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03/27 17:51:48
Name   카르스
Subject   새로운 시대를 위한 노인연령기준이 필요하다 - 장래연령 관점
Sanderson & Scherbov (2007)는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고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현대사회에 새로 맞는 노인연령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바로 '장래연령(Prospective age)'에 기반한 노인 기준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수명"이 기준되는 (예: 65세, 70세, etc.) 회고적 (retrospective) 관점으로 노인 연령을 삼았는데,
저자들은 "앞으로 남은 수명", 즉 장래여명이 기준되는 (예: 장래여명 15세, 20세) 장래적 (prospective) 시점으로 노인연령을 산정하자고 제안합니다.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을 위해 계봉오(2020)가 든 일본 여성의 예를 들자면,



먼저 하단의 전통적인 회고적 연령측정 방식에 따르면 1972년의 50세와 2014년 50세는 살아온 시간 기준 연령은 똑같습니다. 그러나 두 집단의 기대여명은 각각 29년과 38년으로 9년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반면에 상단의 기대여명에 기반한 연령측정 방식에 따르면 1972년의 50세와 2014년의 60세는 같은 연령입니다. 두 집단의 기대여명이 29년으로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살아온 연령과 무관하게 (노인연령까지 살아남은 노인들에 한정해서) 남은 삶의 마지막 n년을 노인으로 보내게 하는 기준입니다.  

[* 주의: 장래여명 n세 기준 노인연령을 (기대수명 - n)세와 동일시하기 쉬운데,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장래여명은 그 연령 이전에 돌아가신 분들은 제외하고 산출하므로, 수명이 낮은 분들은 기댓값 산출에 빠지게 되어 실질적으로는 (기대수명 - n)세보다 약간 더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노화가 늦게 찾아오는 변화를 제때제때 반영하는 보다 현실적인 노인연령 기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새로운 장래연령 기준으로 노인인구비율을 측정하면 기존 회고적 기준에 비해서 노인인구비율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실제로 Scherbov et al. (2016)은 이 기준(정확히는 장래여명 15세)으로 동아시아의 고령화를 분석해 본 바 있는데,


[진한 검은색은 65세 노인기준. 점선은 장래연령 15세 노인기준]

보다시피 장래연령 15세 기준으로 하면, 특히 고소득 동아시아 국가(한국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에서 65세 기준에 비해 노인부양비가 급격하게 낮아짐이 확인됩니다.
동아시아의 고령화가 급격한고로 새로운 기준에서도 어느정도 노인부양비 증가는 피할 수 없지만, 그 속도는 기존 연령기준에 비해 현저히 느려집니다.


참고로 이 장래연령 15세를 노인인구 기준으로 하면, 한국 노인 기준연령은 2019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기준  1970년 61.4세, 1990년 64.9세, 2020년 72.5세, 2065년 76.4세가 됩니다. (계봉오, 2020) 현재의 65세 노인기준은 1990년에나 적합하고, 지금은 70세로 맞춰야 그나마 적합해집니다. 21세기 중반엔 75세 전후까지 올려야 하고, UN 2022년 인구추계에 따르면 2100년엔 80세도 각오해야 합니다. (이태석, 2022)

노인들이 생각하는 평균 노인연령기준이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서는 70.5세이고 (이윤경 외, 2020),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기준으로는 72.6세(고은지, 2023)인 걸 보면 이 장래연령 15세 기준은 단순히 노인부양을 줄이기 위한 술책이 아니며, 노인들이 더 오래 살고 건강해지는 현실에 부합하는 개념임이 확인됩니다.




계봉오(2020)는 장래연령 15세를 새로운 노인기준으로 하면 2065년 노인인구비율이 기존 65세 기준인 46.1%에서 26.2%까지 낮아지고, 1970년 대비 증가비는 기존의 14.9배(3.1%->46.1%)에서 5.8배(4.5%->26.2%)까지 낮아짐을 보입니다. 2065년 고령인구부양비도 기존의 100.4에서 39.7로 급격하게 낮아지고, 1970년 대비 증가비도 기존의 17.6배(5.7->100.4)에서 4.7배(8.4->39.7)까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정희원(2021)은 기대수명이 90세 되는 미래에는 위 기준대로 77세 정도가 장래수명이 되고, 노인의학적인 노화, 노쇠 연령트렌드를 감안할 때 적절하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노인연령 77세 기준에 도달하도록 점진적으로 노인연령을 늘리는 추세 하에서 2060년의 노인부양비와 생산가능인구를 구했더니 인구고령화 추세가 현저하게 낮아진 게 확인됩니다. 2060년 생산가능인구는 65세 기준 2058만명에서 신연령 기준 2755만명까지 증가해 2020년 3736만명 대비 감소폭이 40% 가량 줄어들고, 2060년 노인부양비는 65세 기준 91.4%에서 신연령 기준 43.0%까지 크게 개선됩니다. (2020년은 21.7%)

이태석(2022)은  기대은퇴기간과 성별ㆍ지역별ㆍ소득별 격차 추이를 반영하여 조금 느슨하게 장래연령 20세 개념을 적용하였는데, 그래도 2100년까지 노인 기준연령이 73세까지 늦어지고 노인부양률은 2100년 기준 96%에서 60%로 36%p 낮춰짐을 확인했습니다.



