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한창 손흥민이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을 때도 경쟁자들에 비해 낮은 xG 값 때문에 의구심이 종종 표출됐습니다.

https://www.independent.co.uk/sport/football/premier-league/tottenham/son-heung-min-xg-harry-kane-b1782968.html?amp

2년 전 기사이긴 하지만 위 기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손흥민은 지난 수년간 주어진 득점 기회 대비 실제 득점을 따져보면 메시와 호날두를 상회하는 득점력을 보여줬는데, 통계를 뒤집는 놀라운 퍼포먼스가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보통은 팀의 지원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꾸역골을 넣어가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상책인데, 현재는 팀의 경기력도 신통치 않으니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인 듯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손흥민은 부족한 툴의 한계를 툴과 축구 지능의 조합으로 극복해낸 선수 였고 그래서 더 정이 갔었습니다.

손흥민은 케인처럼 공중볼을 따낼 점프력이나 몸의 탄성이 없고, 중앙이나 전방에서 버티며 수비수와 경합하는 플레이를 할만한 힘과 체구도 없지요. 그렇다고 미드필더들이 좁은 공간을 헤집을 때 필요한 능력치인 순발력이나 균형감각, 민첩성 등을 가지지도 못 했습니다.

그 대신 빠른 주력과 뛰어난 양발의 감각을 가졌기에 이 두 개를 주무기로 삼아 상대 수비가 자신에게 달라 붙도록 강제하면서 박스 근처에서의 돌파, 패스, 슛을 선택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선 적극적으로 팀 동료를 이용하고 공을 순환시키며 공간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했는데 이게 안 되던 토트넘 첫 시즌에는 끔찍한 부진을 보여주었었죠. 국대만 오면 못 한다고 비판 받던 것도 이렇게 손흥민을 받쳐 줄 능력이 안 되던 국대의 전력 문제였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손흥민이 가진 탁월한 양발 슈팅 감각은 고정된 근력, 주력, 협응력, 순발력과 같은 선천적인 툴이라기 보다는 여러 툴들과 외부 요인들이 조합되어 확률적으로 발동하는, 그래서 기복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유틸리티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손흥민은 부상, 팀 내 전술 등의 문제로 여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물론 그렇다고 그 슈팅 감각이 어디 사라지는 건 아니기에, 말씀해주신 바와 같이 팀에서 손흥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몰아준다면 확률에 수렴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팀은 어디까지나 케인의 팀이고 손의 전성기에조차도 팀의 1옵션은 케인이었기에 그건 어려운 이야기지요.

그러니 현 시점에서 손흥민에게 남은 툴은 주력인데 단지 빠르기만한 선수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토트넘의 현 상태도 손흥민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 하는 상태고요.

야구에서 이런 걸 가리켜 하는 말이 '방망이에는 슬럼프가 있어도 다리에는 슬럼프가 없다' 입니다. 아무리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도 가끔은 무안타에 그칠 때가 있지만 달리는 것이 임무인 대주자들의 주력에는 딱히 기복이랄 게 없지요.

최근 손흥민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경기 내외적으로,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스트레스를 겪어 폼이 정상이 아닌 것이 확연히 보이는데 그간 쌓여온 누적피로의 영향도 분명 있겠죠. 그러나 15/16 시즌의 그 부진을 딛고 일어섰듯이 이대로 빅클럽 커리어를 마감할 선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더 시간과 휴식을 준다면 우리가 아는 손흥민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