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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10/13 15:39:42
Name   kaestro
Subject   [PC] 늦깎이 뉴비 헌터의 몬스터 헌터 라이즈: 썬 브레이크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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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몬스터 헌터란 게임은 사실 굉장히 시작을 해보기 조심스러운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포션 먹고 만세 해야 한다든가, 몬스터의 위치를 찾기 위해 추적하고, 잡다가 몬스터가 도망치고, 몬스터를 잡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하고, 몬스터의 약점을 노려서 공격하고, 사냥하는 중간중간에 무기 예리도가 떨어져서 숫돌로 갈아줘야 한다고. 그런 다른 게임들에서 보기 힘든 수많은 어려운 점들이 내재해 있고 난도 높은 게임으로 유명하니 지레 겁먹게 되더군요. 사실 몬스터헌터 월드를 1시간 정도 전에 플레이해 본 적도 있었는데 그 시간 동안 대체 뭘 하란 건지 전혀 이해가 안 되기도 했었고요.

그러다가 이번에 우마무스메를 하는 것이 좀 지쳐가는 와중에 원래 하려고 생각해 뒀던 게임들 몇 개가 취향이 맞지 않아 내가 사놓고 안 한 게임이 뭐가 있었지 하고 뒤적거리는 와중에 몬스터 헌터:라이즈가 눈에 밟혔습니다. 마침 또 운 좋게 숙련된 훈타(라고 쓰고 똥몬창이라고 읽는) 분들 몇 분께서 옆에서 바람도 넣어주시고, 아는 친구 몇 놈들이 할 거면 같이하자고 꼬시더군요. 그래서 라이즈를 설치해서 수많은 무기 중 라이즈에서 가장 사기라고 꼽히는 태도를 들고 라이즈의 월드에 입문했습니다.

라이브를 하면서 가장 처음 받은 인상은 대체 이걸 어떻게 하란 거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원래 이런 액션 게임은 전부 상대는 나보다 빠르고, 강력하고, 튼튼한 것이 정상이긴 합니다만 몬스터 헌터처럼 아예 내 ‘공격이 맞지 않는’ 게임은 처음이었습니다.

발도? 발도 공격? 납도? 이걸 대체 어떻게 하란 거지? 처음에 인왕2를 했을 때 자세 시스템 때문에 고생했을 때가 생각나는 어려움이었습니다. 발도 공격을 하는 순간 에임이 맞아져 있어서 공격을 맞춰야 하고, 못 맞췄으면 구르기/납도 이후 리포지셔닝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칼을 꺼내 들었다고 캐릭터가 기어다니는 게임은 처음이었거든요. 칼 처음 휘두른 다음 에임이 안 맞았으면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하는데 여태까지 한 보통의 다른 게임들은 휘두르면서 방향을 돌리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휘두르는데 이 게임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주요 특징 중 하나인 육질 시스템 때문에 이 게임은 락온이 아예 없는 게임이란 것도 난관이었습니다. 전 락온이 없는 액션 게임은 fps, tps류를 제외하곤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있긴 하지만 없다고 보는 게 더 편한 게임이니 없다고 치겠습니다.). 중형 괴물급밖에 안 되는 녀석들이지만 요츠미와두 정도의 몬스터를 상대했을 때만 해도 어버버 얼타기 일쑤였습니다.

아니 태도 사기 무기라면서요! 근데 간파 베기 입력은 왜 이렇게 내 생각대로 안 나가고, 간파 베기 실패하면 연기 게이지는 날아가고, 연기 게이지 없이 쓴 간파 베기는 카운터가 안 나가고, 카운터 성공했는데 후속타가 안 맞아서 코팅은 안 되고! 앉아베기 기인발도 사기라면서요! 대체 이거로 카운터를 어떻게 치란 거죠? 이거 코팅하려면 평타 네대 쳐야 하는데 이거 평타 네대나 맞아주는 몬스터가 어딨어요, 태도 사기인 거 맞아요? 이런 질문을 진짜 수도 없이 했던 거 같네요.