여러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노인연령 기준을 상향할 경우 인구부양비 악화 문제를 크게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고령화가 급격한고로 노인연령 상향으로 인구고령화 페널티를 100% 완화하지는 못하지만 
명백히 지속 불가능한 사회제도를 약간 버겁더라도 지속가능한 선 정도까지는 완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노인 연령 상향에는 노인 빈곤이나 노인 내부 격차, 은퇴와 연금수급연령 등 다양한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만, 
그걸 핑계로 노인연령 상향을 피해서는 안 됩니다.
고령화 가운데 지속가능한 사회시스템을 위해서 노인연령 상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출처:  
Scherbov, S., Sanderson, W. C., & Gietel-Basten, S. (2016). Better way to measure ageing in East Asia that takes life expectancy into account. Australasian journal on ageing, 35(2), 139–142. https://doi.org/10.1111/ajag.12267
Sanderson, W.C. & Scherbov, S. (2007). A new perspective on population aging. Demographic Research 16 (2) 27-58. 10.4054/DemRes.2007.16.2.
고은지. (2023). 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72.6세.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30205014600004. 2023.02.13 확인.)
계봉오. (2020). 인구고령화 지표에 대한 대안적 접근: 장래연령 관점을 중심으로. 한국인구학, 43(4), 1-35.
이윤경, 김세진, 황남희, 임정미, 주보혜, 남궁은하, ... & 김경래. (2020). 2020 년도 노인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책보고서 2020-35.
이태석. (2022).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KDI Focus. 115.
정희원. (2021). 지속가능한 나이듦. 두리반.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48 사회의치한약수 열풍은 언제부터 극심해진 걸까요? 28 비물리학진 23/04/12 3755 0
    13747 사회대학입시 제도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14 비물리학진 23/04/12 1547 0
    13699 사회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징집률이라고 생각합니다. 15 강세린 23/04/01 2184 0
    13684 사회법적으로 심신미약자의 죄는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데... 17 강세린 23/03/29 1552 0
    13683 사회미국 이민가도 지속되는 동아시아인의 저출산 패턴 27 카르스 23/03/28 2765 14
    13677 사회새로운 시대를 위한 노인연령기준이 필요하다 - 장래연령 관점 9 카르스 23/03/27 1488 3
    13676 사회<시어도어 카진스키>를 아시나요? 10 강세린 23/03/27 2026 0
    13675 사회미 하원의 틱톡 청문회 - 틱톡은 미 국가안보의 위협이 아니리라 6 코리몬테아스 23/03/27 1747 4
    13654 사회싱가포르 정부의 이주가사노동자 도입과 관리방식 4 dolmusa 23/03/21 1940 8
    13650 사회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권리도 없는 걸까요? 23 강세린 23/03/20 2649 0
    13633 사회일본은 한국의 미래인가? 17 레게노 23/03/11 2501 3
    13595 사회한국 인구부양비 악화의 진짜 원인 (부제: 출산율 2.1 찍어도 인구부양비 악화는 피할 수 없다) 27 카르스 23/02/24 2832 9
    13583 사회서구와 동아시아에서 추구하는 자유는 다르다 13 카르스 23/02/21 1980 7
    13569 사회한국인과 세계인들은 현세대와 다음 세대의 삶을 어떻게 보는가 6 카르스 23/02/15 1739 6
    13564 사회인생을 망치는 가장 손쉬운 방법 20 아이솔 23/02/13 2376 16
    13550 사회수도권 집중, 정말 일자리가 문제일까 19 캡틴실버 23/02/07 2102 6
    13549 사회공군 일병 숨진 채 발견…가족에 "부대원들이 괴롭혀 힘들다" 호소 16 revofpla 23/02/07 1905 0
    13546 사회통계로 본 비수도권 청년 인구유출 추이 7 카르스 23/02/06 2310 9
    13538 사회석학의 학술발표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왜곡되어 소비되는 방식 13 카르스 23/02/03 2308 29
    13510 사회미국 사람들은 왜 총기사고에 둔감할까? 2 서포트벡터 23/01/26 2118 6
    13486 사회장애학 시리즈 (3) - 지리는 게 매력적인 모습은 아니잖아요?: '어른'이 되기 위해 억제를 배워간다는 것, 그리고 장애와 섹슈얼리티 8 소요 23/01/17 1398 10
    13432 사회빌라왕 또 또 사망. 반년사이 3명째 숨져 10 Leeka 22/12/28 2355 0
    13427 사회바이크 타는 양아치로 살아가기 4 당근매니아 22/12/26 1565 3
    13420 사회하나의 그래프로 압축해본 한국 일본사회 비교 29 카르스 22/12/22 2552 6
    13392 사회기자는 세계를 어떻게 왜곡하는가 8 dolmusa 22/12/13 2012 1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