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08/30 18:48:35수정됨
Name   닭장군
Link #1   내뇌내
Subject   커뮤니티 흥망성쇠...
에서, [망쇠]에 대한 생각입니다.

호상이라는 말이 있지요. 유종의 미라는 말도 있고요.
어차피 영원한것은 없는 법이니, 그렇다면 갈땐 가더라도 멋지게, 보기좋게, 순리대로, 정상적으로, 뭐.. 기타등등 하여튼 좋게 가야 한다는 거죠.

완전 또는 반완전이라도 대중에게 개방된 대형 커뮤니티는 운영자가 독하게 자신의 에고를 투영시키지 않는 한, 어찌저찌 물갈이가 될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에, 구성원이 고이고 늙고 낡아서 추하게 쇠락하는 문제를 회피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습니다.

그런데 중소형 커뮤니티는 곱게 쇠락하기가 참 힘든것 같습니다. 구성원들이 제정신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젊었을때의 총기는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그 대신 연륜과 지혜가 쌓여 더욱 통찰이 커지고 포용력이 좋아졌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게 안됩니다. 늙을수록 과거에 갇히고 고집만 세져서 다른 의견이나 새로운 의견을 거부합니다. 좋은 대화나 토론이 안됩니다. 당연히 신규인원도 유입이 불가능합니다. 어쩌다 들어왔다가도 기겁하고 튕겨져 나가죠.
커뮤니티가 쇠락하는것이 느껴지니 있는 사람이라도 더 안줄어들게 하고 현상유지라도 하기 위해 구성원들끼리 친목 또는 의견일통!만 더욱 강해집니다. 다양성이 사라지니 합스부르크가의 주걱턱...은 사실 그나마 후하게 쳐준 표현이고, 소위 태극기어르신처럼 되어 갑니다.

그렇게 망가져 가는 커뮤니티를 보며... 저는 안타깝고 죄책감도 느낍니다. 저도 키워다 보니, 그 과정에서 이 쇠락에 분명 기여를 했을겁니다. 뒤늦게 아차 싶어서 어떻게는 고이는걸 막아 볼려고 이런 저런 반론, 설교, 훈계, 자아비판같은 쇼를 해보지만, 사람들은 싫어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커뮤니티를 구원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또 다른 저의 아집이 되어 삽질만 하다 결국 성과는 없습니다. 어쩌면 그게 더 악화시켰을지도 모릅니다. 당연하죠. 나따위가 뭐 된다고...

이제 외면하거나 탈출하는것 외에는 선택지가 달리 없습니다. 쇠락해가는걸 지켜보는건 안됩니다. 이미 마음이 떠났으니깐요. 꼴보기가 싫어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며, 우리편은 합리적이고 상대편은 맹목적인것 같지만... 결국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더군요.

이번에도 정들었던 커뮤니티 또 하나가 건전하지 않게(?) 변해가는거같아 생쇼하다가 결국 내가 못견뎌서 도망나오고선 착찹해서 써봤습니다.

내가 모른다는것을 아는것. 내가 틀릴수 있음을 잊지 않는것. 아무리 빼박인것 같아도 100%가 아니라 99.9%가 한계임을 숙지하는것. 이것들을 대충 싸잡으면 겸손이 되겠죠. 그러니까 한마디로... 겸손함을 잃지 않는것.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글 써놓고 나면 항상 현타가 옵니다. 내가 남한테 이런 말 할 처지가 아닐텐데 싶어서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678 7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650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22 + 매뉴물있뉴 24/11/15 1198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850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807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02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484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10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1 dolmusa 24/11/13 660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364 7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036 31
    15038 정치머스크가 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로 불리는 사건 4 Leeka 24/11/11 1021 0
    15037 일상/생각와이프와 함께 수락산 다녀왔습니다. 10 큐리스 24/11/11 507 4
    15036 일상/생각과자를 주세요 10 하마소 24/11/11 545 18
    15035 일상/생각화 덜 내게 된 방법 똘빼 24/11/11 398 14
    15034 일상/생각긴장을 어떻게 푸나 3 골든햄스 24/11/09 599 10
    15033 일상/생각잡상 : 21세기 자본, 트럼프, 자산 격차 37 당근매니아 24/11/09 1708 42
    15032 IT/컴퓨터추천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 13 토비 24/11/08 694 35
    15030 정치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며 13 코리몬테아스 24/11/07 1459 28
    15029 오프모임[9인 목표 / 현재 4인] 23일 토요일 14시 보드게임 모임 하실 분? 14 트린 24/11/07 510 1
    15028 도서/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7 다람쥐 24/11/07 729 31
    15027 일상/생각그냥 법 공부가 힘든 이야기 2 골든햄스 24/11/06 678 16
    15025 생활체육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562 31
    15024 정치2024 미국 대선 불판 57 코리몬테아스 24/11/05 2228 6
    15023 일상/생각마흔 직전에 발견한 인생의 평온 10 아재 24/11/05 795 2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