그래도 친구들하고 파티 플레이 위주로 게임을 하니 내가 뭘 잘못하는지도 잘 모르고 정신 차리니 이미 라이즈 부분 클리어하고 썬브레이크에 도달했는데 난관이 왔습니다.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들이 이터널 리턴을 하러 갔거든요. 나름 이제 80시간 정도 플레이하고 납도술 3레벨도 찍었고, 섬광탄도 던질 수 있게 됐고, 기본적인 앉발베 플레이는 할 수 있게 됐으니 뭐 크게 무리 없이 진행하다가 뉴비인 제 입장에서 끔찍했던 적, 마스터 금사자 랴잔을 만났습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에, 바닥 들어올리기 엇박은 봐도 봐도 내리찍는 순간 간파 쓴 다음에 ‘아 맞다 바닥!’ 하는 순간 맞고 수레 타고 있고, 살려달라고 도망치는 제 뒤통수에는 브레스가 꽂히고, 죽고 죽고 또 죽었는데도 라잔은 며칠 동안 도저히 잡을 수가 없더군요. 내 플레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스스로 알아내서 개선할 수 없단 걸 인정하고 녹화를 떠서 지인분께 피드백을 요청했더니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예요? 님이 하는 건 몬스터 헌터가 아니라 액션 게임이에요. 상대 몬스터의 모션을 보고 구르고, 뒤를 잡고, 더 붙어서 공격적으로 플레이하세요. 라잔은 브레스 타이밍이 딜타임이니까 그때 때리고’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앉발베만 가지고 몬스터 잡는 플레이의 핵심은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촥촥거리면서 카운터 치는 것만 따라 하려다 보니 무지성 특납맨이 돼 있었던 거죠. 생각해 보면 그때 저는 몬스터를 보면 평타 톡톡 -> 일단 특납 -> 모션안보이면 앉발베/보이면 기다리다 기인발도 -> 코팅되면 투구깨기 이런 플레이만을 계속했었거든요.

도저히 이미 손에 박혀서 생각하기 전에 특납하는 상황에서 태도 플레이를 유지하면 지금의 습관을 버릴 수 없다는 판단하에 대검으로 무기를 변경하고 진행을 다시 했습니다. 잡지 못한 라잔은 뒤로 미루어 두고요. 그러자 이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각각의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하고 멋있는 공격 모션들, 그중에서도 맞아도 되는 공격, 카운터 쳐도 되는 단타, 구르기로 피할 수 있음, 차지해도 되는 딜타임, 밧줄벌레 써서 빠져야 하는 타이밍, 포션 마셔도 되는 타이밍.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게임을 시작한 지 80시간 만에… 몬스터 헌터의 전투가 가지고 있는 진짜 매력들을 즐길 수 있게 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마스터 라잔 두 마리를 동시에 잡는 상위 퀘스트를 만나 제 성장을 확인하기 위해 태도로 무기를 재변경하고 수레 한 번 타지 않고 가볍게 클리어하면서 순간은 지금 생각해 봐도 감격스럽네요.

그리고 제가 게임을 하면서 만났던 모든 보스 중 가장 멋지고 클리어 순간 짜릿했던 녀석 중 하나인 원초를 새기는 멜-제나를 어제 토벌 성공했습니다. 멜-제나는 썬브레이크 오리지널 몬스터로, 이 중에서 원초를 새기는 멜-제나는 썬브레이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후 업데이트 몬스터입니다. 방패와 창을 들고 있는 뱀파이어 기사를 형상화한 이 몬스터는 큐리아에게 고통받으면서 이를 떨쳐내려고 하는 타락을 극복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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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들은 이걸 잡으라고 낸 게 맞냐?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게 있어? 싶을 정돕니다. (이 헌터는 뉴비입니다) 몬스터의 사거리는 어마어마하고, 횡 범위도 넓으며, 원거리 포격도 날려대고, 이동속도는 순간이동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며, 총 4페이즈로 구성돼 있는데, 가불기 패턴도 여럿 가지고 있고, 추적 성능도 좋은데, 쉬지 않고 연타 패턴도 나오고, 엇박도 있습니다. 아, 까먹을 뻔했는데 이 몬스터가 거는 디버프는 포션을 통한 회복량을 반토막 내버리고 멜제나를 타격했을 때 흡혈이 발생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위기에 몰릴수록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통해 돌파구를 찾도록 플레이어를 유도합니다. 나무위키에서 정리한 것 기준으로 일반 개체의 공격 패턴은 총 20가지이고, 특수 개체에 추가된 패턴만 해도 10가지는 되는 것 같네요. 네, 이 몬스터를 잡는 동안 여러분은 총 30가지 이상의 다양한 방법으로 살해당할 수 있습니다.

