13244 2
    11850 일상/생각재밌다 재밌어 유 쏘 퍼~니~ 7 Picard 21/07/07 4967 2
    1300 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불편한 한지은씨에게 3 王天君 15/10/21 9807 2
    1295 음악Arcade Fire - Awful Sound (Oh Eurydice) / It's Never Over (Hey Orpheus) 8 새의선물 15/10/20 9589 2
    1276 일상/생각우리는 지금 여성주의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74 Balvenie 15/10/16 13843 2
    1259 과학/기술X 염색체 - 인간의 기본형은 여성? 13 모모스 15/10/15 16175 2
    1222 음악뮤직비디오 없는 음악 6선 9 우루추추 15/10/10 7618 2
    1212 과학/기술쌩쥐우주비행사 톰 6 눈부심 15/10/09 7876 2
    1207 일상/생각홍차넷은 대체 뭐하는곳일까? 38 만트리안 15/10/08 10587 2
    1269 기타생명체의 과밀화 2 모모스 15/10/16 8821 2
    1198 기타고수가 되는 지름길 장기 묘수풀이 (댓글에 해답있음) 62 위솝 15/10/07 11222 2
    1183 기타기생충 이야기 7 모모스 15/10/06 11089 2
    1181 역사사도 - 우리 세자가 달라졌어요 11 눈시 15/10/06 8515 2
    1180 과학/기술중국의 푸른 쑥에서 찾아낸 말라리아 치료제 [청호소青蒿素] 12 삼공파일 15/10/06 13392 2
    1174 경제Has the world reached its credit limit? 11 MANAGYST 15/10/05 8615 2
    1160 생활체육[F1] 그 재미를 느껴보자 -4 : (외전) 여러분을 F1 전문가로 만들어드립니다. 16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10/02 12394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