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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6/04 02:24:06수정됨
Name   Profit
Subject   의료/의사/의과대학에 관한 생각들
https://redtea.kr/free/9419

예전에 보건의료의 철의 삼각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차피 비용과 품질, 접근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어렵고 그나마 염가에 굴리던 제도들도 곧 한계에 다다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요즘은 과연 이런 현상들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또 예전에는 의사들의 의견에 많이 공감하였는데 반대로 의사집단의 여러 도덕적 해이를 보면서 의사 집단도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의대 증원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넷에 맞지 않는 내용도 있을 수가 있겠군요. 또한 저는 의사가 아니라서 몇 가지 용어는 틀릴 수 있습니다.

1. 수가와 전공의 근무시간 문제. 오히려 인센티브를 재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보통 의사집단에서는 필수의료의 수가 얘기를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수가가 정상화되지 않으니까 계속해서 전공의가 빠져나가게 되고, 전공의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폭증하여 다시 누구도 오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즉, 어떻게의대 정원을 늘려서 의사 숫자를 늘리던 간에 필수의료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 올 수 없다는 것이죠. 저도 솔직히 수가가 너무 낮다는 데는 동감합니다. 동네 소아과에서 진료 하나 보고 600원 이렇게 나올 때는 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가를 정상화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요? 저는 수가 현실화만으로는 전혀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가를 현실화하면 대형병원에서 필수의료 파트의 넷 스펜딩 적자폭을 감소시키고, 인건비 비중도 조금은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형병원의 필수의료가 여전히 밖에 나가서 피부과 GS를 하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은 이상, 교원 자리를 노리는 소수를 제외하고서 굳이 오려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필수의료를 전공한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게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져나갈 길을 줄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1) 피부과나 성형외과 보톡스, 필러 등 소위 '미용'이라고 하는 분야의 의사 외 의료인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어떨까.

단적으로 말해, 피부과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일반의로 그냥 보톡스 필러 놓는 것을 싸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경쟁이 가격을 낮춘다고 느낀 시장 중 하나가 점빼기, 보톡스, 임플란트 등인데 충분한 회사들이 국산으로 생산한 다음부터 전체적인 가격이 엄청나게 싸졌죠. 의료인 인건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어차피 간호사 면허 따놓고 집에서 장롱면허로 놀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간호사들이 보톡스나 필러를 놓는다고 그렇게 어렵거나 의료적인 지식이 깊게 필요한가 싶긴 합니다. 어차피 1ea 용량은 만들어져 오는 것이고, 중간에 의료사고 날 때 대응할 만한 의사 1명 정도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마약류의 관리문제 등도 있겠지만, 간호사 중에서 추가적인 면허를 신설하거나 할 수도 있는 것이고, 프로포폴 유통하는 의사들 보면 딱히 의사집단에게만 맡긴다고 해서 QC가 잘 되는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문제가 되었을 때 바로 면허를 박탈하고 다시는 손을 못 대게 하는 것이 더 올바른 접근 아닐까요?      

피안성에서 경쟁을 늘려서 GS의 가격을 낮추고, 필수의료 수가를 높여서 전공의가 전공의로 올 수 있게 인센티브 구조를 짜야 뭐가 좀 제대로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지금의 의료인들의 높은 급여와 반대로 죽어나간다는 병원의 적자, 대형병원과 동네 일반병원들 사이의 온도차는 인센티브가 잘못 짜여진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2. 여성 의사들의 군의관 복무는 왜 안되나?

예전에 박주민인가, 여성징병에 대한 논의가 그나마 청와대 청원 등에서 다뤄질 때 여성은 징병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을 뿐 국방의 의무는 수행하는 것이다라고 말같지도 않은 답변을 해서 황당하긴 했는데, 그 때 논리를 여성 의사들에 대해 왜 적용하지 못하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하나는 군의관/공보의로 가고, 나머지 성별은 바로 대학병원으로 가는 게 맞는가? 싶어요. 군의관/공보의는 제가 보기에 공공의료인데요.

여성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맞다면 당연히 전문인력으로서 군의관/공보의에 가야 하지 않는가? 여성징병제가 여성에게 감당 불가능한 신체적인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안된다 해도, 누구도 군의관이 3km를 15분 30초에 뛸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군의관들이 야전에서 요구받는 수준은 일반 동네병원 수준도 안돼요. 군인답게? 왜 내 휴가 내 맘대로 못쓰냐고 대대장이랑 싸우기도 하는 게 군의관입니다. 딱히 현재도 군인다울 필요가 없는데 여자라고 못갈 이유는 없다 싶네요.