해골도 몇 번 띄워봤지만 다 죽어갈수록 발악이 강해지는 일반적인 개체들과 다른 이 원초를 새기는 멜-제나를 잡는데 3일은 넘게 걸렸고 마음이 꺾이는 느낌도 받았지만 그럼에도 이 몬스터를 잡는 과정을 포기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이 몬스터가 너무나도 멋있어서 잡는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분노하는 멜제나한테서 제발 살려달라고 빌면서 도망치다가 뒤통수에 꼬리가 내려꽂히면서 사망할 때의 좌절, 가불기가 캐스팅 중인데 직전에 떨어지는 연타에 카운터를 잘못 박고 경직 상태라 죽음을 바라보고 밖에 없을 때의 무력함, 디버프가 걸려서 ‘살고 싶으면 싸우세요!’를 듣고 생명력이 모자란 상태에서도 때리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절망 속의 희망 이 모든 것을 붙들고도 트라이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진짜 이 멜제나라는 몬스터에 캡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고, 여태까지 배운 모든 것을 활용해 잡아봐라 한번 도전해 봐 라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던 최고의 마무리 몬스터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막 수레만 남은 상태에서 해골을 띄우고 상대의 가불기를 긴급회피로 운 좋게 회피하는 데 성공한 뒤 찾아온 딜타임, 제발 죽어줘! 라는 생각을 곱씹으며 코팅을 마무리하고 내리찍은 위합 차지가 들어가면서 토벌이 뜨는 순간 온몸에 돌았던 전율은 아마 한참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뉴비가 몬스터 헌터란 게임을 평가하는 것이 우습긴 합니다만, 몬스터 헌터 라이즈는 기존의 헌팅 액션이라는 유니크한 게임성을 자랑하던 캡콤이 헌팅 ‘액션’에 치중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헌팅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노력과 절차들이 많이 생략되었고, 스위치라는 기종 때문에 디테일과 상호작용이 줄어들면서 그 매력을 살리기 힘들었던 점도 한몫했을 겁니다. 대신 밧줄벌레, 동반자라는 요소를 도입하면서 몬스터 헌터 특유의 느린 액션 게임을 느리지만 호흡이 빠른 게임이 되도록 만들어 낸 다른 게임에서 느끼기 진짜 힘든 멋진 액션 게임으로 완성했습니다.

특히나 이 게임을 헌팅 액션 게임이 아니라 한 편에 보스 몬스터가 100여 종 가까이 되는 보스전 위주의 액션 게임으로 받아들이면 보스 하나하나의 모션, 패턴, 모델링, 개성에 놀라울 정도의 공을 들인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엄청난 손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마 라이즈는 그 부분을 유도해서 신규 유저 확보를 통한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했다고 저는 받아들여졌습니다.

아직 이제 마스터 랭크 6을 갓 넘긴, 초보 딱지를 겨우 뗀 헌터고 남은 여정을 더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사실 원초 멜제나를 잡으면서 마음속에 내 몬스터 헌터 라이즈의 여정은 여기서 끝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여태까지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고, 썬브레이크 업데이트가 끝났으니만큼 신작에 대한 발표가 기대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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