3년간의 전문인력 근무가 싫다면 하지 않으면 될 일이구요. 어차피 여성부사관/여성장교도 정원이 부족하진 않는 판국에 군대 가기 싫다고 의대 안 갈 사람이 그렇게 많나 싶기도 하고, 또 군대 3년 싫어서 이공계 오면 그것도 땡큐죠.

뭐 지금 기준으로 위헌일 수는 있겠죠. 그런데 아시잖아요? 어차피 헌재는 정답을 만들고 논리는 알아서 만들어 줍니다.


3.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은 줄이되, 성범죄나 대리수술 같은 건 왜 적극적으로 처벌하지 않는가.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 관련해서 많은 비판들이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점에 있어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의견을 잘 내는 의사 집단들이 꼭 의사 집단의 치부로 나올 만한 사건들 (대리수술, 성범죄 의사의 재취업 등)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입을 꽉 다물고 있는지 항상 의문입니다.

매번 보건복지부가 면허박탈에 대한 권한이 있다면서 뒤로 빼는데, 그럼 같은 의사직역으로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기는 하는가? 오히려 이런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보복부 탓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의사 단체들이 이런 자들에 대한 퇴출운동을 벌이면서 소위 '면허 박탈'에 대해 자정작용을 하려고 노력해야 다른 '면허 박탈'이나 법적 처벌에 대해 정당한 의료행위로서의 면책권을 요구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둘은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늘 이런 사건들을 다루는 의사집단의 온도차는 확연해 보입니다. (뭐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단체들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요)


4. 군위탁 의대, 헝가리 의대 같은 편법적인 입학수단들은 이제 없앨 때가 되지 않았나?

군위탁 의대를 간단하게 설명해보면, 수능 잘봤던 서울대생 ROTC나 육사생들 대상으로 서울대/연대에 한 40명씩 의대/치대로 위탁교육을 보내는 것입니다. 위탁 가 있는 동안 대위 월급 나오고, 학비 대주고 서울대병원/세브란스에 수련도 시켜주는 것으로 압니다. 의무복무 기간이 긴 편이지만 수련기간도 의무복무에 들어오기 때문에 실제 야전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그렇게 길진 않다고 보고, 심지어는 음주운전을 하면 공무원 면직인 것을 이용하여 음주운전을 하고 셀프 신고하여 불명예전역하는 양심없는 행동들도 종종 보고됩니다.

헝가리 의대는 주로 돈이 있는 의사들의 자제들을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입학이 쉬운 헝가리 의대를 유학으로 간 다음, 한국에서 국시 자격조건이 되는 것을 이용하여 편법으로 의사가 되는 케이스입니다. 헝가리권 의대의 40%정도의 학생들이 한국인으로 알려져 있죠.

둘 다 제도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한 뒤 없애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헝가리 의대야 뭐 말할 것도 없고, 군위탁은 OS하라고 보내놨더니 피부과 성형외과나 전공하고 나오질 않나, 진학한 사람들의 평균 복무기간, 선택한 전공을 조사하여 평가한 뒤 처리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솔직히 수능성적으로 뽑는 것도 어이없는 게, 군생활을 똑바로 한 사람들로 보내야지 군생활 2년 평가는 다 버리고 수능성적으로 위탁교육 선발하는 것도 어이없습니다. 문/이과 구분은 되는지, 제가 알기로 서울대 첫 여성 ROTC로 선발되어 기사에도 나오고 졸업식 대표연설까지 한 사람은 독어교육과 나와서 연대로 군위탁 갔고, 서울대 동아시아문명 등 서울대 문과가 수능성적 백분위로는 위탁교육 상위권 많습니다. 그런데 그게 진짜 맞나.


5. 예과 2년 진짜 왜있는거임?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 예과 시절에 어차피 공부 안 하는거 다 아는데 도대체 왜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의사를 양성하는데 6년까지 필요한 거지...? 그냥 4년 본과로 충분하면 1학년 때부터 본과 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학사편입을 예로 들면 4학년 졸업하고 학사편입을 하면 본1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냥 3학년 일반편입으로 시작할 수 있게 해주고 1학년부터 본과 시작하면 안되나 싶습니다. 다시 수특 피고 의대 입학하려는 일반인 입장에서도 그냥 1학년 때부터 바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

뭐 이렇게 대략 의사집단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얘기들을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 의사들의 얘기만 듣다 보면 기승전수가로 갈 때가 많은데 (뭐 당연히 현재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의사들 중 많은 숫자가 여전히 봉직의로서 잘 살고 있지 않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단순히 수가 하나만 고친다고 현재 인센티브구조 상 잘 될 지 의문이기도 하구요. 그냥 제가 요즘 가지는 생각들을 한 번 가감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사실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서 피부과를 갔는데, 피부과 진료 보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하면서 빡쳐서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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